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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병원에 있던 선수 맞나… 네일의 부활절, 수비 ‘억까’에도 버텼는데 김헌곤에 당했다, 그래도 희망 본 위력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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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부상으로 걱정이 많았지만, 제임스 네일(31)은 마치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던졌다. 구위는 좋을 때처럼 좋았고, 간혹 제구가 흔들린 뒤에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정상을 찾았다. 무서울 정도로 침착하게 경기도 풀어나갔다. 동료들의 수비 실책이 터져 나왔지만 승리를 향한 네일의 심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부족한 게 있다면 동료들의 지원이었을 뿐, 네일의 경기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부상으로부터 부활 선언이었다.

네일은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76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5회까지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지만 0-0으로 맞선 6회 김헌곤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게 뼈아팠다. 수비진에 두 차례의 실책이 나왔고, 득점 지원도 전혀 받지 못해 외롭게 싸운 하루였다. 경기가 삼성이 1-0으로 앞선 6회 무사 1,2루 상황에서 비로 서스펜디드 선언돼 네일의 책임 주자 하나가 실점으로 처리될지는 22일 경기를 봐야 한다.

네일은 이날 최고 150㎞, 평균 147㎞의 투심패스트볼(38구)을 비롯, 주무기인 스위퍼(31개)가 위력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쾌투했다. 스위퍼의 최고 구속은 137㎞, 평균은 134㎞가 나왔다. 그 외 최고 140㎞, 평균 139㎞의 체인지업(6구)을 섞어 던졌다. 구속 등 전반적인 구위는 정상 범주였다.

턱에 타구를 맞는 큰 부상으로 정규시즌을 그대로 접은 네일은 기적과 같은 속도로 회복했고, 정규시즌을 마치고 진행된 두 차례의 연습 경기에서 비교적 정상적인 컨디션을 보여주면서 한국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갔다. 당초 네일의 포스트시즌 등판 자체에 대해 조심스러웠던 KIA는 갈수록 회복되는 네일의 컨디션에 확신을 가졌다. 정규시즌 막판에는 네일의 포스트시즌 등판을 확정지었고, 결국 네일을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낙점했다. 가장 믿을 만하다는 의미였다.

네일은 시즌 삼성전에서 2경기 동안 승패 없이 1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했다. 아주 강하지도, 아주 약하지도 않았다. 이범호 KIA 감독은 네일의 이날 투구 이닝은 확신하지 못하지만, 투구 수는 70~80개 정도를 보고 있다고 했다. 네일이 완벽한 상태에서 나서는 것은 아닌데다 70~80개를 전력으로 던지면 힘이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 시점에서 네일의 구위를 보고 교체 타이밍을 결정한다는 계획이었다. 어차피 KIA는 불펜이 완충된 상태에서 이날 대기할 수 있었다. 네일의 컨디션, 그리고 상대 타순과 상황을 보고 불펜을 동원해 반드시 1차전을 잡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1회부터 동료들의 지원을 잘 받지는 못했다. 네일은 1회 첫 타자인 김지찬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바깥쪽으로 투심패스트볼을 던졌지만 존에서 살짝씩 빠졌다. 역시 거의 두 달만의 실전 등판에 다소간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이었다. 이어 김헌곤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완벽한 병살 타구였다. 하지만 유격수 박찬호의 송구를 1루수 서건창이 잡아내지 못하면서 타자가 살았다. 전문 1루수라고는 볼 수 없는 서건창의 포구가 아쉬웠다.

하지만 네일은 일단 흔들리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 장타력을 보여준 디아즈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1B 상황에서 스위퍼를 세 개 연달아 던졌고, 디아즈는 예라한 각을 보여준 네일의 스위퍼를 공략하지 못하고 연거푸 헛스윙을 했다. 이어 강민호에게 던진 스위퍼가 가운데 몰리며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하며 2사 2,3루 위기를 맞이하기는 했으나 김영웅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불을 껐다. 1B-1S에서 바깥쪽 백도어 절묘한 스위퍼로 카운트를 잡은 네일은 4구째 스위퍼를 김영웅의 몸쪽으로 꽂아 넣으며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2회는 특유의 땅볼 유도 능력을 선보였다. 박병호를 2구만에 유격수 땅볼로 정리했다. 1S에서 던진 투심이 박병호의 방망이를 비껴갔다. 이어 윤정빈은 초구에 투수 땅볼을 유도했다. 바깥쪽 높은 쪽 보더라인에 걸친 기막힌 투심이었다. 이어 이재현도 3루수 땅볼로 정리하고 2회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투심의 제구가 살짝 흔들리는 시기도 있었지만 난조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이재현을 3루 땅볼로 요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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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으로 맞선 3회에도 수비 지원을 받지 못했다. 선두 류지혁의 타구가 3·유간 깊은 코스로 흘렀다. 내야 안타는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여기서 유격수 박찬호가 잡은 뒤 곧바로 1루에 던졌으나 송구가 빗나가며 삼성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실책이 나왔다. 안전 진루권으로 류지혁은 2루에 갔다. 여기서 삼성은 김지찬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네일이 침착하게 잡았고, 김태군의 신호대로 1루로 던져 타자를 잡았다.

1사 3루에서는 네일의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왔다. 김헌곤을 상대로 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네일은 3구째 스위퍼를 던져 투수 땅볼을 유도했다. 여기서 네일은 3루 주자 류지혁의 위치를 확인한 뒤 침착하게 다가가 태그아웃시켰다. 급했다면 3루나 홈으로 던질 수도 있었는데 네일은 무섭도록 침착했다. 결국 네일은 디아즈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3회 무사 2루 위기를 막아냈다.

몸이 풀린 네일은 4회 선두 강민호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전 타석에서 맞은 2루타를 설욕했다. 스위퍼, 체인지업, 투심을 자유자재로 쓴 네일은 1B-2S에서 강민호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기가 막힌 스위퍼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이어 김영웅도 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 시작했다. 그리고 4구째 각이 큰 스위퍼를 던져 다시 헛스윙 삼진을 만들어냈다. 이어 박병호 타석 때는 먼저 볼을 두 개 던졌지만 투심으로 파울 두 개를 유도한 것에 이어 5구째 몸쪽으로 파고드는 기가 막힌 백도어 스위퍼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박병호로서는 당연히 몸으로 오는 볼인 것으로 보였겠지만, 네일의 스위퍼는 마지막 순간 보더라인을 파고들었다.

비가 계속 오는 가운데 동료들의 득점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네일은 묵묵히 자신의 투구를 했다. 네일은 여전히 0-0으로 맞선 5회에도 무실점으로 막았다. 선두 윤정빈과 5구 승부에서 스위퍼를 던져 다시 투수 땅볼을 만들었다. 이어 이재현에게는 3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맞았다. 좌익수 방면으로 빠져 나가는 듯한 강한 타구를 3루수 김도영이 몸이 날렸으나 잡아내지는 못하고 글러브를 맞고 굴절됐다.

하지만 네일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류지혁을 스위퍼로 삼진 처리했다. 2B-2S에서 다시 스위퍼가 류지혁의 허를 찔렀다. 이어 김지찬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5회를 마쳤다.

그러나 타선 지원은 여전히 없었다. 그리고 6회 김헌곤에게 한 방을 맞았다. 2S를 먼저 잡은 네일은 3구와 4구 변화구를 던졌지만 김헌곤이 잘 참았다. 이어 5구째 스위퍼가 바깥쪽으로 흘러나갔다. 그런데 김헌곤 특유의 스윙 궤적에 걸렸고, 이것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이어지면서 이날 첫 실점을 했다.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라 네일을 안정시켰지만, 네일은 디아즈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이 시점의 투구 수는 76개였다. 이범호 감독의 예고대로 이 시점에서 네일의 구위를 보겠다는 KIA 코칭스태프는 장현식으로 투수를 교체하며 네일의 등판이 그대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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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 요건 속에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이날 네일에 비난을 할 만한 여지는 많지 않아 보였다. 5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으며 자신의 책임 이닝을 다했고, KIA가 경기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좋은 활약을 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5차전 선발로 등판할 예정인 만큼 일단 KIA로서는 한시름을 덜었다고 볼 수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IA와 계약한 제임스 네일(31)은 당초 윌 크로우에 이은 KIA의 외국인 2선발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시즌 초반부터 질주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더 좋은 선수였다. 시속 150㎞에 이르는 투심패스트볼, 그리고 맹렬하게 꺾여 들어가는 스위퍼의 조합이 일품이었다. 리그 최고의 스위퍼라는 평가도 나왔다.

네일의 시즌 초반은 무서웠다. 단연 리그 최고의 선수였다. 3~4월 6경기에서 36⅔이닝을 던지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47을 기록했다. 이닝 소화와 경기 내용 모두 특급이었다. 5월에도 5경기에서 29⅓이닝을 소화하며 2승1패 평균자책점 1.84로 활약했다. 6월과 7월 들어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7월 중순 이후로는 더 이상의 하락세를 막은 채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네일과 KIA에 큰 시련이 찾아왔다. 네일은 8월 24일 창원 NC전(5이닝 4피안타 3볼넷 1탈삼진 무실점)에서 호투를 하던 도중 타구에 얼굴을 맞았다. 리그 최고의 타구 속도를 자랑하는 맷 데이비슨이 친 타구에 턱을 정통으로 맞았다. 네일은 곧바로 얼굴을 감싸 쥐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턱 관절이 골절됐다.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네일은 25일 서울로 올라가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는 순간 정규시즌 아웃은 확정이 됐다. 남은 경기에 더 뛸 수 없었다. 하필이면 턱 관절이었다. 음식 섭취가 정상적으로 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부상 부위가 회복되고, 다시 정상적으로 영양분을 섭취하며 몸을 만들고, 다시 투구를 하며 선발로서의 공 개수를 끌어올리는 데까지 한 달의 시간은 너무 부족했다. 그 순간 KIA의 걱정은 정규시즌이 아니라 네일이 정상적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설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하지만 네일은 불굴의 투지로 KIA의 예상보다 더 빨리 마운드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네일의 투구에 반신반의하던 KIA도 네일의 몸 상태 회복에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날 1차전 선발로 예고했고, 네일은 선봉장의 몫을 잘 하면서 시리즈 전망을 밝혔다. 네일은 5차전 선발로도 나설 수 있는 만큼 삼성에는 또 다른 고민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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