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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보모 같은 英정부?…공공보건과 개인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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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영국 런던의 한 펍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노동당의 보모 국가 일격", "보모 국가를 확장하려는 획책", "보모 정책으로 서비스업계 위협"

영국 노동당 키어 스타머 정부의 공공보건 정책을 다루는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는 '보모 국가'(nanny state)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보모 국가'는 육아 도우미가 어린아이를 돌보듯이 국가가 국민 보호를 명목으로 개인의 선택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비아냥 섞인 표현이다.

그 대상은 주로 술, 담배와 같은 기호식품 소비 습관과 관계된 공공보건 정책이다.

가장 최근에는 보수 성향 유력지 텔레그래프가 노동당에서 지나친 음주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술집(펍) 운영시간에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23일(현지시간) 보도하면서 '보모 국가'란 표현을 썼다.

논란이 일자 팻 맥패든 내각부 장관이 펍 운영시간을 규제할 계획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노동당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국민 건강을 염려해 보건 정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잇따랐고 그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어김없이 고개를 든 것이 사실이다.

소아 비만 예방을 위해 내년 10월부터 정크푸드(불량식품) 온라인 광고와 밤 9시 이전 TV 광고를 제한하기로 했을 때도, 식당·술집의 야외 자리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전해졌을 때도 그랬다.

올해 봄 제1야당이었던 노동당이 지지한 '비흡연세대 법안' 때도 마찬가지였다.

담배 구입 가능 연령을 해마다 올려 평생 담배를 살 수 없는 세대를 만들자는 이 법안은 전임 리시 수낵 내각에서 추진했지만, 여당 일각의 반대가 상당했고 오히려 야당 노동당이 지지해 의회에서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영국에서 '보모 국가' 논란은 오랜 역사가 있다.

1965년 고속도로에 시속 70마일(약 112㎞) 속도 제한을 두자는 제안이 나오자 보수당 이언 매클라우드 하원의원은 주간지 기고를 통해 "망할 헛소리"라며 이 표현을 썼다.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정부 때인 2006년에는 실내 흡연 금지 법안을 둘러싸고 내각에서도 반대가 나왔다.

도입 당시 황당한 생각으로까지 치부됐던 이런 정책들은 이제는 자리를 잡아 자연스럽게 시행 중이다. 치열한 논쟁을 거치면서 흡연, 음주, 정크푸드 제한에 대한 사람들의 수용도는 조금씩 높아진 셈이다.

국민 보호를 위해 정부가 개인의 선택을 어디까지 규제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듯하다.

당장 스타머 정부에는 공공보건을 시급히 추구해야 할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한때 영국인의 자랑거리로 꼽혔으나 급격히 악화한 공공의료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부담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 서비스 악화는 지난 7월 총선에서 보수당이 14년 만에 정권을 내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권 심판론을 등에 업고 출범한 스타머 정부로선 사활을 걸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보모국가'란 비판을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도 엿보인다.

올해 초 야당 대표 시절 스타머 총리는 아동 보건 증진 정책을 내놓으면서 "아동 보건을 위해 뭐라도 할라치면 사람들이 '보모 국가의 길로 가는군'이라 하는데, 우린 그 싸움을 하고자 한다"며 맞설 의지를 드러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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