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약한 이시바, 당내 지지세력 의존…입각못한 아베파 "선전포고인가" 격분 기류
아소·모테기 '세 약화'…이시바 융화 시도 불구 아소 '사진 촬영 거부' 여러 해석
스가 부총재 뒤 지나가는 이시바 총재 |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이시바 시게루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정권 삼두체제가 기존 '기시다·아소·모테기'에서 '스가·모리야마·기시다'로 바뀌었다는 견해가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 나온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이시바 자민당 신임 총재가 당 간부·각료 인사에서 자신을 지지해 줬던 진영을 배려하고, 결선 투표에서 겨뤘던 극우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 측을 포섭하지 못하면서 이러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짚었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내각 초기에는 기시다 총리를 필두로 중진이자 주요 파벌 수장이었던 아소 다로 전 총리, 모테기 도시미쓰 의원이 모여 중요한 사안을 결정했다.
이시바 정부에서는 이날 물러나는 기시다 총리는 물론 총리 출신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부총재, 모리야마 히로시 당 간사장이 새로운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번 선거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을 지원했던 스가 부총재는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총재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재는 이날 각료 인사에서 스가 정권 시절 관방부장관을 지낸 사카이 마나부 의원을 국가공안위원장으로 발탁했다.
기시다 정권에서 자민당 총무회장을 맡다가 전날 당의 실질적 2인자인 간사장으로 취임한 모리야마 의원은 이시바 총재가 오는 27일 총선거를 치르도록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이시바 총재는 11월 10일 선거 일정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선거를 서둘러야 한다는 스가 부총재와 모리야마 간사장 진언을 바탕으로 이달 27일 선거를 결정했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모리야마 간사장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며 "이시바 총재를 위해 노련한 정치 수완을 발휘하고 있지만, 모리야마 간사장에게 당내 권력이 집중된다는 경계감도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이시바 총재는 또 옛 '기시다파' 2인자였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유임하고, 기시다파에서 활동했던 오노데라 이쓰노리 의원을 당 요직인 정무조사회장으로 임명해 기시다 진영을 배려했다.
닛케이는 "삼두체제 3명 중에 이시바 총재 이름이 없다"며 "당 간부와 각료 인사를 보면 정권 운영 주도권이 총리관저에서 당으로 이동하는 조짐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랫동안 온건파 비주류로 당내 탄탄한 인맥을 구축하지 못한 이시바 총재가 당 간부직을 맡은 중진들에게 의존하면서, 정부가 아닌 당이 정권 운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반면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끌었던 기존 최대 파벌 '아베파', 기시다 정권에서 주류였던 '모테기파'는 비주류로 밀려났다.
특히 옛 아베파 출신 인사는 이시바 내각에서 한 명도 각료로 기용되지 않았고, 아베 전 총리를 비판했던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의원과 나카타니 겐 의원이 각각 총무상과 방위상으로 기용됐다.
이와 관련해 아베파에 몸담았던 의원들 사이에서는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격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아울러 옛 아베파 의원 상당수를 포함한 강경 보수층이 지지했던 다카이치 의원도 당 총무회장을 제안받았으나 고사했다.
산케이는 내심 당 2인자인 간사장 자리를 노렸던 다카이치 측이 간사장보다 급이 낮다고 판단되는 총무회장직을 제시받자 "너무 깔보고 있다"며 불쾌함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이시바 총재는 다카이치 측과 대립하면서도 결선 투표에서 다카이치 의원을 밀었던 아소 전 총리는 당 최고 고문으로 임명하고, 아소 전 총리 처남인 스즈키 슌이치 의원을 당 총무회장으로 앉히며 융화를 모색했다.
하지만 아소 전 총리는 전날 자민당 임시 총무회의 이후 진행된 새 집행부 사진 촬영에 동참하지 않는 등 이시바 총재와 미묘한 거리감을 보인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분석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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