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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토트넘 홋스퍼·32)과 해리 케인(31·바이에른 뮌헨)은 한때 으뜸가는 듀오였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토트넘 홋스퍼에 함께 둥지를 틀고 있던 시절(2015-2016~2022-2023시즌), ‘찰떡궁합’의 힘을 한껏 분출하며 EPL 역사를 새로 쓴 ‘영혼의 짝꿍’이었다. 듀오가 밟은 합작 골(Goal Combinations) 고지는 지금도 최고봉의 웅자(雄姿)를 뽐낸다. EPL 역사상 손-케인 단짝을 능가하는 콤비 플레이를 펼친 듀오는 존재하지 않았다. 2016-2017시즌 첫 작품을 선보인 이래 엄청난 다작(47골) 능력으로 EPL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손-케인 듀오는 또 하나의 같은 운명, 곧 ‘무관(無冠)’으로 묶여 있다. 둘 다 EPL을 호령한 빼어난 골잡이였건만, 등정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15-2016(25골), 2016-2017(29골), 2020-2021시즌(23골·이상 케인)과 2021-2022시즌(23골·손흥민) EPL 득점왕에 등극한 듀오에겐 그야말로 ‘무관의 저주’ 같은 운명의 굴레였다.
결국, 케인은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활동 무대를 독일 분데스리가로 옮겼다. 분데스리가 절대 강자인 바이에른 뮌헨에 새 보금자리를 만들고 우승에 맺힌 한을 풀고자 했다. 토트넘의 명맥을 이은 적통 황자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어떻게든 정상을 밟아 보려는 열망에서 비롯한 승부수였다.
그러나 그 꿈은 다시 한번 허무하게 깨졌다. 비록 2023-2024 분데스리가 득점왕(36골)과 유러피언 골든 슈까지 휩쓸었으나, 여전히 우승의 신은 케인을 외면했다. 저 높은 창공에서 홀로 날갯짓하며 11연패(2012-2013~2022-2023시즌)로 비상하던 바이에른 뮌헨이었건만, 바이어 04 레버쿠젠이 휘몰고 온 돌풍에 휘말려 3위로 추락했다. 케인은 비록 나래를 활짝 펴고 자존심을 곧추세우긴 했어도, 지긋지긋한 저주의 사슬을 앞세워 옭매어 온 운명을 물리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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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도 매한가지다. 분데스리가의 함부르크 SV(2010-2011~2012-2013시즌)와 레버쿠젠(2013-2014~2015-2016시즌)을 거쳐 토트넘(2015-2016시즌~)에 뿌리를 내렸음에도, 아직 우승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신이 야속할 뿐이다.
이처럼 손흥민과 케인은 생애 최초의 리그 우승의 염원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발군의 골잡이인 둘에겐, 마치 천형처럼 가혹하기만 한 무관의 저주다.
기록으로 보더라도 손흥민과 케인이 헤어나지 못하는 무관의 늪이 얼마나 깊고 깊은지 그대로 드러난다. EPL을 비롯해 유럽 5대 리그에서, 대단한 골 수확량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걸출한 골잡이를 추렸을 때, 둘이 어디에 자리하는지를 살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최다 득점으로 매긴 이 부문 순위에서, 케인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맨 윗자리에 앉아 있다. 손흥민도 4위다(표 참조). 물론 역설의 뜻이 담긴 수치로서, 그만큼 벗어나기 어려운 불운의 골에 울어야 하는 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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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은 EPL(213골)과 분데스리가(40골)에서 굉장한 골 폭발(253골)을 일으켰다. 이탈리아 세리에 A를 주름잡으며 2위에 오른 안토니오 디 나탈레(209골)보다 물경 44골이나 앞서 있다. 당연히 그만치 신의 농락에 분노를 가라앉히기 힘들지 않을까?
손흥민에게도 안타까운 시즌은 거듭되고 있다. 분데스리가(41골)에서 힘을 기른 뒤 지구촌 최고의 각축이 펼쳐지는 EPL(122골)에서 빼어난 득점력을 갖춘 세계적 골잡이로 비상했지만, 우승은 여전히 요원하게만 보인다.
2024-2025시즌 다른 기상도가 그려져: 케인은 쾌청, 손흥민은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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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24-2025시즌, 똑같은 운명의 길을 걷던 손흥민과 케인에게 엇갈림의 조짐이 엿보인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해도, 두 사람이 더는 운명공동체로 엮이지는 않을 듯싶은 판도가 그려지고 있다. 손흥민에게 닥친 우승 전선은 변함없이 어둡다. 반면, 케인에게 다다른 우승 전선은 맑다. 각자의 골 수확량을 보더라도, 손흥민은 케인에 비해 어두운 구름에 뒤덮여 있다.
이번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무풍가도를 내달린다. 3연승으로 분데스리가 선두에 올라 있다. 1년 전과 다른 양상이다. 2023-2024시즌엔, 3라운드까지 2위에 자리했었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와 DFP-포칼까지 합치면 5연승이다. 5경기에서, 24골을 쏟아부었다. 실점은 5골에 불과하다. 완벽에 가까운 공수 균형을 바탕으로, 신바람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출발이 좋지 못하다. 4라운드까지 1승밖에 올리지 못했다. 벌써 2패나 당했다. 1무를 보태 승점 4로 13위에 처져 있다. 지난 시즌 4라운드 때 2위(3승 1무)에 올랐던 모습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모양새다.
개인 활약상에서도, 케인이 손흥민보다 앞서는 그림이다. 분데스리가에선, 한 차례 해트트릭(홀슈타인 킬전)을 비롯해 4골을 터뜨렸다. 득점 레이스를 맨 앞에서 이끌고 있다. UCL에선, 포케르(Poker: 4골·GNK 디나모 자그레브전)의 맹위를 떨쳤다. 4경기 8골의 무서운 기세다.
기록적으로도, 케인의 발자취는 눈부시다. 조국인 잉글랜드의 선수 중 UCL 최다골(33골)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자그레브전 포케르에 힘입어 종전 1위였던 웨인 루니(30골)을 제치고 선두에 나섰다. 10위까지 선수 가운데 최소 경기(45) 최다 득점의 놀라운 페이스다. 루니는 거의 배에 이르는 85경기를 소화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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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UCL 득점 역사에서, 케인은 포케르를 통해 여러 기록을 새로 세웠다. 잉글랜드 출신으로서 최초로 ▲ 1경기 4골 ▲ 비잉글랜드 팀에서 해트트릭(3골 이상으로 봤을 때) 기록 수립의 영예를 안았다. 아울러 ▲ 페널티킥으로 해트트릭을 터뜨린 최초의 골잡이가 됐다.
손흥민은 4경기 2골로 득점 레이스 8위에 자리하고 있다. 압도적으로 1위(9골)를 달리는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을 빼곤 6명이 무리를 이룬 2위(3골) 그룹과는 한 골 차에 불과하다. 곧,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할 수 없는 페이스다. 한데 케인과 비교하면 어딘가 허전한 느낌을 자아내는 부문이 존재한다.
아직은 2024-2025시즌 초반의 초반이다. 이제 겨우 발단 단계에서, 섣불리 시즌이 막을 내렸을 때의 모습을 내다본다는 건 분명히 시기상조다. 초반부에 객관적으로 나타난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결말을 그려 볼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가장 좋은 결말로, 손흥민과 케인이 지금까지 함께 겪은 무관의 저주를 깨고 나란히 새로운 운명인 우승의 길을 걸었으면 한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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