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청사. /전기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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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준영)는 경찰서장 출신 고모씨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고씨는 지난해 6월 피의자 신병확보에 대한 수사지휘를 소홀히 하고, 음주운전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처분을 받았다.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품위유지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고씨가 2022년 9월 아내 A씨에게 살해 협박 등을 한 남편 B씨에 대한 수사지휘를 제대로 하지 않아 A씨가 결국 숨지게 된 점을 제1징계사유로 삼았다. 고씨가 수차례 신고된 이 사건에 대해 지속 보고받았음에도 현장경찰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피의자 신병확보에 대한 수사지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씨가 작년 3월 충남 아산시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혈중알코올농도 0.097%)된 점은 제2징계사유로 명시했다.
이에 고씨는 해임처분에 불복해 작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고씨는 현장경찰관으로부터 상황을 계속 보고 받아 구두로 수사지휘권을 적절히 행사했고, 음주운전을 하게 된 상황 등을 고려하면 해임처분은 지나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고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현장경찰관이 현행범 체포 요건을 명백하게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해 피의자를 체포하지 않은 것이 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에 관해 원고가 수사지휘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고씨를 음주운전으로 해임하는 것도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경찰공무원 징계령 세부시행규칙은 ‘최초 음주운전을 한 경우로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 0.2% 미만인 경우’ 해임이 아닌 강등-정직의 징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고씨가 이에 해당한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고씨는 회식 이후 대리기사를 기다리다 차량에서 잠들었고, 깨어난 뒤 순간적인 잘못된 판단으로 음주운전을 하기에 이르렀다”며 “음주운전만으로 해임하는 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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