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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나의 혜리에게’ 신혜선·이진욱·강훈을 슬프게 하는 것들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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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아직도 내가 불쌍하니? 나 있지. 너랑 사귀면서 그냥 ‘니 창창한 앞날에 걸림돌은 되지 말자’ 겨우 그거 하나 노력하고 살았는데 그게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진짜 노력했거든? 그런 나한테 니가 이러면 안되지!”라 말하는 자신이 지니 TV 오리지널 '나의 해리에게' 속 주은호(신혜선 분)를 슬프게 한다.

싱그러운 신록,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계단, “안녕, 잘 가!” 말했던 정현오(이진욱 분)의 입은 은호를 슬프게 한다. 그 말 끝, 뺨에 눈물 한 방울 굴리며 애써 짓던 현오의 미소도 은호를 슬프게 한다.

“아침은 나가서 삼겹살 먹자”더니 옷 갈아 입고 나왔을 때 “나 갈게”라며 떠나가던 현오의 뒷모습. ‘아, 저 사람은 언제든 저리 쉽게 떠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느닷없이 찾아든 자각은 은호를 슬프게 한다.

현오가 잃어버렸다던 어머니의 목걸이, 용케 일본 출장길에 구입해 선물했던 그 목걸이가 이별 후 오랜만에 얻어 탄 현오 차 백미러에 걸려 흔들리는 것을 보았을 때, 원래 그 자리는 자신이 고집했고 현오는 기어코 끌러 대시보드에 넣어놨던 기억을 떠올렸을 때, 그럼 ‘그 동안 현오는 날 그리며 이 목걸이를 백미러에 걸어두었던 걸까?’ 싶은 애처로운 상상은 은호를 슬프게 한다.

이제는 책장 속에 넣어두고 다시는 꺼내보지 않으리라 작심한 순간 “가끔은 아파 달라” 호소하는 현오를 빗 속에 남겨두고 “안녕!”하며 문을 닫았을 때, 현오의 마지막 젖은 모습은 은호를 슬프게 한다.

그 현오가 예정돼있던 9시 뉴스 앵커 자리에서 밀려났단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이유가 자신의 정오뉴스를 보장받기 위해서란 얘기를 들었을 때, ‘아, 그렇게 애썼음에도..’ 끝내 자신이 현오의 걸림돌이 되고 만 현실은 은호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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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있지. 나를 세 달 이상 견디는 남자랑은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라며 쫑알대는 은호의 뒷 모습은 정현오를 슬프게 한다.

은호와는 정말 결혼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자신의 처지, 다섯 할매 봉양이란 자신의 의무에 은호를 끌어들일 순 없는 자신의 처지가 현오를 슬프게 한다.

그 다섯 할매 중 한 할매가 작고하고 남은 네 할매. 그 중 미자할매(최수민 분)의 부상 소식에 삼겹살 아침 외식을 기대하던 은호를 남겨두고 떠나올 때, 차 백미러에서 흔들리는 은호가 선물한 목걸이가 눈에 들고 ‘아, 은호를 안보고는 살 수 없는데’ 싶은 자각에 발길 되돌려 은호집 문을 두드렸을 때, 마침내 문을 열고 나선 은호가 “잘 가!”하며 문을 닫을 때 담담한 듯 서늘한 은호의 눈매가 현오를 슬프게 한다.

그렇게 은호 집을 떠나 도착한 병원. 계단에서 굴러 다리에 깁스한 미자할매를 보며 온전히 걱정만 할 수는 없는 자신의 이기심이 현오를 슬프게 한다.

비록 채권자와 채무자로 만났지만, 그리하여 자신의 남은 인생을 저당 잡혀 버렸지만, 20여 년을 한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이제는 남들 부럽지 않은 조손, 식구가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친절을 받았으니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부채의식에 잠식돼 온전히 할매들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현오를 슬프게 한다. 어쩌면 유일한 사랑 은호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게 만든 장본인들로 원망하고 있는 건 아닌 지 싶은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현오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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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씨!” 반갑게 불러봤다. 몇날며칠을 기다렸으니 반가웠다. 그 부름에 돌아서는 혜리씨의 낯선 눈빛이 강주연(강훈 분)을 슬프게 한다.

그 눈빛은 미디어N서울 본사 로비에서 마주친 혜리씨의 눈빛을 닮아있었다. 당시 그녀는 뭐에 놀란 듯 화장실로 도망쳤고 그 곳에서 거울을 깬 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의무실에서 깨어난 혜리씨는 다정하고 엉뚱한 예전 모습 그대로여서 안도한 기억이 있다.

그런 혜리씨가 주차장 정산소에서 사라졌을 때, 부산행사장서 우여곡절 끝에 혜리씨의 주소를 알아내곤 그 길로 43만원 택시 대절비를 들여 혜리씨의 집을 찾았을 때, 아! 그녀는 다른 남자와 있었다. 더 이상 친밀할 수 없게 낯선 남자와 장난치는 그녀의 모습은 주연을 슬프게 한다.

부산행사장에 우연히 난입한 전재용(윤주만 분)에게서 들은 이름 주은호. PPC아나운서로 검색된 그 낯선 이름이 주혜리와 똑같은 얼굴임을 확인했을 때, “가족이 없다”던 주혜리의 말에 대한 의심과 혼란은 주연을 슬프게 한다.

주연의 부름에 돌아선 혜리씨는 앞머리로 눈매를 가리고 있지 않았다. 한 템포 늦게 짓는 미소는 작위적이었다. “안녕하세요. 강주연씨!” 건네 오는 인사에는 혜리씨 특유의 온기가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거리감은 주연을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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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오에 대한 마음은 정리를 했다. 그 마음만 정리 되면 불행이 조금은 사그러들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정현오가 자신을 위해 본인의 꿈이었던 9시 뉴스 앵커 자리를 포기했다. 자신의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그때 주혜리가 만든 실반지가 눈에 들어온다.

“한번 살아보고 싶었죠. 마냥 행복한 그 애처럼 살아볼 수 있다면 나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한 번 주혜리로 살아볼 생각이 들었다.

그 출근길에 동생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주혜리가 사랑했다는 남자다. 맞인사를 해주었다. “안녕하세요. 강주연씨!”

과연 주혜리를 사랑했던 강주연은 주혜리가 아닌 주은호를 사랑할 수 있을까? 주혜리로서 사랑했던 강주연을 주은호로서도 사랑할 수 있을까? ‘나의 해리에게’ 가 궁금하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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