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효과’는 없었다...2패로 몰린 LG 염경엽 감독 “심판진이 경기 흐름을 좌지우지해선 안돼. 집중해주길”

가을비가 LG에게 행운이 될 줄만 알았건만, KT와의 5차전까지 가는 준플레이오프의 여파는 하루 휴식으로는 회복이 쉽지 않았나보다. LG가 대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플레이오프(PO) 1,2차전을 모조리 내주고 무거운 마음으로 잠실 홈으로 향하게 됐다. 염경엽 감독은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도 강하게 내비쳤다.

1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LG 염경엽 감독이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LG는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PO 2차전에서 홈런포 5방을 내준 마운드의 부진으로 5-10으로 패했다. 1차전 4-10 패배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두 자릿수 실점이다. 2경기에서 내준 홈런만 8개로, 그야말로 완패였다.

역대 5전3승제로 열린 PO에서 2승을 먼저 거둔 팀이 나온 것은 18번이고, 그 중 15번이나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 확률은 83.3%에 달한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LG는 16.7%의 작은 확률에 몰린 셈이다.

염경엽 감독은 14일 열리기로 되어있던 2차전은 하루종일 내린 비로 인해 하루 순연됐다. 원래 2차전 선발을 디트릭 엔스로 예고했던 염 감독은 하루 연기되자 선발을 손주영으로 바꿨다. 엔스도 정규시즌 삼성전에서 2경기 평균자책점 3.00으로 잘 던졌지만, 손주영은 3경기 2승 1.04를 기록한 ‘삼성 킬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가을야구 들어 엔스보다 손주영의 기세가 훨씬 좋은 것도 교체 이유였다. 엔스는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 선발 등판해 8.2이닝 7실점(7자책)으로 부진한 반면 손주영은 불펜으로 나서긴 했지만, 2경기 7.1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쳐보였다.

경기 전 염 감독은 손주영을 향해 “6이닝을 잘 막아주고, 에르난데스로 경기를 끝내는 게 목표”라며 호투를 기원했다.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1사 삼성 전병우에게 볼넷을 허용한 LG 선발 손주영이 유영찬과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플레이오프 3차전 5.1이닝을 역투한 뒤 이틀 뒤인 5차전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던졌던 손주영은 사흘 휴식으로는 쌓인 피로를 다 떨쳐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누구도 쳐내지 못할 강력한 공을 뿌렸던 손주영이지만, 이날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도 떨어졌고, 제구도 불안한 모습이었다. 결국 4.1이닝 5피안타 2볼넷 4실점(3자책)으로 이날 등판을 마쳤다.

손주영이 이기는 상황을 만들지 못하고 내려간 뒤 LG 마운드는 더 심각했다. 김헌곤과 디아즈에게 연타석 홈런포를 맞으면서 더 처참하게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9회에 박해민의 솔로홈런, 김현수의 쓰리런 홈런이 터져나왔지만, 이미 기울어진 승부를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경기 뒤 무거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염 감독은 “경기 초반 실점을 너무 쉽게 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넘겨준 게 아쉽다. 이제 서울로 돌아가서 3,4차전을 하니까 우리 야구를 해서 반전의 계기를 만든다면 시리즈를 뒤집을 기회는 아직 있다고 생각한다”고 총평을 남겼다.

손주영의 투구에 대해서는 “(손)주영이는 잘 던졌다. 1회 2사 2루에서 르윈 디아즈의 빗맞은 타구가 적시타가 됐고, 3회 실점에는 우리 야수진의 중계플레잉에도 실수가 있었다”라고 제자를 감싸면서 경기를 복기하던 염 감독은 심판진의 판정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1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LG 염경엽 감독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뉴스1

염 감독이 제기한 장면은 LG가 1-2로 뒤진 3회 2사 1루에서 디아즈의 타석이다. 볼카운트 1B-2S에서 손주영의 슬라이더가 잘 떨어졌다. 디아즈는 배트를 내밀다 멈춰세웠다. 포수 박동원은 3루심에게 체크 스윙 여부를 물었지만, 3루심의 판정은 ‘노 스윙’이었다. 그러나 중계 화면 상에는 엄연한 스윙이었다. 결국 삼진이 아닌 타석에 더 남을 기회를 얻은 디아즈는 우익 선상에 흐르는 적시타를 쳤고, 1루 주자 이성규는 3루에서 멈추지 않고 홈까지 내달렸다. 그 과정에서 우익수 홍창기와 2루수 신민재의 중계플레이 미숙이 나왔고, 이성규는 홈을 쉽게 밟을 수 있었다. 1-2로 뒤진 상황으로 끝날 상황이 1-3으로 한 점 더 내주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염 감독은 “심판이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경기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집중해줘야 한다. 심판이 경기 흐름을 좌지우지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렇게 경기 초반에 점수를 주지 않았다면 경기 흐름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었다. 심판진이 집중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염 감독은 하루 휴식 뒤 17일 잠실에서 열리는 3차전 선발로 임찬규를 예고했다.

대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