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떨어진 '소비 대출'로 주식투자 성행…中당국 "레버리지 증가 엄격 통제"
중국 주식시장 |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금융·경제 당국의 부양책 발표가 이어지면서 중국 주식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는 가운데, 중국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대출금을 주식 투자에 전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10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과 증권시보에 따르면 광둥성·푸젠성·산둥성 등 중국 내 20곳 이상의 은행이 전날 대출금의 부동산시장·주식시장 유입을 엄금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광둥성 룽촨 농촌상업은행은 전날 발표에서 "신용 대출 자금은 위법하게 부동산시장에 유입돼서는 안 되고, 주식·선물·금융파생상품 및 법규가 금지하는 기타 용도로 쓰여서도 안 된다"며 "고객이 대출금을 위법하게 이런 영역에 쓰면 발견 즉시 대출금을 조기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젠성의 쑹시 농촌신용협동조합은 기업 경영 대출과 개인 소비 대출, 개인 경영 대출은 '합법·합리적 소비'와 '경영적 필요'에만 쓰는 것이라며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전용할 경우 신용 한도를 줄이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지했다.
중국 주식시장이 당국의 유동성 공급과 금리 인하, 증시 안정화 자금 투입 등 잇단 대책 발표에 힘입어 지난달 말부터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나온 시중은행들의 이런 발표는 중국 중앙은행의 통제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 직속 매체 금융시보는 지난 8일 "금융 관리 부문이 상업은행을 대상으로 이미 창구 지도를 실시, 투자자의 적합성 관리와 투자자 보호를 고도로 중시하고 내부 통제와 합법적 관리 강화 및 레버리지 증가 엄격 통제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출 자금의 주식시장 진입 금지는 상업은행이 반드시 지켜야 할 금융 감독·관리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시중은행 소비 대출의 통상적 용도는 주택 수리와 내구소비재 구매, 여행, 교육 등이다.
그러나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불붙을 때마다 이 대출금이 전용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차이신은 우량 투자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은행의 소비 대출 금리가 연 3% 이하로 떨어지자 증권사를 통한 자금 융통 비용보다 소비 대출 부담이 작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대출받아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고객 자금이 우리 은행 시스템 안에서 움직인다면 흐름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부동산·주식시장 혹은 다른 위법한 용도로 쓰이면 즉시 계약 위반이 된다"며 "하지만 자금이 은행 (시스템) 밖으로 나가면 모니터링이 어려워진다"고 털어놨다.
중국 금융 당국은 최근 몇 해 동안 은행 간 정보 장벽 허물기를 유도해왔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금 정보가 아직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또 일선 은행원 중에는 실적 평가 때문에 소비 대출금 전용을 눈감아주는 일도 있다고 차이신은 설명했다.
인민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중국 가계 대출 잔액은 81조5천700억위안(약 1경5천500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8% 늘었다. 이 가운데 개인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소비 대출 잔액은 20조위안(약 3천810조원)으로 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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