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서 20일 오전 다섯쌍둥이 출산
자연임신 다섯쌍둥이 분만 성공한 국내 첫 사례
국가적 위기인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자연임신으로 생긴 다섯쌍둥이가 국내 처음으로 분만에 성공했다.
20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산부인과 홍수빈, 소아청소년과 윤영아·신정민 교수팀은 이날 오전 11시 37분께 첫 아이부터 전체 3남 2녀, 다섯 쌍둥이의 분만을 성공리에 마쳤다.
몇 년 전 국내에서 34년 만에 다섯 쌍둥이가 태어나 화제가 된 적은 있지만, 자연임신으로 생긴 다섯쌍둥이가 국내에서 태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섯 쌍둥이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여겨진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둥이의 부모는 작년 10월 결혼해 경기 동두천시에 거주하는 30대 교육 공무원 부부로 알려졌다. 병원에 따르면 산모는 결혼 후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다낭성 난소 증후군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작은 난포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치료해 정확한 배란을 유도하는 첫 치료를 받은 후 바로 자연 임신이 됐다. 대학생때부터 커플로 지내다 막 신혼을 맞은 30대 부부는 빨리 찾아온 아가의 태명을 ‘팡팡이’로 지어주었다고 한다.
검사 결과 아이가 둘도, 셋도 아닌 다섯이라는 사실을 처음 확인한 순간에는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가족들은 고민 끝에 다섯 생명 모두를 지키기로 뜻을 모았다. 오둥이의 태명도 다섯으로 구성된 파워레인저에 빗대어 ‘팡팡레이저’가 되었다. 체구가 작은 산모는 출산 예정일인 12월이 되기 훨씬 전부터 만삭처럼 배가 불렀다. 임신과 합병된 고혈압성 질환인 전자간증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고 출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어 27주만에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병원 측은 개원 후 처음 있는 오둥이 분만을 위해 산부인과는 물론 허재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김세연 소아청소년과 교수, 분만실 전담간호사 등 다학제 팀을 꾸려 철저한 사전 계획을 세웠다. 쌍둥이 제왕절개 수술은 각 태아 위치와 상태를 고려하고, 태아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수술실 밖에서는 곧 세상에 나올 아가들을 차례차례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었다.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적혀 있는 신생아 발찌, 신생아 기록지, 인큐베이터 모두 각각 5개씩 준비됐다. 신생아 한 명당 소아청소년과 교수, 신생아집중치료실 간호사, 분만실 간호사 등 3명의 의료진이 한 팀을 이뤘고, 같은 시간 윤 교수팀은 분만실 바로 옆 위치한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전 11시 37분 첫 번째 남자아이의 울음 소리가 수술실에 퍼졌고, 순차적으로 수술이 이어져 다섯 번째 아가까지 수술실 내 처치를 마치자마자 남자아이 3명과 여자아이 2명은 안전하게 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둥이 아빠 김 모씨는 “다태아 분만 명의로 알려진 전종관 이대목동병원 교수에게 진료를 보며 다섯 생명 모두를 지키기로 했지만 지인들에게도 다섯쌍둥이를 최근에서야 알릴 정도로 계속 긴장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갑자기 출산일이 결정되면서 분만 수술과 다섯 아이가 한꺼번에 입원한 병실이 없어 어려울까봐 걱정이 앞섰다”며 초조한 심경을 전했다.
긴장한 건 의료진도 마찬가지였다. 분만실에서 수술하는 꿈을 수술 전날 밤 계속 꿀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홍 교수는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인 고위험 산모 분만이라 걱정이 됐다"면서도 "이른둥이들이 입원할 병실 옆에 있는 분만실까지 와 주신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님들, 외래마치자마자 수술실로 오신 소아청소년과 교수님 등 여러 의료진이 힘을 모아 주신 덕분에 산모가 계획대로 출산하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윤 교수는 “첫 아가가 세상에 나오고 난 후 네 명의 아가가 연달아 나오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신속하게 처치가 필요해 신생아 교수진과 간호사들이 철저하게 사전 준비와 시뮬레이션을 해왔던 것들이 주효했다"며 "앞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퇴원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