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성우 나카오 류세가 ‘노 모어(No more) 무단 생성 에이아이(AI)’이란 제목의 유튜브 영상에서 목소리 무단 복제의 부당함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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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의 목소리는 단순한 음성이 아니다. 개성과 직업으로서의 기술이자 오랜 기간 노력을 쌓아 만든 재산입니다.”
일본 성우 나카오 류세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무단으로 자신의 캐릭터 목소리를 복제해내는 문제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일본 어린이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에서 손고쿠(손오공)의 숙적 ‘프리저’ 역 성우로 국내에도 팬층을 갖고 있는 유명 성우다. 22일 나카오는 동료 성우 6명과 함께 출연한 ‘노 모어(No more) 무단 생성 에이아이(AI)’이란 제목의 유뷰트 영상에서 “배우가 얼굴과 연기를 무기로 삼는 것처럼 성우들은 목소리로 캐릭터를 연기한다”며 “성우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이나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해 무단으로 쓰이는 건, 성우의 노력을 부당하게 짓밟고 직업적 가치를 손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날아라 호빵맨’의 치즈,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가지 료지 역 등으로 알려진 성우 야마데라 고우지도 영상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여러 목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성우의 목소리를 복제해 온라인상에 퍼트리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귀멸의 칼날’에서 무잔 역을 맡았던 세키 도시히코는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멋진 목소리 만드는 걸 해보고 싶을 수 있지만, 성우들은 목소리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앞으로는 생성형 에이아이와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할 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음성 복제가 확산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이날 성우들이 가입한 일본배우연합을 인용해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목소리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게 하는 등 무단으로 만든 음성이나 목소리를 덧씌운 영상이 인터넷에 게시되거나 판매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우 가나이 미카는 “성우들이 오랜 시간을 공들여 만든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해서 돈벌이로 삼는 것은 몰지각한 행위”라며 “내가 하지 않은 말이 어딘가에서 내 목소리로 흘러나오면, 다른 사람에게 ‘너, 그런 말을 했니?’라는 말을 듣거나 자칫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엔에이치케이에 말했다. 다만 그는 “인공지능과 성우가 공존할 수 있다면 또다른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느 선까지는 가능하다’는 규칙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일본 성우 단체에서는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노 모어 무단 생성 에이아이’ 캠페인 영상을 정기적으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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