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 후 기자회견장의 다르빗슈. 티셔츠 속 사진이 처남의 모습이다. / mlb.com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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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백종인 객원기자] 그런 날이 있다. 유독 일이 많은 날 말이다. 어제(한국시간 7일)가 그랬다. 다저 스타디움이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시끄럽던 NLDS 2차전(다저스-파드리스)이다. 끝나고도 마찬가지다. 챙겨야 할 게 하나 둘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인터뷰가 진행된다. 그중 빼먹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중요한 승리투수의 얘기다. 기자회견장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 무사 만루 위기도 있었다. 긴장되지 않았나.
“별로 그렇지는 않았다. 왜 그런 지는 잘 모르겠다. 서른여덟이나 먹고 긴장하고 있는 것도 우습지 않나.” (여기저기서 킥킥대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 경기가 10분 넘게 중단됐다. (매니) 마차도와 선수들이 무슨 얘기를 했나.
“(욕설을 뜻하는 듯) 더러운 말들만 했다.” (기자들이 일제히 빵 터진다.)
그런 와중이다. 어느 기자가 별걸 다 묻는다. “그 옷에 있는 사람은 누군지….” 입고 있던 티셔츠에 프린트 된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다. 마치 기다렸던 것 같다. 답은 즉각 돌아온다. 통역을 거치지 않은 영어로 된 답변이다.
“아, 이거? 6년 전에 세상을 떠난 내 처남이다. (He is my brother-in-law. He passed away six years ago.)” 일순간 장내가 숙연해진다.
2차전 승리투수 다르빗슈 유는 기자회견장에 가벼운 차림으로 나타났다. 흰색 티셔츠에는 파이터의 흑백 사진이 그려졌다. 그의 처남이자, 천재 파이터로 알려진 야마모토 키드(KID) 노리후미의 모습이다. 지난 2018년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위암이었다.
처남 야마모토(오른쪽)에게 공 던지는 법을 가르치는 다르빗슈의 모습. /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 SNS |
다르빗슈의 결혼 스토리는 유명하다. 10년 전 두 번째 아내를 맞았다. 6살 연상인 그녀의 결혼 전 이름이 야마모토 세이코다. 티셔츠 속의 노리후미는 바로 그녀의 오빠다. 그러니까 다르빗슈와는 처남-매부지간인 셈이다.
그는 일본의 정상급 레슬러였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면서, 격투가로 전향했다. 키드(KID)라는 링네임으로 활동했다. 팬들은 ‘신의 아들’ 혹은 ‘천재 파이터’라고 불렀다. K-1 HERO’S와 DREAM 같은 무대에서 뛰었다. 2005년 대회에서는 미들급 그랑프리 우승도 차지했다.
프로 무대 종합 전적은 26전(18승 6패 2무효)이다. 레슬링이 기반이지만, 뛰어난 타격가였다. 18승 중에 13번을 KO로 끝냈다. 서브미션 승리는 2번이다. 2011년에는 UFC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한참 활동할 때 빨간 불이 켜졌다. 38세 때인 2015년에 암 진단을 받았다. 이 사실을 1년 넘게 숨겼다. 계속 선수 생활을 고집했다. 결국 2018년 3월에 쓰러졌다. ‘임종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선고가 내려졌다.
안타까운 소식은 다르빗슈의 귀에도 들어갔다(시카고 컵스로 이적할 무렵이다). 이후는 ‘매제의 시간’이다. 처남을 위한 모든 것에 팔을 걷어붙였다.
“남은 시간 1분, 1초라도 가족들과 함께 마음 편하게 지내시라.” 남들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장소를 마련했다. 고인과 가족들(아내와 3자녀)이 평소 좋아하던 괌이었다.
당시는 이미 병이 깊었다. 비행기도 타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자 의료시설을 갖춘 전용기(에어 앰뷸런스)까지 동원했다. 24시간 돌볼 전담 의료진도 곁에 두게 했다. 가족들의 숙소와 머무는 데 필요한 경비는 물론이다.
그렇게 3~4개월이 지났다. 그해 9월 18일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나이 41세였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준비하던 대회가 있었다. 후배들의 파이트 머니를 마련해주기 위한 이벤트였다. 주최자가 쓰러지며 무산될 위기였다. 그것도 무사히 개최됐다. 다르빗슈가 경비 전액을 흔쾌히 지원한 덕분이다.
(병상에 있던 고인도 이 대회를 휴대전화로 지켜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처남 가족과 함께. 가운데가 다르빗슈 부부. /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 SNS |
그보다 4년 전이다. 다르빗슈의 결혼(2014년)은 세간의 화제였다. 아내 세이코도 유명인이다. 세계 선수권을 4번이나 석권한 레슬링 스타였다. 게다가 둘 다 ‘다녀온’ 사람들이다. 사람들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았다.
하나밖에 없는 오빠는 오죽하겠나. 여동생보다 6살이나 어린 처남이다(자신보다는 9살 아래). 영 마뜩잖다. 들어보니 평판도 별로다. 어렸을 때부터 싹이 노랗다. 18살도 되기 전에 담배 피우며 빠찡꼬 하는 사진이 찍혔다(주간지 보도). 반대가 심한 게 당연하다.
아마 그 결혼의 가장 중요한 관문이었던 것 같다. 어린 처남의 기억이다.
“조금 겁이 났지만, 일단 (매형을) 만났다. 그리고 다짜고짜 직진했다.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 모든 걸 털어놨다. 알고 보니 겉모습만 싸움꾼이었다. 무척 부드럽고, 온순한 성격이더라. 그 자리에서 금세 친해졌다. 4년간 가족으로 지낸 것이 자랑스러운 분이다.”
다르빗슈가 어느 방송에 출연해 밝힌 얘기다.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그것이 내가 야구에 몰두할 수 있는 동력이기도 하다.”
그는 먼저 세상을 떠난 처남의 가족들을 여전히 돌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르빗슈는 2년 전 뉴욕 메츠와 와일드카드 1차전 때 승리투수가 된 뒤에도 KID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야마모토 가문 3남매의 어린시절. KID 노리후미, 미유, 세이코(왼쪽부터). / 다르빗슈 세이코 SNS |
*** 레슬링 가문
다르빗슈의 처가, 즉 야마모토 패밀리는 유명한 (아마추어) 레슬링 가문이다. 아버지 이쿠에이는 뮌헨 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레코로만형 57㎏급의 일본 대표였다.
자녀 3명도 아버지의 길을 따랐다. 첫째 딸이 미유다. 17세에 세계를 제패했다. 그리고 둘째 딸이 바로 (다르빗슈의 아내) 세이코다. 두 자매가 목에 건 세계 선수권 금메달만 5개나 된다. 둘 사이의 아들이 다르빗슈의 처남인 KID 노리후미다.
첫째 딸 미유의 전 남편도 프로 파이터다. 슈토라는 단체의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엔센 이노우에다. 그의 지도 아래 KID가 종합 격투기 무대에 섰다.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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