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령탑 에릭 텐 하흐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자신에 대한 경질론을 거의 외면했다. 시즌이 끝날 때 우승컵 들어올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지막에 평가해달라고 항변했다.
맨유는 4일(한국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FC포르투와 3-3으로 비겼다.
맨유는 이날 죽다 살았다. 전반 7분 마커스 래시퍼드, 전반 20분 라스무스 회이룬이 연속골을 넣으며 앞서갔으나 이후 3골을 내주더니 핵심 공격 자원 브루누 페르난데스까지 경고 누적으로 레드카드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늘이 동앗줄을 내렸는지 수적 열세 속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가 코너킥 때 헤더골을 넣어 3-3으로 비겼다.
맨유는 2무승부로 유로파리그 36개팀 중 21위에 그쳤다.
하지만 텐 하흐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이날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이번 시즌 성적 부진에 대해 지금 평가할 사항을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텐 하흐 감독은 포르투전 직후 "우린 지금 과정이다. 기다려 달라"면서 "지금 시점에서 우리 팀을 평가하지 말아달라. 시즌이 끝나고 나면 그 때 판단해달라"고 외쳤다.
지난 시즌에도 초반 부진했으나 반등 곡선을 그리더니 맨체스터 시티를 누르고 FA컵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시즌이 끝날 때 성적으로 말하겠다는 의지였다.
이는 포르투전 직전에 나온 텐 하흐 감독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
앞서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3일 "텐 하흐는 프리미어리그 초반 성적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반전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맨유는 지난달 30일 토트넘과의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서도 0-3으로 패했다. 페르난데스가 당시에도 퇴장을 당했다. 이후 그의 레드카드가 잘못됐다며 취소됐으나 경기력 전반에서 토트넘에 크게 뒤진 것은 사실이었다.
토트넘전 패배를 포함해 맨유는 올시즌 리그 6경기에서 승점을 7(2승1무3패) 밖에 벌지 못해 13위에 위치해 있다. 부진이 이어지면서 텐 하흐 감독의 경질 가능성도 언급되기 시작했다.
다만 텐 하흐 감독은 당당했다. 그는 포르투전 이전에 "우리는 이번 시즌에 성공을 거둘 것"이라며 "쉬운 건 아무것도 없지만 이건 내가 당황해야 할 일은 아니다. 우리 팀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향후 일정에서 승리를 얻지 못할 경우에도 맨유 사령탑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생각하지도, 걱정하지도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텐 하흐 감독은 "우리는 여름에 구단주와 리더십이 하나가 되는 단결력을 키웠다"라며 "우리는 계약을 맺었고, 우리 모두 이를 지지했다. 우리의 전략이 이적시장 때 젊은 선수들을 데려오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들은 지난 6시즌 동안 5월에 항상 트로피가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라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삼고 있는 목표이다"라고 덧붙였다.
텐 하흐 감독은 지난 시즌 롤러코스터 행보를 펼쳤다. 텐 하흐 감독은 2023-202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순위가 크게 추락해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 과정에서 텐 하흐 감독은 불명예스러운 기록들을 연달아 작성했다.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모든 대회에서 총 85골을 실점해 허용해 146년 역사를 자랑하는 맨유의 단일 시즌 최다 실점 신기록을 세웠다.
또 시즌 개막 후 리그 38경기에서 14패를 거둬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단일 시즌 리그 최다패 기록을 새로 썼다. 기존의 맨유 단일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다패는 12패(2013-2014, 2021-2022시즌)였다.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기에 많은 이들이 텐 하흐 감독의 경질을 예상했으나 FA컵 우승이 그의 미래를 바꿨다. 맨유는 맨시티와의 2023-24시즌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에서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의 선제골과 코비 마이누의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경질 위기였던 텐 하흐 감독은 FA컵에서 우승한 후 재계약에 성공했다. 맨유는 지난 7월 협상을 통해 2025년 6월까지 유효했던 텐 하흐 감독과의 계약을 2026년까지 늘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새 계약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그의 경질론이 급부상했다. 영국 언론은 현재 텐 하흐 감독 아래서 코치를 하고 있는 2000년대 초반 맨유 레전드 뤼트 판 니스텔로이 코치를 새 감독 후보로 꼽고 있다.
맨유의 전성기를 이끈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전 유벤투스 감독을 추천하는 등 텐 하흐 감독 주변이 소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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