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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삿포로 ‘구원자’ 박민규…홍명보호 ‘왼쪽 고민’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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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28일 교토 상가와의 J리그 홈 경기에서 드리블 돌파하는 J리그 콘사돌레 삿포로의 한국인 수비수 박민규. 사진 콘사돌레 삿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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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나 축구대표팀 관련 논란을 해외에서 접하니 걱정이 더 커지더라고요. 선수 입장에서 도움을 드릴 방법은 대표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힘을 보태는 것 뿐이잖아요. 기회가 주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일본 삿포로의 삿포로돔에서 일본 J리그 콘사돌레 삿포로의 한국인 수비수 박민규(29)를 만났다. 교토 상가와의 홈 경기에서 삿포로의 2-0 승리를 이끈 후 믹스트존에서 마주한 그는 “일본에 건너온 이후 이곳 언론이 전하는 한국 축구 관련 뉴스를 더욱 집중해서 시청하게 됐다”면서 “한국 축구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틀 후 그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 10월 A매치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삿포로돔에서 만난 현지 축구 팬들은 박민규를 ‘구원자’라 부르며 칭찬했다. J리그 꼴찌(20위)로 전락한 삿포로의 경기력이 지난 여름 그가 합류한 이후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박민규가 선발 출장을 시작한 8월 이후 삿포로는 J리그 7경기에서 4승(2무1패)을 거두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전 25경기에서 3승(6무16패)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박민규 효과’가 또렷하다. 삿포로는 여전히 강등권인 19위지만, 현재 흐름이 이어진다면 1부리그 잔류를 확정짓는 17위 이상으로 조만간 뛰어오를 가능성이 높다.

박민규는 K리그에서와 마찬가지로 J리그 무대에서도 ‘공격형 수비수’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빠른 발과 왕성한 활동량, 타이트한 대인 방어, 과감한 오버래핑 등 다양한 재능을 앞세워 공-수 양면에 걸쳐 팀 전술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주 포지션은 왼쪽 측면 수비수지만 팀 사정에 따라 중앙수비수와 윙 포워드 역할도 맡아볼 수 있다. 왼발 킥이 정교해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키커로도 나선다. 매 경기 12㎞ 이상 뛰고 20회 안팎의 스프린트를 기록 중인데, 두 항목 모두 삿포로 선수들 중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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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교토 상가와의 J리그 홈 경기에서 드리블 돌파하는 J리그 콘사돌레 삿포로의 한국인 수비수 박민규. 사진 콘사돌레 삿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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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교토를 상대로 박민규는 스리백의 왼쪽 측면 수비수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전반에는 툴리오, 후반에는 하파엘 등 상대 팀 주포 역할을 담당하는 브라질 공격수 두 명을 번갈아 대인방어하며 무실점 승리에 힘을 보탰다. 후반에는 역습 상황에서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상대 골키퍼와 맞서는 찬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삿포로 구단 관계자들은 “박민규다운 장면이 나왔다”, “이게 바로 우리가 박민규를 영입한 이유”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박민규는 “경기 중 상황에 맞춰 전방 압박을 옵션으로 사용하는 K리그와 달리 J리그는 대부분의 팀들이 경기 내내 압박을 풀지 않는 게 특징”이라면서 “운동량이 많아 체력 소모가 큰 전술이다 보니 내가 가진 장점들이 더욱 잘 발휘되는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측면 수비 고민이 심각한 홍명보호에도 박민규는 반가운 존재다. 그는 “과거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 시절 4차례 정도 대표팀에 뽑힌 경험이 있지만, A매치에 나서보진 못 했다. 그땐 김진수(전북) 형과 홍철(대구) 형의 존재감이 워낙 컸다”면서 “두 형들에게서 대표팀 레벨에 어울리는 플레이스타일과 몸 관리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벤투호 시절엔 대표팀에 선발된 것만으로 기뻤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가장 달라진 건 ‘절박함’이다.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한국 축구를 위해 완성된 모습을 보일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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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리그 콘사돌레 삿포로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수비수 박민규. 사진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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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는 “선수 입장에서 중요한 건 감독이 원하는 역할을 100% 해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내가 가진 장점들이 축구대표팀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내가 직접 드리블 돌파를 할 수도 있지만, 역습 상황에서 빈 공간에 뛰어나가 상대 수비진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공간을 열어주는 역할도 자주 한다”면서 “활동량과 수비력만큼은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축구대표팀을 구성하고 있는데, 축구 외적 상황 때문에 흔들리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언급한 그는 “삿포로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표팀에서도 ‘분위기를 바꾸는 선수’로 역할을 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축구를 시작한 이후 해외 생활은 처음이지만 문제는 없다. 아내 임나영 씨와 함께 신혼 생활을 즐기며 일본의 문화와 언어에 빠르게 적응 중이다. 박민규는 “요리에 능통한 아내가 다양한 한국 음식을 만들어준다. 둘이 취미도 비슷해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서 “시즌 일정을 감안해 연말에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혼인신고는 일찌감치 마쳤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소속팀 삿포로에서는 동갑내기 공격수 (김)건희와 서로 의지하고 있다”면서 “부상에서 벗어나 마침내 출격을 앞둔 건희가 그라운드에 돌아오면 삿포로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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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교토 상가와의 J리그 홈 경기에서 드리블 돌파하는 J리그 콘사돌레 삿포로의 한국인 수비수 박민규. 사진 콘사돌레 삿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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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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