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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우리 감독님 천재라고 생각해요!" 외인 타자도 놀란 그 순간, 사령탑의 대타 카드가 적중했다 [수원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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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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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수원, 유준상 기자) KT 위즈가 5위 결정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무대를 밟게 됐다. 경기의 주인공은 'KBO MVP 출신' 멜 로하스 주니어였지만, 그 과정에는 모두를 놀라게 만든 사령탑의 대타 기용이 있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는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정규시즌 5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에서 4-3으로 승리하면서 정규시즌 5위 및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투수 엄상백이 4⅔이닝 4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고, 소형준(1⅓이닝 무실점)-고영표(1⅔이닝 1실점)-박영현(1⅓이닝 무실점)으로 이어진 불펜도 제 몫을 다했다. 타선에서는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홈런 2개를 포함해 4타점을 몰아치면서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KT는 8회초까지 SSG에 1-3으로 끌려가면서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투수들이 실점을 최소화했으나 타선이 7이닝 동안 1점을 뽑는 데 그쳤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장면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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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에 기회가 찾아온 건 8회말이었다. 선두타자로 나선 심우준이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에서 노경은의 2구 직구를 밀어쳐 우전 안타로 출루했다. 그러자 SSG 벤치에서 김광현을 불펜투수로 기용했고, KT는 김민혁 대신 오재일을 대타로 내보냈다.

김민혁은 이날 경기 중반까지 이렇다 할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1회말 첫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3회말 두 번째 타석과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는 각각 낫아웃 삼진, 유격수 땅볼로 돌아섰다.

이날만 놓고 보면 김민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범위를 좀 더 넓히면 김민혁의 타격감이 나쁘진 않았다. 김민혁은 5위 결정전을 제외한 최근 10경기에서 37타수 18안타 타율 0.486 5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24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 27~28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도합 14타수 10안타로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물론 2022~2024년 김광현과의 통산 상대전적에서 김민혁이 16타수 2안타로 부진했고, 오재일은 15타수 5안타로 준수한 성적을 올리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승부처에서 팀의 핵심 선수를 교체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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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대타 카드가 적중했다. 오재일은 초구 볼을 지켜본 뒤 2구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전 안타를 쳤고, 그 사이 1루주자 심우준이 3루로 향하면서 상황은 무사 1·3루로 연결됐다. 그리고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로하스가 역전 스리런 홈런을 터트리면서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결국 리드를 되찾은 KT가 1점 차 리드를 지키면서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로하스도 깜짝 놀랐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로하스는 "8회말 심우준 선수의 타석 때 심우준 선수가 어떻게든 출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심우준 선수가 출루하면 팀이 많이 득점하는 루트가 있었다"며 "김민혁 선수의 타격감이 가장 좋았기 때문에 감독님의 선택이 어떻게 보면 모험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타 기용이 성공했다. 이강철 감독님은 천재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김민혁 선수가 안타든 진루타든 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경기 전 코치님을 통해서 김광현 선수가 구원 등판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불펜에서 몸을 푸는 걸 봤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할지 심적으로 준비하고 침착한 상태로 들어갔다. 타석에서 투수와의 승부에만 집중했고, 원하는 구종이 왔을 때 최대한 강하게 쳐야겠다는 생각만 갖고 들어갔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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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코치, 또 감독으로 가을야구 경험을 쌓았다. 2021년에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1위 결정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고,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전 전승으로 시리즈를 끝내면서 팀을 창단 첫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이후 정규시즌 5위 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사례가 없는 만큼 부담감이 크지만, KT는 도전자의 입장으로 차분하게 가을야구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강철 감독은 "어렵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만큼 오랫동안 가을야구를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며 "도전자의 입장에서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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