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지난 6월25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현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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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23명이 숨진 아리셀 화재 참사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첫 재판이 16분 만에 끝났다. 박 대표 측의 입장 표명 없이 끝난 재판에 유족 측은 “도의적 책임이라도 느끼고 사과했어야 한다”고 했다.
21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 심리로 열린 박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사건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은 “검찰과 합의한 바에 따르면 열람실 사정으로 10월 30일부터 증거기록 등사가 가능하다고 하다”면서 증거기록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제출한 자료는 약 3만5000쪽이다. 공판준비기일은 일반 공판 기일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박순관 대표 등 8명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통상 첫 공판에서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인정 또는 부인)과 검찰의 증거기록을 재판부가 채택해도 될지 동의 여부를 밝힌다. 이후 증인신문 등 재판절차가 진행된다. 이날 박 대표의 변호인 측이 밝힌 것은 지난달 24일 기소된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증거기록 복사조차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장은 “검찰에 요청한다.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도 열람 등사를 시작하기까지 거의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걸린다. 상식적이지 않다”며 “1심에서 구속 기한이 6개월인데, 한 달 정도가 날아가 버린다. 수원지검에서 물적, 인적 지원을 확보해서 이를 해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 측은 “열람 등사에 협조해 최대한 일찍 드리겠다”고 답했다.
이날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수사 기록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객관적 사실은 인정하지만, 평가, 판단을 구하는 부분, 다투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5일 오전 10시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갖기로 했다. 이날 첫 재판은 양측의 재판 준비 상황을 확인한 뒤 16분만에 종료됐다.
재판이 끝난 뒤 유족 측 변호를 맡은 하태승 변호사는 “검찰의 실무적인 사정이라고 하지만 아무런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재판이 끝났다”며 “피고인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길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오늘 출석 의무가 없다고 하더라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최악의 참사를 야기한 점에 대해 도의적으로 책임을 느끼고 유족들에게 사과했어야 한다”며 “다음 공판에서는 적어도 피고인 측 대리인들이 23명 고인에 대해 ‘죄송하다’고 하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다”고 했다.
박 대표는 올해 6월 24일 오전 10시30분쯤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그의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방해,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며, 다른 임직원 등 6명과 아리셀을 포함한 4개 법인도 각 불구속 기소 됐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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