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일본산 수산물의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가리비를 먹고 있다. 일본 총리 관저 페이스북 갈무리 |
중국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제 1원자력발전소에서 바다로 방류되는 오염수의 안전성 점검을 확대하는 조건으로 1년 넘게 반입을 원천 차단해온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0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과 중국 정부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오염수의 일본식 표현)의 해양 방류를 둘러싼 대립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사실이 19일 확인됐다”며 “중국 정부도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를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두 나라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인근 해역 바닷물과 어류에 대한 조사 범위를 확대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앞서 지난해 8월24일 일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했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곧바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조처로 대응했다. 일본 수산물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한해 수천억원에 이르는 물량을 완전히 차단하자, 일본 수산업은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일본 수산물 가운데 단일 품목 최대 수출품인 가리비는 중국 수출 비중이 51%에 이르는데, 핵심 판로가 완전히 막힌 상황이었다. 2022년 일본의 한해 가리비 수출액은 911억엔(8500억원)이었다.
지난 1월 두 나라 정부는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를 놓고 협의를 시작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대로 지난 5월에는 중국이 일본과 전문가 협의 과정에서 후쿠시마 원전 주변 토양과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성분 등 조사 범위를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일본 쪽이 이를 거부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정해진 기준에 맞춰 필요한 조사를 하는 만큼 범위를 추가로 넓힐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 문제를 진전시키려는 중국 쪽 의사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이 순탄하게 이뤄질 경우, 일본의 오염수 검사 범위 확대와 중국의 수산물 수입재개가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 검사는 국제원자력기구가 주로 맡고 있는데, 중국을 포함한 각국의 분석기관이 추가 합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또 오염수를 채취하는 지점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0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오염수 모니터링 범위 확대 방침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오염수 조사 범위 확대 조처는 국제원자력기구가 주도하는 틀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 쪽 입장에 부합하고, 중국의 입장도 어느 정도 고려한 대응”이라며 “중국은 오염수 조사 범위 확대 조처가 취해지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점진적으로 회복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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