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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야유를 박수로' 홍명보 감독, "전체적으로 다 잘 됐다…분위기 아주 좋아"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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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김환 기자) 홍명보 감독이 자신에게 쏟아지던 야유를 3경기 만에 박수로 바꿨다.

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홍명보 감독이 인터뷰를 마치고 출국장을 빠져나가자 팬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난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경기에서 홍명보 감독을 향해 야유가 쏟아졌던 걸 생각하면 엄청난 반전이다. 홍 감독은 10년 만에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고 치른 세 번째 경기에서 야유를 박수로 바꾼 셈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 요르단의 수도 암만의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개최)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차전 원정 경기에서 이재성과 오현규의 연속골을 묶어 2-0 완승을 거뒀다.

승점 3점을 확보한 한국은 요르단을 끌어내리고 B조 선두로 올라섰다. 뒤이어 이라크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승리했지만 한국이 득실차가 더 높기 때문에 자리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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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은 선발 출전한 황희찬과 교체 출전한 엄지성이 연이어 쓰러지면서 왼쪽 날개가 두 번이나 꺾였으나, 이재성과 오현규의 득점을 앞세워 예상치 못한 변수를 이겨내고 적지에서 승리를 따왔다. 무엇보다 B조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로 여겨지는 요르단 원정에서 승점 3점과 함께 돌아왔다는 게 긍정적이다.

요르단의 탄탄한 수비에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던 전반 38분 이재성이 번뜩였다. 오른쪽 츠측면에서 공을 잡은 설영우가 페이크 동작으로 상대 수비를 벗겨낸 뒤 왼발 크로스를 올렸는데, 이를 요르단 수비진의 시야 밖에서 달려오던 이재성이 러닝 점프 후 헤더슛으로 연결해 요르단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후반 23분에는 엄지성과 주민규를 대신해 투입된 배준호와 오현규가 추가골을 합작했다. 배준호가 내준 공을 받은 오현규가 페널티 지역 왼편에서 스텝 오버로 수비를 제친 뒤 날카롭게 쏜 슛이 요르단 골문 구석에 꽂힌 것이다.

'에이스' 손흥민이 없고, 황희찬과 엄지성이 연속으로 부상을 당한 상황에도 침착하게 요르단전을 준비한 홍명보호는 결국 승리로 경기를 장식했다. 홍 감독 부임 후 3경기 무패(2승 1무)를 기록한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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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전 승리를 통해 홍명보 감독을 향한 의심이 조금이나마 지워진 모양새다. 11일 인천공항에서 귀국 인터뷰를 진행한 홍명보 감독을 향해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적지에서 승리를 따내고 돌아온 승장을 위한 박수였다.

홍명보 감독은 "요르단전이 특별히 분위기를 바꾸는 경기였다기보다 월드컵 예선 중에서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경기의 승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준비를 했고, 선수들이 잘 해줘서 승리를 따냈다는 생각이 든다. 손흥민 선수도 빠지는 등 전체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선 수들이 그런 것들을 잘 극복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팔레스타인과 비긴 뒤 오만을 상대로 원정에서 간신히 승리하고 돌아왔던 9월 2연전과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이 괜찮았는지 묻는 질문에는 "전체적으로 다 잘 됐다"면서 "우리가 1차전보다는 2차전이 더 나았고, 2차전보다는 이번 요르단전이 더 나았다"고 짚었다.

홍 감독은 그러면서도 "우리에게는 아직 경기(이라크전)가 남아 있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잘 준비해야 한다. 요르단전 승리는 생각하지 않고 이라크전을 잘 준비해야 될 것"이라며 중요한 이라크전까지 방심을 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황희찬과 엄지성의 부상에 대해서는 "지금은 어려운 상태인 것 같다.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1차적으로는 대안이 나왔는데, 오늘 미팅을 통해 대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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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황희찬 선수가 경기 초반부터 폼이 좋았고, 황희찬이 부상을 당하고 대신 들어간 엄지성 역시 굉장히 좋았는데 같은 포지션에서 두 명이 연속으로 부상을 당하니까 굉장히 난감했다"고 고백하면서 "그래도 마지막에 투입된 배준호 선수가 경기를 잘 마무리해줬고, 오현규 선수도 득점을 해줘서 공격진의 밸런스는 나쁘지 않았다"고 평했다.

이재성의 선제골이 터졌지만 불안한 리드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한국에 확실한 승기를 가져온 건 홍명보 감독의 적절한 교체 판단이었다. 배준호의 경우 엄지성이 부상을 당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투입이 불가피했지만, 홍 감독은 주민규가 상대 수비에 고전하자 센터백과 직접 싸우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무기를 갖고 있는 오현규를 투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적중했다. 배준호와 오현규는 사실상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는 추가골을 합작했다. 경기 후 요르단의 자말 셀라미 감독이 두 번째 실점을 내준 뒤 패배를 직감,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로 선택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홍명보 감독은 "전체적으로 지금 있는 구성원들로 준비했다. 물론 불행하게도 같은 포지션에 있는 황희찬 선수와 엄지성 선수가 부상을 당해서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후반전에 다른 공격 옵션 카드를 사용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그거를 쓰지는 못했지만, 선수들이 충분히 90분을 잘 소화해줬다. 나머지 선수들도 본인이 맡은 역할들을 충실하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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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현규와 배준호의 활약은 대표팀에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2000년대생인 두 선수의 맹활약은 대표팀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홍명보 감독은 "세대교체를 할 수 있는 연령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그 선수들은 미래 자원이다. 향후 2년, 3년 뒤에 뛸 미래를 대비한 자원이기 때문에 그 선수들이 성장하는 걸 꾸준히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좋은 팀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아주 중요한 선수들"이라며 "지금 소속팀에서 정말 잘 해주고 있고, 대표팀에서도 잘할 수 있는 전략으로 가는 건 한국 축구의 미래를 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패배한 경험이 있는 선수들에게 요르단전을 앞두고 어떤 이야기를 해줬는지 묻자 홍명보 감독은 복수도 중요하지만 팀이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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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무래도 요르단 선수들은 지난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이겼기 때문에 굉장히 자신감이 있었을 거고, 패배한 우리는 부담감이 많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기본적으로 우리가 지난 경기에서 졌기 때문에 복수전이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하는 거였다. 선수들이 그걸 잘 해줬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하고 있다"면서 선수들을 칭찬했다.

요르단전 승리로 대표팀의 분위기는 한껏 좋아졌다. 홍명보 감독도 "분위기는 정말 좋다. 아무래도 처음 소집했을 때보다 이번 소집이 더 자연스러웠다. 또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걸 두고 선수들이 더욱 집중하면서 준비를 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

끝으로 또다시 이라크와 조 1위 결정전을 치르게 된 점을 두고는 "오늘 내일 구상을 해봐야 될 것 같다"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인터뷰를 마치고 공항 밖으로 향하는 홍명보 감독에게는 공항에서 기다리던 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지난달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뒤덮었던 "홍명보 나가!" 구호와 야유를 생각하면 한 달 만에 평가가 반전됐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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