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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 (토)

“의도, 개입 NO”…제작진이 답했다 [흑백요리사의 파급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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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최종화 공개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톱8 셰프와 김학민, 김은지 PD가 취재진 앞에 섰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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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음식점 사장님과 미슐랭 셰프가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라는 제작진의 호기심이 ‘흑백요리사’를 만들었다. 실력 있는 무명 요리사를 ‘흑수저’ 카테고리에 넣었지만, 사실 흑수저에는 출연 전부터 이름난 셰프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요리 계급 전쟁’이라는 부제가 시청자의 구미를 당겼다.

세트장 규모만 1000평. 100인의 요리사가 동시에 조리할 수 있는 시설은 백 대표도 놀랄 정도였다. 팬트리를 그대로 옮겨 놓고, ‘고기의 방’과 ‘생선의 방’에는 신선한 식재료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넷플릭스이기에 가능했던 스케일에 참가자와 심사위원은 물론 시청자도 놀라게 했다. 이 놀라운 연출은 김학민 PD와 김은지 PD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과 만난 김학민 PD는 “얼떨떨한 심정이다.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식재료를 활용하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현란한 손놀림. 이를 바탕으로 한 박진감 넘치는 경쟁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사 결과를 두고 ‘뚝’ 끊겨버리는 엔딩은 매회 쫄깃한 긴장감을 줬다. 다음 화를 이어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궁금증을 유발했다. 김은지 PD는 “시청자 입장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궁금하고 안달 날까’에 주안점을 두며 편집했는데, 통한 것 같다”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개인전으로 시작해 팀전, 패자부활전, 레스토랑 미션과 ‘인생을 요리하다’, ‘무한 요리 지옥’, ‘이름을 건 요리’까지 100인의 요리사는 매 라운드 제작진이 내린 미션을 두고 경쟁했다. 미션 설계 시 가장 큰 전제는 ‘맛’이었다. 이은지 PD는 “맛에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더라. 미션 안에 맛을 녹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주재료를 잘 살릴 수 있는 맛, 대량 요리해도 돋보이는 맛, 실제로 판매해도 사 먹고 싶은 맛 등을 도출해 ‘육각형 셰프’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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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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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심사위원의 ‘슈퍼패스’를 포함해 흑수저 11인, 백수저 11인의 생존자 22명이 탄생했다. 최종 8인에도 흑수저, 백수저 각각 4인의 셰프가 생존했다. 최종 2인에 오른 나폴리 맛피아와 에드워드 리까지 경쟁 상황에서는 기가 막히게 흑수저와 백수저의 비율이 1대 1로 맞춰졌다. 오히려 제작진이 난감해질 정도였다. 김학민 PD는 “이 점을 꼭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당초 슈퍼패스까지 22명이 올라가는 건 계획되어 있었다. 그러나 11대 11, 4대 4의 비율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김 PD는 “제작진은 내심 엇갈리길 원했다. 그게 리얼한 결과라고 생각했지만, 우리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며 “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운 순간이 두 번 있었다. 제작진이 의도한 바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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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제작발표회에서 심사위원 백종원 대표, 김학민 PD, 김은지 PD,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왼쪽부터)가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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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맛으로 승부했다. “심사에 대한 개입도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정 셰프를 배제하거나 제작진의 의도가 들어간 미션도 없었다. 한식 전문가들이 미션에 부각되지 않는다는 불만에 대해서는 “시청자의 아쉬움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팀 미션에 육전이 나왔고, 최현석 셰프의 미역국도 한국적 뿌리를 가지고 재해석한 메뉴”라고 답했다.

수십 명의 셰프가 동시에 요리를 시작해 조리하고, 그 모든 음식을 두 명의 심사위원이 맛봤다. 거듭되는 수차례 미션을 거쳐 최후의 1인이 탄생했다. 촬영 기간도 길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에 촬영을 종료해 약 3개월간의 편집을 거쳤다.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는 넷플릭스 콘텐츠의 제작 과정에 맞춰 번역, 오류 검수 등을 거쳐 올해 9월 공개됐다.

‘100인의 셰프가 펼치는 서바이벌’. 제작진은 입을 모아 “넷플릭스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넷플릭스라고 제작비를 무한대로 지원하지는 않는다. 40명이 동시에 조리하는 모습을 담고 싶다고 제안하면, 합리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한 재밌게, 출연자에게 부끄럽지 않은 방송을 만들자는 제작진의 진심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해외 셰프를 대상으로 한 시리즈를 기획해달라는 글로벌 시청자들의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경연을 통해 탄생한 레시피로 팝업 스토어를 열어 판매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열정적인 시청자들의 요구사항도 ‘흑백요리사’의 인기를 증명한다.

기획 당시 꿈꿨던 ‘요식 업계 부흥’도 이미 시작됐다. ‘흑백요리사’에 참가한 셰프들의 식당은 오픈런은 기본, 한 달 치 예약이 꽉 찰 정도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이 정도의 인기는 제작진도, 두 심사위원도 예상하지 못했다. 극비리에 촬영하는 넷플릭스 예능 특성상 촬영 당시에도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김학민 PD는 “글로벌 1위를 달성하고 안성재 셰프가 싱가포르 넷플릭스 화면을 캡쳐해서 보내주셨다. ‘나는 깍두기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모두 잘 되어 기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저명한 일부 백수저 셰프들의 탈락은 충격적이었다. 개인의 기량을 뽐내기 보단 팀 미션에 맞춰 역할을 수행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레스토랑 미션 당시 ‘팀 방출’ 룰으로 난감한 건 모든 생존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시간상 페널티를 갖게 된 셰프 3인을 두고 제작진을 탓하는 시청 후기도 많았다.

이와 관련해 제작진은 “최초로 이뤄지는 서바이벌이기에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경쟁의 모습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사전제작이다 보니 제작진도 매주 초조하게 반응을 기다리며 보게 됐다”면서 “개인전을 바라는 반응도 알고 있다. ‘무한 요리 지옥’ 미션에서 개인전의 끝을 그려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흑백요리사)은 9월17일 공개 이후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TV(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코리아 예능이 3주 연속 글로벌 1위를 한 것은 최초다. 김은지 PD는 “출연진의 완벽한 신구조화가 이뤄진 것 같다. 몰랐던 셰프를 알게 되고, 친숙한 셰프의 새로운 면모도 발견됐다고 생각한다”고 인기의 이유를 들었다. 심사를 맡은 안성재 셰프도 대중에겐 ‘뉴 페이스’다. 두 심사위원과 100인의 요리사 모두가 제작진이 꼽은 ‘흑백요리사’의 인기 비결이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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