'정규20집 발매' 조용필, '가왕'이라는 이름으로(종합)

"마지막 앨범일 수도…할 때까지 계속하고 싶어"
'74세' 조용필, 11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앨범

'가왕' 조용필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열린 정규 20집 '20' 발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웃음짓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가왕(歌王)이 돌아왔다. 가수 조용필은 74세에도 현역으로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활동할 수 있는 이유를, 데뷔 56주년 동안 꾸준히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를 몸소 보여줬다. 가왕이 왜 가왕인지 확인할 수 있는 '20'이다.

조용필이 22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정규앨범 20집 '20' 발매 기념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2013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매한 그는 "아직도 무대 뒤에서 대기할 때는 여전히 떨린다. 그러다 이렇게 무대로 나올 때는 다 해소되는 것 같다. 편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조용필은 본격적으로 간담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마지막'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아마 앨범으로서는 이번 정규 20집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좋은 곡을 만들면 1~2곡씩 내지 않을까 싶다"며 "사실 모르겠다.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21집을 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용필은 정규 19집 이후 11년의 침묵을 깬 셈이다. 앞서 2013년 발매한 정규 19집 'Hello(헬로)' 또한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동명의 타이틀곡 'Hello'와 수록곡 'Bounce(바운스)'는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23년 만에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조용필은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사실 그렇게 잘될 줄은 몰랐다. 앞서 1992년에 방송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는데 그 후 홍보가 안 되니까 앨범도 결과적으로 안 됐었다. 19집은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돌이켰다.

가수 조용필이 11년 만에 정규앨범 20집을 발매했다. /이새롬 기자

19집을 성공으로 기록했음에도 다음 앨범까지 1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조용필은 "그동안 콘서트는 계속했었다. 하지만 음반은 생각처럼 쉽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일단 곡이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 수많은 곡을 발표했지만 내 마음에 드는 곡을 찾기 힘들더라. 그런 곡이 수백 곡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조용필은 2022년 'Road to 20 - Prelude 1(로드 투 트웬티-프렐류드1)'을 시작으로 지난해 발매된 'Road to 20 - Prelude 2(로드 투 트웬티-프렐류드2)'까지 20집으로 가는 여정을 차례로 보여줬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앨범 '20'을 통해 큰 그림을 모두 펼쳐보인다. 신곡을 다수 추가해 완성한 정규 20집에는 타이틀곡 '그래도 돼'를 비롯해 선공개했던 '찰나'와 'Timing(타이밍)' '세렝게티처럼' '왜' 'Feeling Of You(필링 오브 유)' '라'까지 총 7곡이 수록됐다. 록, 일렉트로니카, 발라드까지 조용필의 넓은 장르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이 시대 모든 이들을 위한 뭉클한 응원가다. 이제는 자신을 믿어보라고 조금 늦어도 좋다고 토닥여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호쾌한 전기기타, 청량감 넘치는 절창, 고해상도의 사운드가 어우러져 조용필만의 모던 록을 완성했다.

이 시대를 향한 응원가를 들고 온 이유가 있었을까. 조용필은 "옛날 노래를 들어 보면 우리들의 마음을 조금 북돋고 희망을 주는 음악들이 많다. '그래도 돼' 또한 이와 같은 음악의 연장선"이라며 "나 또한 (음악으로)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나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고 전했다.

가수 조용필이 타이틀 곡 '그래도 돼'로 응원을 전하고 싶은 이유와 곡이 시작된 계기를 밝혔다. /이새롬 기자

'그래도 돼'는 조용필의 특별한 관점에서 시작됐다. 조용필은 "어느 날 스포츠 경기를 보는데 우승자가 세레모니를 하고 있는 동안 그와 함께 싸웠던 상대이자 패자에 대해서는 아무도 조명하지 않더라. 그때 패자의 마음은 어떨지 생각을 해보게 됐다. 물론 속상하고 실망스럽겠지만 당시에 나 같으면 '다음엔 이길 거야' '지금은 그래도 돼. 한 번 더'라는 마음을 가질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후 작사가와 만난 조용필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도 노래를 통해 이 마음을 직선적으로 전달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다 성공할 수는 없지 않나. 나 역시 마찬가지다. 곡을 완성시키지만 전부 미완성으로 끝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타이틀 곡 외에 특별하게 애정하는 곡은 '왜'라는 수록곡이다. 조용필은 "코러스도 아무것도 없는데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린 곡이다. 또한 그동안 많은 곡을 내면서 이 곡만큼 연습을 많이 한 곡이 없다. 몇 개월을 연습했다"며 "창법과 가성, 가사 전달력까지 정말 많은 신경을 쓴 곡"이라고 소개했다.

조용필 하면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수식어가 바로 '가왕'이다. 실제로 국내 최초 단일 앨범 100만 장 돌파, 최초 누적 앨범 1000만 장 돌파, 국내 가수 최초 일본 NHK홀 공연 및 '홍백가합전' 출연, 한국 가수 최초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공연, 국내 가수 최초 미국 카네기홀 공연 등 그가 세운 무수한 기록들이 그가 왜 '가왕'인지를 증명한다.

가수 조용필이 56주년을 지나 앞으로도 계속해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새롬 기자

오랜 시간 가왕자리를 지키며 데뷔 56주년을 맞은 조용필이다. 74세에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그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조용필은 "노래하는 게 좋아야 하고 다양한 장르도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계속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 창법이나 음성 내는 연습 방법 등에 대해 굉장히 많이 공부한다. 어떤 가수는 저렇게 하는데 나도 될까라는 마음으로 시도도 해본다. 이런 점들이 모여 지금까지 하게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어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지 않나. 내가 하는 표현이지만 대중에게 가면 그때부터는 대중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그저 음악이 좋으니까 했다면 나이가 들수록 '대중의 표현'이라는 걸 조금씩 깨달으면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계속 연구하고 공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도 '연습'을 강조한 조용필이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K팝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 않나. 나 또한 조금 더 늦게 태어났다면, 키가 크고 잘생겼다면 어땠을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내 "지금으로서 바라는 게 있다면 조금 더 노래를 할 수 있었으면, 목소리가 더 나올 수 있었으면 한다. 이 바람은 연습을 통해 이룰 수 있도록 조금 더 힘을 내보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에 어떤 곡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앨범으로서는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 계속해 보고 싶습니다. 정 안 되겠다 싶을 때 그만둘 테니 그때가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조용필의 20집 '20'은 이날 오후 6시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며 실물 CD 음반은 11월 1일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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