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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단독·BIFF 인터뷰] "김선영 선배님께 받아 더 감격" 박서윤, 눈물의 '올해의 배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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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배우상(女) '허밍' 박서윤

2년 연속 부국제 참석에 깜짝 트로피 눈물…충무로 新기대주

6회차 졸업作 '허밍' 죽은 여배우 미정 역으로 살아 숨쉬는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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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산국제영화제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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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에 어울리는 배우, 증명해내고 싶어요!"

2년 연속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 받은 것 만으로도, 하나부터 열 끝까지 직접 예약하고 챙겼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소속사 식구들과 함께 방문해 부산과 영화제를 잠깐이나마 즐길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마냥 신나했던 신예 배우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BIFF)가 선택한 '올해의 배우'로 폐막식 무대에 서게 될 줄은 영화제가 반환점을 막 돌던 때까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부산을 떠나 있었던 주인공도 영화제 측 연락에 급히 돌아갔을 정도이니 그야말로 서프라이즈다.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 된 영화 '허밍(이승재 감독)' 주연 박서윤(22)은 올해 부국제 다관왕에 빛나는 '3학년 2학기' 출연 배우 유이하와 함께 '올해의 배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위원으로 나선 김선영 류준열은 11일 오후 진행 된 폐막식에 참석해 박서윤과 유이하를 격려하면서 직접 트로피를 건넸다. 박서윤은 "김선영 선배님의 연기가 배우로서 저의 추구미(美)인데, 그런 선배님께 받아 더 감격스럽다"며 또 울컥하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박서윤은 지난해 10대의 위태롭고도 순진한 사랑을 솔직하게 담아낸 화상주의 열일곱 로맨스 '그 여름날의 거짓말(손현록 감독)'에 이어 미완성된 영화 한 편의 후시 작업을 함께 하는 녹음기사와 단역 배우, 그리고 사망한 어느 여배우의 일화를 중심으로 도전적인 형식과 공기를 담아낸 작품 '허밍'으로 부국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그 여름날의 거짓말'은 뉴커런츠 부문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았고, 이번에는 박서윤이 배우상을 품에 안아 2년 연속 수상의 기쁨을 맛 보게 됐다.

부국제 올해의 배우상은 한국영화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잠재력을 갖춘 새로운 신인 배우들을 발굴하기 위해 2014년에 개설된 상이다. 뉴 커런츠와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부문에 선정된 한국장편독립영화 중 최우수 남자, 여자 신인배우 각 1인에게 수여된다. 시상 첫 해였던 19회 최우식·조수향을 시작으로 지난 10년 간 이주원·장선, 구교환·이민지, 박종환·전여빈, 이주영·최희서, 문혜인·김준형, 지수·임성미, 권다함·임지호, 김영성·김금순, 장성범·오민애가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가장 독보적이고,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를 발굴하는 부분인 만큼, 이들 중에는 실제 '충무로 대들보'로 성장한 배우들이 상당히 많다. 2015년 CF로 데뷔해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연기 전공 21학번으로 재학 중인 박서윤은 "처음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아 몇 번이나 확인했다. 너무 행복하지만 그 만큼 부담도 되는 것 같다"며 "그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원동력이 생긴 것 같다. 진짜 열심히 잘 해야겠다"고 다부진 소감을 전했다.

중앙대학교 졸업작품 '허밍'은 단 6회 차 촬영으로 완성한 영화다. 국사봉과 신림동 사이 어딘가에 자리 잡은 낡은 녹음실에서 사운드 믹싱을 주문 받은 주인공이 영화 속 주인공이었지만 이제는 죽은 여배우 미정이 남긴 공백을 상상과 환상으로 채워가는데, 박서윤은 사망한 여배우 미정 역을 맡아 '연기를 넘어서서 극 중 인물을 실제로 만나는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했다'는 반응을 얻었다. 생활 연기 그 이상의 생활 연기. 영화를 본다면 100%, 아니 1000% 공감할 수 있는 평이다.

특히 '허밍' 팀은 부국제 측의 인원 제한으로 주연 배우 3명만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을 수 있었다. 작품으로 공식 초청을 받았음에도 레드카펫에 오르지 못해 개막식 좌석 티켓팅을 따로 해야 했다는 이승재 감독은 열흘 후, 올해의 배우상을 배출해낸 신예 감독이 됐다. 부산에서 '허밍' 첫 상영과 GV를 마친 후 JTBC엔터뉴스와 만났던 박서윤은 폐막식 이튿날인 12일 오전 "이게 무슨 일이냐"며 기쁨과 눈물의 전화 인터뷰를 추가로 진행해 감사함 가득한 마음을 표했다.

'허밍'은 내달 28일 개막하는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경쟁 초청작이자 후반 제작지원 작품으로도 선정돼 관객들을 만날 예정. 흡사 아이돌 같은 비주얼에 조잘조잘 털어놓는 입담, 매력적인 목소리마저 빛나는 박서윤은 지난 2020년 37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경쟁부문 연기상에 부국제 올해의 배우상까지 자신보다 연기로 먼저 존재감을 알리게 됐다. 충무로 대들보 계보를 당당하게 이을 n년 후 행보가 누구보다 기대를 모으는 배우. 큰 응원이 될 박서윤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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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매니지먼트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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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배우상' 수상 진심으로 축하해요. 무대에서도 부모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의 소감을 남기던데, 깜짝 선물이 됐을 것 같아요.

"소식을 듣고도 믿기지 않았어요. 진짜인지 몇 번 더 확인 했거든요.(웃음) 부모님이 폐막식에 함께 참석해 주셔서 더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걱정 많으셨을텐데 저를 믿고, 제가 가려는 길을 응원해 주셔서 그저 감사해요. 이승재 감독님과 김철윤, 김예지 배우님 등 '허밍' 팀에도 너무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스스로는 왜 올해의 배우상에 선정 됐다고 생각하나요.

"솔직히 이야기 하면 '신인을 발굴한다'는 목적성에 부합하지 않았나 싶어요. 아직 어린 저에게 '열심히 해라. 신인의 마음가짐 잊지 말고 계속 열심히 해라' 응원의 마음으로 주신 것 아닐까요. 물론 저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되는 상이라 행복하고 또 행복할 뿐이에요."



-올해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김선영 류준열 배우와 이야기 나눌 시간은 있었나요.

"아쉽게도 무대에서만 인사를 드릴 수 있었어요. 김선영 선배님께서 가볍게 ''허밍' 너무 재미있게 잘 봤다'고 해주셨고, 류준열 선배님도 '좋았어요, 좋았어요'라고 말해 주셨고요. 사실 부산에 와서 같이 계셨던 분들이 '서윤 씨는 가장 좋아하는 배우 누구야? 닮고 싶은 배우 누구야?'라고 물어보면 제가 항상 김선영 선배님을 언급했거든요. 선배님이 매 작품 연기를 정말 물 흐르듯 하시잖아요. 배우로서 추구미(美)라고 해야 할까요? 선배님의 연기가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연기라 '저렇게 단단한데 물 흐르듯 하는 연기 진짜 배우고 싶다'고 늘 생각했어요. 계속 이렇게 똑같이 말을 했는데, 심사 때 선영 선배님께서 저를 뽑으셨다는 거예요. 그 말에 또 깜짝 놀랐고, 더 행복하고 더 감격스러웠죠."

-이 상이 서윤 씨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요.

"아직 너무 부족하고 어린 저에게 이런 크고 의미 있는 상을 주셔서 뭔가 저에게 또 다른 원동력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진짜 열심히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고, 이 과분한 상에 비할 수 있는, 어울리는 그런 배우라는 것을 꼭 증명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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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석하게 됐죠.

"맞아요. 작품으로는 16살 때 오디션을 보고 붙어서 조·단역으로 참여했던 '벌새'와 지난해 '그 여름날에 거짓말', 올해 '허밍'까지 세 작품이고, 개막식부터 본격적으로 참석한 건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오게 됐어요. '그 여름날에 거짓말'은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작품이었고, '허밍'은 중앙대 졸업 작품인데, 다음에는 동국대 졸업 작품으로 또 한 번 도전해 볼까 해요.(웃음)"

-지난해와 올해 느낌도 다른가요.

"너무 달라요! 지난해에는 이렇게 큰 영화제에 초청 받아 엄청 신기하기도 했지만, 소속사가 없어서 준비를 다 혼자 해야 했거든요. 일정부터 드레스, 샵, 의전 차량 등등 진행되는 모든 것들을 혼자 정리하고, 찾아 다니고, 예약하고 그랬는데 올해는 '이렇게 편하게 있어도 되나' 싶어요.(웃음) 든든한 편이 생겨서 그런지 긴장도 많이 안 한 것 같고, 부산도 이곳 저곳 다니면서 잘 즐겼고요. '내가 지금 잘하고 있나, 놓치고 있는 것 없나' 정도만 확인했어요.

아, 근데 레드카펫을 감독님과 함께 하지 못해 좀 속상했어요. 저희가 한 팀에 레드카펫 설 수 있는 인원을 3명으로 전달 받았어요. 감독님께서 '주연 배우가 3명이니까 3명이 걷는 그림이 좋을 것 같다'면서 저희를 보내셨고, 나중에 스크린으로 볼 때도 '내가 잘 양보했다' 흡족해 하셨다는데, 저희는 아무래도 아쉽죠. 감독님은 개막식 자리도 티켓팅을 따로 하셨거든요. 감독님 생각하면서 더 씩씩하게 걸으려고 했어요."

-부국제에서 지금 소속사와의 인연도 생겼다고요.

"소속사 대표님께서 지난해 부국제 개막식 때 백스테이지에서 저를 보셨다 하시더라고요. 같은 소속사인 (권)소현 언니도 지난해 부국제에 참석했는데, 사실 소현 언니와는 엄마를 통해서 우연히 먼저 알고 있었어요. 저희 엄마가 카페를 하시는데 '엄청 예쁜 친구가 자주 와'라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거든요. 알고 보니까 소현 언니였던 거죠. 엄마가 소현 언니한테 제 이야기를 슬쩍 했고, 저도 언니와 만날 기회가 생겨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소속사와 관련해서도 언니가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는데, 솔직히 저는 그 전까지 소속사의 필요성을 잘 못 느끼고 있었거든요. '언니처럼 가족 같은 회사를 만나면 좋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 소속사 대표님이 저를 보시고는 '명함을 줘볼까 말까' 고민 하셨다고 해요.(웃음) 몰랐는데 엄마는 소현 언니 통해서 몰래 제 프로필을 소속사에 넣었다고 하고요. 가족이 될 운명이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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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밍' 배우 박서윤이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부산=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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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은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감독님께서 원래 캐스팅하고 싶었던 배우가 있었는데 최종 불발 되면서 다른 분께 제 추천을 받으셨다고 해요. 저는 오디션과 미팅 연락을 받았고, 작품이 좋은 것 같아서 참여했다가 합류하게 됐어요."

-촬영은 얼마나 진행 했나요.

"6회 차 밖에 안됐어요. 학교 졸업 작품은 단편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시간 정도만 주는데, 감독님은 그 시간에 혼자 장편 영화를 찍으신 거죠. '와, 줏대 있으시다. 대단하다' 싶었어요. 하하."

-미정은 사실 죽은 존재고, 상상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캐릭터 자체는 굉장히 생동감 있게 그려졌어요. 생활 연기가 연기 같지 않게 너무 자연스러웠다고 해야 할까요? 그냥 그 자리에 그렇게 살고 있는 친구 같더라고요.

"맞아요. 미정은 지금 살아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굉장히 사랑스럽고 밝아 보이지만 녹음 기사의 기억을 통해 일부분만 보여지고, 시체처럼 보이는 장면도 나와서 저는 좀 섬뜩하게 다가 온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그 지점이 좋아서 이 작품을 하고 싶었고요. 처음에는 감독님도 그 포인트를 살려서 찍고 싶다 하셨는데, 실제 촬영을 할 땐 '미정의 설정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그 안에 살아있는 느낌으로 연기하자'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한 평론가 분이 '미정은 주인공의 기억이 보여주는 죽어있는 사람인데, 생생하게 연기해서 오히려 돋보이는 것 같다'는 평을 해주셨더라고요. '잘못된 게 아니구나. 중간에 길을 바꾼 것이 잘한 일이구나' 다행이다 싶었어요."

-실제 박서윤의 모습 있는 그대로가 담기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고요.

"영화가 좋은 가장 큰 이유가 '나'로부터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것 같아요. 드라마나 다른 매체와 다르게 진짜 나를 투영 시킬 수 있는. 저 역시 미정을 만들어 갈 때 저로부터 시작을 하려고 했어서 조금 더 생활 연기처럼 보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도 이 친구는 나와 다른 미정이라는 아이인데, 너무 저처럼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님. 너무 저 같지 않았어요?' 여쭤 보기도 했죠. 근데 '괜찮아요. 서윤 씨 같아도 돼요'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편하게 연기했어요."



-가벼운 질문인데 김밥은 원래 좋아하나요. 말하면서 김밥 속을 쏙쏙 빼 먹는 신이 희한하게 눈에 띄었어요.

"촬영 땐 테이크를 많이 갔어요. 김밥이 저한테 너무 큰 거예요. 자연스럽게 먹으면서 대사를 해야 하는데 김밥이 커서 대사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나름 '몰래 속을 좀 빼 먹고 홀쭉하게 만든 다음에 입에 넣어야겠다' 계산 아닌 계산을 했어요. 일부러 그렇게 연기해야 했던 건 아니고요. 잘 녹여졌다면 다행이에요. 평소에 김밥은 아주 좋아해요.(웃음)"

-극 중 미정은 연기하는 배우로서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의 생각과 입에 맞게 대사도 바꿔서 애드리브로 하려고 해요. 박서윤은 어떤가요.

"저도 주관은 굉장히 뚜렸해요. 하지만 뚜렷한 만큼 다른 분들 의견도 잘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영화가 좋은 두 번째 이유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거든요. '허밍'도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시간을 너무 좋다. 거기에서 제 주관을 이야기 하면, 우리 감독님도 주관이 매우 뚜렷한 분이라 명확한 근거로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반박을 하세요. 그럼 또 '끄덕' 하면서 받아 들이죠. 이번 영화는 리딩 현장이 그야말로 토론의 장이었고, 노트북에 하나 하나 적으면서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야. 지금 나 너무 멋있다'고 혼자 뿌듯해 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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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매니지먼트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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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에 대해 감독님과 의견이 가장 달랐던 장면이 있었나요.

"중간에 긴 독백을 하는 신이 있어요. A4 용지 한 장 좀 안 되는 분량이었는데, 사실 그 부분이 이해가 많이 안 됐어요. 처음엔 어떤 내용인지 파악도 잘 안 되고 뭘 이야기 하는지도 모르겠고 '굳이 이 타이밍에 이렇게 루즈하게 끌고 갈 필요가 있나. 관객들이 뭘 포인트로 얻어 가는 거지? 상대방 리액션도 보여주면서 좀 잘라갔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의견을 제시했는데 '학교에서 교수님한테도 그런 지적을 받았지만, 난 한 톨도 바꾸고 싶지 않다. 어투 어미 다 바꿀 수 없다' 강력하게 말씀 하시더라고요. '대사를 해야 하는 제가 이해가 안 돼서 못 뱉겠다' 했지만 소용이 없었죠.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러다 촬영장에서 감독님이 제가 그렇게 연기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셨어요.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영화이고, 추모하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바치고 싶은 대사인데, 그에게 하고 싶은 미안한 마음을 압축해 놓은 말이라 누군가 그대로 하늘에 대신 해줬으면 좋겠다'고요. 그 때 이후로 입에 지퍼를 딱 잠그고 '한 톨도 바꾸지 않고 하겠습니다!' 하고 감독님이 원하시는대로 연기했어요."

-최종적으로는 이해 했나요.

"네. 감독님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하나 하나 대사를 분석해 보니까 어떤 마음으로 쓰셨는지 그려지더라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밤 늦게 촬영했던 기억이 나는데 끝나고 감독님께서 '브라보!!'라고 외치셨거든요. '이걸 해냈으니까 우리 영화 잘 될 것 같다'고. 진짜 부국제에 왔으니까 '브라보' 맞죠!"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요.

"민영 역할을 연기한 (김)예지 언니와는 겹치는 신이 없었어요. 민영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이라. 근데도 언니미 뿜뿜하는 느낌이 너무 좋았고, (김)철윤 선배님과는 실제 쉬는 시간에도 영화 속 성현과 미정 같았어요. 선배님은 엄청 조용하고 무게감이 있는데 저는 그러지 못하고 옆에서 계속 왔다 갔다 했거든요. '피곤하셨겠다'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많이 친해졌어요. 선배님이 사진 찍는 걸 좋아하시는데 먼저 '사진 찍자'고 해주셔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완성된 작품은 어떻게 봤나요.

"춤 추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 먼저 보여주셨을 땐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요. 자신감에 찬 표정과 그렇지 않은 몸짓이….(웃음) 근데 막상 영화로 보니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싶었어요. 다만 연기할 때 몇몇 습관들이 거슬려서 '고쳐야겠다. 연습 더 많이 해야겠다' 반성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지금 제 친구들이 부산에 와 있어서 영화를 함께 봤거든요. 근데 찐친들은 어쩔 수 없나 봐요. 끝나고 '잘했다. 연기 좋더라' 하면서도 안 좋았던 부분도 야금야금 말해주더라고요. 물론 저도 그 친구들이 나온 영화를 보면 팩폭을 날리지만. 하하.

올해의 배우상 수상 소식을 듣고도 말로는 이러쿵저러쿵 했지만 실시간으로 제가 나오는 영상 다 챙겨봐 주고, 찍어서 올려주고, 가장 먼저 진심으로 축하해 줬어요. 너무 고맙죠.

완전 친한 찐친들인데 같은 (배우) 길을 걷고 있어서 서로 도움이 많이 돼요. 친구가 티켓팅에 성공해서 박보영 선배님 액터스 하우스도 다녀왔어요. 실제로 보니까 더 왜 '뽀블리 뽀블리'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너무 귀여우시고 '저런 모습은 따라해 볼까?' 싶기도 했고요."

-GV 반응도 좋았나요.

"독립영화를 꾸준히 찍다 보니까 낮 익은 분들도 많이 오셨더라고요. 제 전 작품을 보고 오신 분들도 계셔서 감동했어요. 저와 제가 했던 말도 기억하고 '두 작품 다 장편 주인공으로 찍었고, 지난해에는 어떤 부담감이 있다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 부담감이 없었나'라는 질문을 해주시더라고요. 감사했죠.

모더레이터 분께는 나중에 투자사 하라는 말도 들었어요. 하하. 두 작품 다 신인 감독이 찍은 작품인데 뭘 보고 참여해서 첫 장편으로 부국제를 오고 2년 연속 초청을 받게 됐냐고요. 작품 보는 눈이 있는 거니까 투자사해서 '이거 잘 될 것 같습니다' 골라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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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에서 미정과 엄마는 꽤 많이 티격태격해요. 엄마는 엄마 말대로 하길 바라는데 미정이는 듣는둥 마는둥 하죠. 실제는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촬영장에는 아빠랑 많이 갔어요. 아빠가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엄마는 고정 된 일을 하느라 항상 바빴거든요. 한 살 터울 친오빠가 있는데 엄마는 오빠를 더 챙기고 더 신경을 많이 쓰기도 했고요. 촬영장에서 아빠는 미정의 엄마보다는 오히려 녹음 기사 같은 느낌이었어요. 멀리서 가만히 지켜보면서 별다른 말은 안하지만 필요할 땐 또 바로 바로 도와주고. 현장 다닐 땐 아빠의 힘이 컸죠, 그리고 엄마는 좀 소녀 같아서 저를 약간 감정적으로 다루는 것 같아요. 차이점이 확실해서 조언을 구할 땐 아빠 반 엄마 반 구하죠."



-배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아빠 친구 아들, 어렸을 때부터 알았던 '아친아'가 있는데요. 그 친구가 어느 날 자기 연기 학원에 다닌다고 엄청 자랑을 하는 거에요. 13살 때였는데, 부럽기도 하고 질투심에 눈이 멀어서 따라갔어요. 선생님이 제가 귀여우니까 '수업 하는 거 듣고 가' 하셨는데 진짜 너무 재미있어서 엄마 아빠를 1년 정도 졸라 다니게 됐어요."

-1년이나 졸랐다고요.

"부모님 설득하려고 PPT도 만들었어요. 초딩이 뭘 얼마나 잘 만들었겠어요. 지금 보면 넣을 수 있는 효과만 다 넣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건데 그땐 간절해서 '한 번만 앉아주세요!' 하고는 '연기 학원 다니고 싶은 이유'를 열심히 설명했죠. 노력이 보였는지 '그래 가 보자' 해서 겨우 허락 받고 등록은 했는데 집이 남양주고 학원은 신사동이었거든요? 한 번도 데려다 주신 적은 없어요. '너 혼자 다녀. 책임지고 다녀' 하셔서 1년 동안 한 번도 안 빠지고, 지각도 안 하고 혼자 꼬박 꼬박 다녔어요. '얘가 진짜 할 생각이 있나? 열심히 하네' 하시면서 그 때부터 지지를 해주시더라고요."

-대학에 합격했을 땐 완전한 신뢰를 얻었겠어요.

"완전요. 저는 눈물이 안 났는데 엄마가 우셔서 '엄마 왜 울어요' 했던 기억이 나요. 아빠는 또 무뚝뚝하게 '소고기 먹자' 하시고요.(웃음) 지금은 너무 과분하게 응원해 주고 계셔서 감사해요."

-학교에 필드까지 나와보니 정말 적성에 맞는 것 같나요.

"아직까지는 처음 시작할 때와 똑같은 마음이에요. 너무 재미있고, 다른 것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안 해요. 물론 언젠가 질릴 수도 있고 힘에 겨울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연기하는 게 행복하고 좋으니까 지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서 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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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러울 수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이나 장점이 있다면요.

"음… 음…. 저는 일단 똑부러지고 야무진 것 같아요. 저는 제가 그런 줄 몰랐는데, 가장 많이 들었던 칭찬을 생각해보면 '너 참 똑부러진다. 야무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가끔 제가 한 말에 제가 웃기도 하거든요? 다들 안 웃는데 저 혼자 깔깔 웃어요. 저는 재미있으니까. 제 스스로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말하는 성격도 아주 매력적인 것 같고요.

"제가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새침해 보이고 도도해 보이고 막내딸 같다!' 하는데 입을 열면 다르다고 해요. 일단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친구들에게 '보기와는 다르네. 어린 꼰대 같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요즘 흔히들 이야기 하는 MZ 스타일은 아닌가 봐요) MZ가 되고 싶은 MZ랄까….(웃음) 누가 뭘 하면 일단 자제 시키는 롤이에요. '예의를 갖춰라' 하고요. 그래서 '애 늙은이 같다'고 하나 봐요."

-배우 박서윤으로 언젠가 꼭 보여주고 싶은 역할도 있을까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 같은 질문을 받으면, 사실 아직 해본 게 너무 적어서 그런지 쉽게 답을 못하겠더라고요. 여중생, 여고생만 했으니까요. 그냥 지금의 저는 뭐든 해보고 싶어요. 액션, 사극, 부잣집 딸, K장녀 등등. 무궁무진한 역할을 한 번씩은 다 경험해 보는 게 꿈이자 목표예요. 지금까지는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 같아서 기회만 주어진다면 좀 더 넓고 크게 도전해 볼 생각이에요."

-평소에도 드라마와 영화를 자주 챙겨 보나요.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많이 봐요. 원래 판타지를 되게 좋아했는데, 요새는 독립영화를 많이 찍어서 그런지, 드라마 장르나 휴먼 다큐가 재미있더라고요. 고레에다 감님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재미있게 봤고, 이창동 감독님의 '시'는 두 번 봤는데 한 번 보고 좋아서 최근에 한 번 더 봤어요. 요즘 이런 쪽의 장르가 끌리는 것 같아요."

-연기 외 관심 갖고 있는 건 없나요.

"힙합, 힙합 댄스요! 저 요즘 춤 배우고 있어요. 학교 현대무용과에 힙합을 전공한 친구들이 꽤 있어서 그 친구들에게 주기적으로 배우고 있어요. 워낙 춤을 못 추고 리듬감이 없는데, 전작에 이번 작품까지 하면서 '뭐든 미리 좀 해 놔야겠다. 베이스를 깔아 놔야 하는구나. 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구나. 갈고 닦아 놔야 하는구나' 깨닫게 된 지점들이 있었거든요. 학교 다닐 때, 시간 될 때 최대한 배워 두려고 해요. 춤출 때 만큼은 뉴진스가 된 것 마냥 신나게 추고 그냥 보면 꽤 만족스럽기도 한데 영상으로 찍으면 아직….(웃음) 기타도 배우고 있고요. 다행히 재미있어서 꾸준히 하게 될 것 같아요."

-신인들에게는 꼭 하는 질문이에요. 존경하는 선배, 롤모델이 있나요.

"서울예대다 보니까 학교 선배님들을 먼저 말하게 돼요. 전도연 선배님. 그리고 정유미 선배님. 정유미 선배님 작품이 비교적 최신작이라 교수님들이 예시 작품으로 많이 보여주시거든요. '우리 유미 영상 봐야지~' 하시면서요.(웃음) 저희도 '와 유미 선배님이다!' 하면서 보는데 교수님이 '너희도 이 정도 해야 돼. 이래야 떠'라고 하시면 급 현실을 자각하게 돼요. 저와 같은 나이에 찍은 선배님 옛날 작품들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연기 하셨을까' 싶거든요. 선배님들을 잘 따라갈 수 있는 후배이자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학교 열심히 다니면서 열심히 배우고 연기도 더 열심히 할테니 지켜봐 주세요."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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