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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보통의 가족', 웰메이드의 정석 [무비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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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보통의 가족 리뷰 /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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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 본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그야말로 '웰메이드'다. 연출부터 배우들의 연기, 작품이 담은 메시지까지 곱씹게 만드는 '보통의 가족'이다.

16일 개봉하는 영화 '보통의 가족'(연출 허진호·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다.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재완(설경구)-재규(장동건) 형제의 닮은 듯 다른 삶으로 시작된다. 재완은 자신의 커리어와 돈을 위해서라면 재벌 2세 살인자의 변호도 서슴지 않는다. 반면 재규는 존경받는 소아과 의사로, 자신의 신념과 도덕적 가치를 중요시하게 여기는 인물이다.

재완-지수(수현), 재규-연경(김희애) 부부는 한 자리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한다.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며,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어 이들 부부가 한자리에 모인 어느 날, 재완의 딸 혜윤(홍예지)과 재규의 아들 시호(김정철)는 심심풀이로 노숙자 묻지마 폭행 사건을 일으킨다.

CCTV가 언론에 공개되며 사건은 종잡을 수 없이 커지지만, 경찰은 쉽게 실마리를 잡지 못한다. 그러나 부모들만큼은 CCTV를 보며 자신의 아이들이 범인임을 알게 된다. 과연 이들은 자녀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진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부터, 사건이 또 다른 파동을 일으킬 때까지 명확한 해답이 없음에도 꾸준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내민다.

이는 캐릭터들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개인의 욕망을 중시했던 부모는 점차 죄책감을 느끼고, 누구보다 원리 원칙을 중시했던 부모는 자식 문제 앞에 눈이 멀어버린다. 이들의 계속된 딜레마와 질문들은 관객들의 마음에 박히고, 작품이 끝날 때까지 함께 그 굴레에 빠지도록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특히 개인의 신념과 양심, 그리고 사회적 규범들과 윤리적 가치들이 이리저리 뒤엉킨 '보통의 가족'은 때때로 고조된 감정선들이 숨을 조여온다. 그럼에도 허진호 감독 표 블랙코미디적 요소들이 틈을 만들어 관객들에게 숨 쉴 구멍을 만들어준다.

작품이 전개되며 등장하는 세 번의 저녁식사 장면은 각기 다른 톤으로 매번 다른 볼 거리를 선사한다. 한 자리에 모인 네 명의 인물들이 팽팽하게 부딪히고, 격한 토론을 벌인다. 작품의 주요 장면인 디너신들은 꽤나 많은 분량을 할애하면서도, 허진호 감독의 다양한 앵글과 배우들의 연기로 쉴 틈 없이 채워진다.

무엇보다 식탁 위 네 배우들의 연기가 관전 포인트다. 설경구는 극의 중심에 자리하며 재완을 통해 사건의 흐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장동건은 대중이 익히 아는 얼굴로 시작해 핏발 선 눈으로 민낯을 드러낼 때 진가가 드러난다. 믿고 보는 김희애와 뜻밖의 존재감 수현도 힘을 보탰다. 두 부부가 보여주는 신경전과 물 밑 싸움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엔 끊임없이 떠오르는 질문들을 곱씹어보는 재미가 있다. 러닝타임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 기자 한줄평 : 언노멀 패밀리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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