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KT위즈와 LG트윈스 경기. 1회말 KT 선발 고영표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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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정규리그 5위팀 KT위즈가 체력적인 부담을 극복하고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을 이길 수 있었던데는 토종 에이스 고영표(33)의 역투가 결정적이었다.
고영표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 1차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을 3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막았다.
고영표가 경기 초반을 책임진 덕분에 KT는 LG를 3-2로 누르고 준PO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역대 5전 3선승제 준PO에서 1차전 승리팀이 PO에 오른 것은 무려 73.3%나 된다.
최근 고영표는 무리한 등판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달 28일 키움히어로즈전에서 구원투수로 나와 5이닝(1실점) 동안 48개 공을 던져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이틀 쉰 뒤 1일 SSG랜더스와 5위 결정전에서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1⅔이닝 (1실점)동안 18개 공을 뿌렸다. 그리고 또 이틀만 쉬고 3일 두산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무실점) 동안 투구수 14개를 기록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보통 주전급 구원투수의 일정과 비슷하게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고영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등판 후 겨우 하루 쉬고 PO 1차전 선발로 나섰다.
시즌 막판부터 계속된 강행군에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자 고영표가 선발 등판을 자원했다. 긴 이닝은 어려워도 오프너로 2~3이닝 정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강철 감독도 이날 경기를 앞두고 “고영표에게 최대 50구 정도를 기대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고영표는 투구수를 최대한 아끼면서 LG 타선을 잠재웠다. 특유의 주무기 체인지업과 투심 패스트볼로 아직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은 LG 타선을 요리했다. 3회말까지 투구수가 29개에 불과했다. 4회말 선두타자 홍창기까지 10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갔다.
투구수 30개가 넘으면서 고영표의 공도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1사 후 신민재와 오스틴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1실점했다. 하지만 계속된 2사 1, 2루 위기에서 강타자 김현수를 투수 앞 땅볼로 잡고 자신의 역할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이날 4이닝을 책임지면서 고영표가 던진 공은 56개였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37개나 던진 것이 LG 타자들에게 주효했다.
2021년부터 세 시즌 연속 10승 이상 기록하면서 KT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고영표는 올 시즌을 앞두고 5년 총액 107억원(보장액 95억원, 옵션 12억원)이라는 대박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FA 계약 첫 시즌인 올해는 부상 등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6승 8패 평균자책점 4.95에 그쳤다. 특히 LG를 상대로는 1경기 평균자책점 9.64로 유독 부진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특유의 마술 같은 체인지업과 정교한 제구가 살아나면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보여줬다.
고영표가 1차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KT는 남은 경기에서 선발진 운영이 한층 수월해졌다. 2차전 엄상백, 3차전 윌리엄 쿠에바스, 4차전 웨스 벤자민 순서로 정상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100개까지 던질 수 있다던 선발 고영표가 4회 올라갈 때 보니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며 “(1점을 준 뒤) 마지막 타자인 김현수를 잘 막아줬다. 나머지 투수들도 호투해 이길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영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2회 끝나고 이강철 감독님이 괜찮냐고 물어보셔서 100구까지 던질 수 있으니 평소와 똑같이 봐달라고 말씀드렸다”며 “4회에 지친 모습이 나와 감독님이 끊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정규시즌 때 부진했고 부상 여파로 많은 경기에 나오지 못했는데 뒤늦게 컨디션이 올라오는 것 같다”며 “선발이든, 불펜이든 언제든지 던질 준비가 돼 있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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