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2 (일)

이슈 청와대와 주요이슈

北, 靑 습격 후신 폭풍군단 파병...러 군복·위조신분증도 줬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정예 특수부대 보냈다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부대는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 중 일부다. 우리 군의 특수전사령부와 유사한 부대로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최정예 부대다. 폭풍군단 예하에는 경보병여단(번개)과 항공육전단(우뢰), 저격여단(벼락) 등 10개 여단이 있고 규모는 4만~8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기로 한 병력은 이 중 4개 여단 1만2000명으로, 전체 폭풍군단의 15~30% 규모다. 최정예 병력 상당수가 북한을 떠나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가게 된 것이다. 북한은 과거 베트남이나 중동에 전투기 조종사나 군사고문단을 파견한 적이 있지만, 이번과 같은 대규모 지상군 파병은 처음이다.

평안남도 덕천시에 주둔한 것으로 알려진 폭풍군단은 특수 8군단이 모체다. 특수 8군단은 1968년 1·21 청와대 습격 사건을 일으킨 124부대를 중심으로 1969년 창설됐다. 북한은 1983년 이를 확대·개편해 폭풍군단을 만들었다. 최정예 특수부대인 이들의 임무는 전방 지역 진격로 확보와 후방 교란이다. 군 관계자는 “그동안 북한은 주로 공병 활동 등 러시아에 대한 후방 지원 활동을 하거나 무기만 지원해 왔다”며 “폭풍부대 파병은 러·북이 연합군을 형성해 전쟁에 나선다는 뜻”이라고 했다. 위험 지역에서 활동하는 부대인 만큼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총알받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전에 발을 담근 만큼 전쟁이 끝날 때까지 러시아에 대한 파병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전 때 한국군도 미군의 참전 요청에 따라 1965년부터 1973년 철군 때까지 8년 5개월 동안 총 32만여 명을 파견했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선발대 격인 북한군 1500명은 러시아 해군의 도움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 블라고베셴스크에 분산돼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조만간 2차 수송 작전도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북한군은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전선이 있는 서부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1일과 이달 2일 파병에 앞서 폭풍군단을 두 차례 참관했다고 한다.

러시아와 북한은 북한군 파병 사실을 숨기려고 기만책을 쓰고 있다.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받았고, 동양계인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라티야 지역 주민 위조 신분증도 발급받았다고 한다. 국정원은 “북한군의 전장 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군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정원은 북한군 주요 인사를 감시하다가 이번 북한군 파병 수송 작전을 포착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최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 협력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활동 중인 북한군 추정 인물의 사진을 확보했다. 사진에는 도네츠크 지역 인근에 있는 북한산 ‘KN-23′ 탄도미사일 발사장에서 러시아 군인과 나란히 앉아 있는 러시아군 복장의 동양인 모습이 담겼다. 국정원이 이 인물의 사진에 인공지능(AI) 안면 인식 기술을 적용한 결과, 이 사람은 작년 8월 김정은의 전술 미사일 생산 공장 방문을 수행한 북한군 미사일 기술자로 파악됐다.

북한이 파병하는 1만2000명의 병력은 이번 전쟁에 러시아군이 투입하는 총병력에서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2022년 침공 초기에 15만~20만명을 투입했고, 전쟁이 장기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병력 수를 늘려왔다. 바그너그룹 등 용병 단체를 통해 5만여 명,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괴뢰 정부에서 4만~6만명의 병력을 동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죄수 4만~5만명을 자원병 명목으로 모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4년 6월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에 약 70만명의 병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양승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