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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정들었던 켈리 포기했던 이유 증명했나… 하지만 ‘엘동원’을 복제할 수는 없다, 염경엽 고민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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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케이시 켈리(35)는 뛰어난 기량은 물론 모범적인 자기 관리, 팀을 생각하는 희생정신, 그리고 팬 서비스까지 모두 갖춘 최고의 외국인 투수였다. 2019년 LG와 계약한 뒤 5년 반 동안 KBO리그 1군 통산 163경기에서 989⅓이닝을 던지며 73승46패 평균자책점 3.25로 대활약했다. 그의 외국인 투수 파트너들은 계속 바뀌었지만, 오직 켈리는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LG는 그런 켈리의 구위가 떨어지는 조짐을 보이자 고심을 거듭했다. 켈리는 지난해 30경기에서 178⅔이닝을 던지며 여전한 이닝이팅 능력을 뽐냈으나 평균자책점은 전년도(2022년) 2.54에서 3.83으로 크게 올랐다. 포스트시즌에서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하며 재계약까지는 이르렀으나 올해도 구위가 반등할 기미는 없었다. 오히려 구속·회전수 등 세부적인 지표가 더 안 좋아지자 교체를 검토했다.

미국에 마땅한 선수가 없어 교체가 지연되고, 또 그 생각을 접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LG는 그간 노리던 한 선수가 시장에 등장하자 끝내 켈리를 포기했다. 켈리는 시즌 19경기에서 5승8패 평균자책점 4.51의 성적을 남기고 LG 팬들과 뜨거운 눈물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일각에서는 가을야구 무대에서 강했던 켈리를 그래도 남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당시 LG는 가을이 아니라 정규시즌 성적이 더 당면과제였던 팀이었다.

5년 반 동안 팀에 헌신했고, 팀 동료들의 신뢰가 두터웠으며, 일단 남겨두면 그래도 일정 수준의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켈리를 포기한 것은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29)의 기량이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LA 다저스에서 뛰던 시절부터 선발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에르난데스는 메이저리그 경력도 있는 선수였고, 지금이 한창 전성기를 달릴 나이였다. 당초 에르난데스를 풀어주지 않아 포기했던 시기도 있었는데 다시 시장에 등장하자 LG는 망설임 없이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이후도 대비한 포석이었다. 켈리는 30대 중반이었고, 에르난데스는 내년에 서른이었다. 종합적인 측면에서 교체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런 에르난데스는 시즌 11경기에서 3승2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했다. 특급 성적은 아니지만 피안타율 0.233,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1.21은 나름 안정감이 있는 수치였다. KBO리그 적응기도 필요해 갈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리고 염경엽 LG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에르난데스의 불펜 투입이라는 강수를 던졌다. 무너진 팀 불펜을 고려한 포석이었다. 당장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무대에서 믿고 이닝을 맡길 불펜 투수가 마무리 유영찬과 셋업맨 김진성 정도밖에 없었다.

사실 모험이기는 했다. 기본적으로 3선발 체제다. 그 세 명의 선발을 더 중요하게 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래도 외국인 카드인 에르난데스를 선발로 넣어 한 경기를 책임지게 하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염 감독의 판단은 적중했다. 경기 중·후반에서 중요한 상황을 맡을 필승조 투수가 한 명 더 필요했다는 것은 분명하게 드러났고, 에르난데스의 역량을 한 경기에 몰아쓰는 것보다는 5경기에 나눠 쓰는 게 더 나았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증명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불펜 경험도 있는 에르난데스는 kt와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그것도 성적이 뛰어났다. 에르난데스는 5경기에서 7⅓이닝을 던지며 2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LG의 플레이오프행 일등 공신이 됐다. 염 감독 스스로 “내 마음 속의 MVP는 에르난데스”라고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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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1~5차전 5경기를 모두 나가는 게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고, 게다가 에르난데스는 원포인트도 아니었다. 경기당 이닝 소화가 1이닝이 넘었다. 1차전과 4차전은 2이닝을 던지기도 했다. 게다가 모두 중요한 하이레버리지 상황이었으니 에르난데스가 평소보다 힘을 더 썼을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대단한 기록을 만들었다. 다만 이는 하나의 시사점도 준다. 에르난데스가 플레이오프에서도 5경기를 모두 나가며 지금의 구위를 유지할 수는 없다. 선수가 더 필요하다.

게다가 LG는 플레이오프에서는 4선발 체제를 가동한다. 3선발 체제는 준플레이오프 한 번으로 끝났다. 이걸 두 번의 시리즈에서 하기에는 선발도 힘이 부친다. 1차전 선발로 최원태를 예고한 LG는 4차전 선발로 임찬규가 유력하다. 2·3차전 선발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보고 손주영과 디트릭 엔스를 활용한다. 준플레이오프 때는 손주영도 불펜에서 일익을 담당했지만, 플레이오프 때는 대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LG 불펜 투수들이 힘을 내야 한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불펜이 강력했던 LG다. 한국시리즈 2차전 당시 선발 최원태가 부진하자 이후 벌떼처럼 불펜 투수들이 쏟아져 나와 8⅔이닝을 나눠 먹고 대역전승을 일궈냈던 게 LG 불펜이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전력 이탈이 많았다. 고우석은 메이저리그에 갔고, 함덕주는 수술을 했다. 정우영과 박명근은 좀처럼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남은 게 유영찬 김진성이고, 그리고 합류한 에르난데스다. 그러나 이걸로 또 플레이오프 일정을 다 버티기 쉽지 않다.

염경엽 감독도 플레이오프부터는 불펜 운영폭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5경기를 치렀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새롭게 들어올 선수가 중요하다. 염 감독은 일단 힌트를 줬다. 어차피 깜짝 카드는 없다. 기존에 필승조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정우영과 함덕주, 구위만 놓고 보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차세대 마무리감 후보 중 하나였던 백승현 등이 그 선수들이다.

수술로 구위 회복이 늦었던 함덕주는 시즌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40에 그쳤다. 지난해 5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하며 가공할 만한 모습을 보여줬던 기억과는 다소 동 떨어져 있다. 다만 9일 4차전에서는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경험도 풍부한 선수다. 좌완으로서는 가장 믿을 만한 카드이기 때문에 활용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백승현 또한 4차전에 등판해 실점하지 않았고, 정우영은 마지막 수비에서의 불운과 별개로 구위 자체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염 감독도 준플레이오프 종료 후 “김진성 유영찬 에르난데스를 중심으로 함덕주 정우영 백승현 등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플레이오프 불펜 운영 계획을 밝혔다. 세 명으로는 불펜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다른 쪽에서의 돌파구도 필요하다. 선발이다. 시리즈 일정을 고려하면 1차전 선발 최원태를 제외한 나머지 선발 투수들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한 번 정도 선발 등판한다. 자신의 경기에서 책임 이닝을 확실하게 채워줄 필요가 있다. 선발이 6이닝을 소화해주는 등 든든하게 버텨주면 사실 불펜 운영도 굉장히 쉬워진다. 세 명의 필승조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이론적인 여지가 있다. 게다가 승부수를 과감하게 던질 수도 있다. LG의 준플레이오프 불펜 운영이 어려웠던 것도 결국 임찬규를 제외한 나머지 선발 투수들의 부진과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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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선발로 나서는 최원태의 어깨가 무거운 가운데 포스트시즌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긍정적인 것은 삼성을 상대로 강했다. 최원태는 올해 삼성과 두 번의 등판에서 1승 평균자책점 0.84로 활약했다. 구단별 상대 전적에서 가장 강한 팀이었다. 손주영은 상대 전적을 떠나 최근 LG 선발진에서 가장 컨디션 및 구위가 좋은 선수다.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7⅓이닝을 던지며 1승1홀드 평균자책점 0의 역투를 펼쳤다.

준플레이오프의 영웅 중 하나인 임찬규도 최근 컨디션이 좋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푹 쉬고 4차전에 등판할 예정인 만큼 한 경기를 책임지는 모습 또한 기대할 만하다. 준플레이오프 두 경기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디트릭 엔스도 올해 삼성과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00으로 상대 전적이 괜찮은 편이다. 삼성 상대 피안타율은 0.190으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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