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회의 장면서 나온 말
거의 그대로 베껴 연설문으로
거의 그대로 베껴 연설문으로
지난달 26일 UN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왼쪽). 이날 미국 드라마 '더 웨스트 윙'의 대사를 표절한 연설문을 읽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오른쪽은 드라마 장면 속 가상의 미국 대통령 '조사이어 바틀렛(마틴 신 扮)'. /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 |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옛 미국 드라마 대사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드라마 속 가상의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과 내부 회의를 하는 장면에서 한 말을 거의 그대로 베껴 연설문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번 의혹은 4일 아르헨티나의 정치 평론가 카를로스 파그니가 현지 매체 일간 라나시온에 ‘밀레이가 유엔에서 드라마 ‘더 웨스트 윙’의 주인공을 베낀 날’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하면서 불거졌다. 파그니는 지난달 24일 밀레이가 제79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모든 사람의 생명, 재산, 언론의 자유, 신앙의 자유, 무역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믿는다”고 한 발언이 ‘더 웨스트 윙’ 시즌4의 15화에 나온 대사 “우리는 어디에서나 모든 이의 언론의 자유, 예배의 자유, 학습의 자유를 지지한다”와 거의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더 웨스트 윙은 미 NBC 방송에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7시즌에 걸쳐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다. 해당 장면에서 극 중 미국 대통령 조사이어 바틀렛은 백악관 참모들과 회의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라나시온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약 15분간 연설하면서 단상에 준비된 대본을 읽었는데, 후반부 약 1분 동안의 연설문이 드라마 대사와 거의 흡사했다. 드라마 속 “지금은 한 국가에서 폭탄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 옮길 수 있는 시대”라는 대사는 “이제는 한 국가의 일이 다른 국가에도 빠르게 영향을 미치는 시대”로, “우리는 정치적 억압, 노예제, 종교적 광신주의 등 폭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라는 대사는 “모든 민족이 경제적 억압, 경제적 종속, 종교적 광신주의 등 폭정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로 바뀌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지 여론은 표절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일간 라나시온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긴 어렵다. 정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는지 의문”이라면서 “밀레이의 소통 담당 고문인 산티아고 카푸토가 ‘웨스트 윙’ 드라마를 쓴 작가의 광팬이라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고 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김휘원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