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이빨 인터뷰…'오늘의 우리만화' 최종후보 오른 퀴어 로맨스
들개이빨 작가 캐리커처 |
웹툰 '부르다가 내가 죽을 여자 뮤지션'(이하 부내죽)을 그린 들개이빨(본명 유아영) 작가는 2일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부내죽'은 평생 이성애자로 살아오던 한 여자가 무명 여가수에게 반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웹툰이다.
주인공 직업이 웹툰 작가인 데다가 필명은 들빨개빨, 대표작은 '먹존는재'다.
작가의 이야기가 담겼다는 점을 과감히 드러낸 셈이다. 후기에서도 일생일대의 여자 사랑에 빠졌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라고 밝혔다.
자기 이야기를 모두가 볼 수 있는 웹툰으로 만드는 것이 불안하지는 않았을까.
들개이빨 작가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전 엄청나게 행복한 일이나 어마어마한 불행을 겪을 때면 만화로 만들고 싶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디서든 늘 누군가를 짝사랑해왔다"며 "짝사랑하면 기쁨과 망신살이 같이 오는데, 이렇게 정신력 소모가 클 바에야 이걸 소재로 그려서 돈이라도 벌자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릴 때의 장점도 언급했다.
그는 "저를 닮은 주인공을 내세우면 캐릭터 설정에 오류가 날 일도 없다"며 "일상툰(작가 일상을 그린 웹툰)이라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제한적이고, 픽션은 어쩐지 몰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웹툰 '부르다가 내가 죽을 여자 뮤지션' |
성소수자 로맨스에 수시로 개그와 주인공의 허무맹랑한 공상을 버무려낸 것이 이 웹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작가는 이 작품 장르에 대해 "음악 개그 퀴어 로맨스 만화"라며 처음에는 비극적인 블랙 코미디를 지향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등장인물들이 자아를 가지고 이야기를 바꾸면서 결말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겪는 일인데,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의 자유의지가 강해졌다"며 "★(작중 주인공 상대역)의 초반 설정은 자기 파괴적이고 나쁜 여자였는데, 점점 캐릭터가 제가 생각하는 나쁜 행동을 하기 싫어했다. 또 주인공 들빨개빨을 제 의도보다도 훨씬 좋아하게 되면서 둘의 관계를 깰 수가 없게 됐다"고 털어놨다.
독특한 연출도 눈길을 끈다. 피보나치수열과 수학 공식을 노래 가사로 승화하거나, 주인공의 상상을 아득한 우주를 유영하는 것처럼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작중 미녀인 ★은 순정만화풍으로, 들빨개빨은 일상툰 그림체로 그렸다.
작가는 "별이 너무 예뻐져서 작업 시간이 많이 들었다"며 "특히 머리카락을 그리는 데 시간이 너무 걸려서 몇번이고 삭발시킬까 고민했다"고 우스개로 말했다.
'부내죽'은 이런 독특한 매력을 인정받아 올해 '오늘의 우리만화' 최종 후보작 15편에 올랐다. 들개이빨 작가는 2014년 '먹는 존재'로도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차기작 아이디어들도 공유했다.
"아직 아이디어 단계지만 귀농한 도시인이 자연인과 만나는 이야기, 해녀 이야기, 강원랜드에서 도박으로 패가망신한 사람들, 조선시대에 떨어진 치과의사 이야기 등을 생각 중이에요. 아무래도 음식 만화도 또 하게 될 것 같아요. '먹는 존재'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음식 만화를 그려보면 어떨까요."
heev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