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루스 체픈게티가 여자 마라톤 역사상 최초로 2시간 벽을 깨면서 새로운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미국 시카고 마라톤 대회에서 결승선을 통과히는 체픈게티. 사진=AP 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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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여자 마라톤 풀코스(42.195km)에서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2시간 10분’벽이 드디어 깨졌다. 주인공은 케냐의 루스 체픈게티(30)다.
체픈케티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24 시카고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09분56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 수투메 아세파 케베베(에티오피아·2시간17분32초)보다 무려 8분 가까이 앞섰다.
이 기록은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가 지난해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세운 종전 세계기록 2시간11분53초를 2분 가까이 단축시킨 것이다. 종전 개인 최고 기록인 2시간14분18초도 4분22초나 앞당겼다.
여자 마라톤 사상 최초로 ‘2시간10분’ 벽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육상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여자 마라톤의 기록은 무섭게 빨라지고 있다. 여자 마라톤에서 2시간20분 벽이 깨진 것은 23년 전인 2001년이었다. 그 해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다카하시 나오코(일본)가 2시간19분46초를 기록했다.
이후 ‘여자 마라톤 전설’ 폴라 래드클리프(영국)가 2003년 4월 런던 마라톤에서 2시간15분25초의 세계기록을 세운 뒤 16년 동안이나 기록 경신이 이뤄지지 않았다. 2시간15분이 여자 마라톤의 한계라는 인식이 점점 커졌다.
래드클리프의 기록은 2019년에 가서 깨졌다. 2019년 10월 시카고 마라톤에서 브리지드 코스게이(케냐)가 2시간14분04초에 풀코스를 주파하면서 처음으로 2시간15분 벽을 무너뜨렸다. 이후 2023년 9월 아세파가 2시간11분53초로 종전 세계기록을 2분 이상 앞당겼고 이번에 드디어 2시간10분 벽까지 깨는데 성공했다.
최근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마라톤 기록을 빨라지는 배경에는 기술 발전이 큰 몫을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러닝 열풍이 불고, 러닝화 시장이 커지면서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브랜드들이 앞다쿼 신기술을 적용한 러닝화를 개발하고 있다.
2019년 10월에는 남자 마라톤의 ‘레전드’ 엘리우드 킵초게(케냐)가 특별 이벤트 대회에서 나이키의 특수 제작 러닝화를 신고 인류 역사상 최초로 2시간 이내에 마라톤 풀코스를 주파하기도 했다. 물론 이 기록은 공식 대회에서 나온게 아니기 때문에 세계기록으로 인정되진 않았다.
이날 2시간10분벽을 깬 체픈게티도 나이키 신발을 신고 뛰었다. 참고로 종전 세계기록을 보유했던 아세파는 아디다스의 후원을 받는다. 이와 관련해 미국 언론에선 “나이키가 아디다스를 넘어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체픈게티가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데는 페이스메이커로 나선 남자 마라토너의 도움도 컸다. 실제로 최근 여자 마라톤 세계신기록은 남자 선수들과 함께 뛴 레이스에서 나온다, 시카고 마라톤 등 세계 주요 대회에선 기록 단축을 위해 여자 선수들이 달릴 때 실력 좋은 남자 페이스메이커들을 일부러 배치하곤 한다.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 등에선 남녀부가 별도로 경쟁을 펼친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만 참가하다 보니 페이스메이커도 따로 없다. 여성 선수들만 경쟁하는 대회에서 나온 최고 기록은 올해 4월 런던마라톤 대회에서 페레스 제피르치르(케냐)가 기록한 2시간16분16초다.
체픈게티는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세계육상연맹과 인터뷰에서 “정말 기분 좋다. 제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세계기록 경신은 제 꿈이었다. 이를 위해 싸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체픈게티는 “이번 세계기록을 동료인 켈빈 키프텀에게 바친다”고도 말했다. 키프텀은 지난해 시카고 마라톤에서 남자 세계신기록(2시간00분35초)을 세웠지만 4개월 뒤 케냐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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