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와 원달러환율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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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흐름이 한 분기 만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경기침체를 우려했던 미국 경제는 강한 고용·소비에 이제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인플레 우려에 따른 금리 상승이 증시 상방 압력을 제한할 정도다. 이 가운데 경기침체와 함께 시장을 공포에 밀어 넣었던 엔화 강세와 인공지능(AI) 거품론도 수그러들면서 기술주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환율은 치솟고 있다. 반면 한국 증시는 미국 인플레 등 악재엔 크게 휘둘리고 기술주 호재엔 둔감하게 반응하며 ‘파티’에서 소외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는 장중 140.89달러까지 오르며 지난 6월 20일 세웠던 역대 최고가(140.76)를 4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예상을 웃돈 호실적을 거두며 ‘AI낙관론’이 커진 영향이다. 이날 TSMC의 주가는 9.79%나 오르며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7~8월 경기침체 우려와 AI거품론에 주가가 추락했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두 달 만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다만 장중 상승폭이 축소되며 엔비디아는 전장보다 0.89% 오른 136.93달러에 장을 마감하는 데 그쳤고 나스닥지수는 강보합, S&P500지수는 약보합 마감했다.
이날 증시의 상승 폭이 축소된 것은 역설적으로 미국 경기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 9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4% 증가해 시장의 예상치(0.3%)는 물론 전월(0.1%)을 웃도는 모습을 보였다. 이달 초 발표된 고용지표의 호조로 경기침체 전망이 크게 꺾인 데 이어 소비까지 견고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침체는 없다는 ‘노랜딩’ 전망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에 달러는 강세를 보이며 엔·달러 환율은 두 달 만에 달러당 150엔을 넘어섰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미 국채금리는 반등(채권 가격 하락)했다. 금리 하락으로 채권시장에 저가매수 자금이 몰리고, 인플레이션에 금리인하 기조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증시의 상방 압력을 제한했다. 경기침체가 꺾이며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회복돼 증시가 추세적 반등했지만, 이젠 부담스러울 정도로 경기가 강한 셈이다.
반면, 국내 증시는 기술주 상승의 수혜를 받기보단 인플레 우려를 흡수하며 부진한 모양새다. 18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5.48포인트(0.59%) 하락한 2593.82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하락세로, 일주일 만에 2600선을 내줬다. 삼성전자는 0.84%, SK하이닉스는 4.44% 하락했다.
국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를 밑돌며 수혜가 줄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데다 인플레 우려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커진 여파로 풀이된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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