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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대호 못 잊는 前 일본 국가대표 "그 타구가 내게 왔어,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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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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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일본 프로야구(NPB) 주니치 드래곤즈의 레전드 히라타 료스케가 9년 전 한국 야구에 당했던 뼈아픈 역전패를 회상했다. 분명 괴로운 기억임은 분명하지만 국가대표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 자체에 더 의미를 부여했다.

히라타는 지난 12일 일본 반테린 돔 나고야에서 열린 주니치와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경기에 시구자로 나섰다. 전력으로 공을 뿌렸고 전광판에는 123km/h가 찍혔다.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주니치 스포츠'에 따르면 히라타는 "시구 전에는 150km/h를 던지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래도 123km/h라는 스피드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히라타는 이날 일본 야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시구에 나섰다. 현역 시절 2006년부터 2022년까지 주니치에서 뛰었던 '원 클럽맨'이지만 이날은 '사무라이 재팬(일본 야구 국가대표팀의 애칭)' 레전드 자격으로 경기장을 찾았다.

히라타는 2015 WBSC 프리미어12,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다만 두 대회 모두 일본이 준결승에서 탈락하며 우승과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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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타는 한국 야구 팬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2015 프리미어12에서 한국 투수들을 괴롭히면서 일본 공격을 이끌었던 주축 타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는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12 B조 개막전에서 일본에게 0-5로 무릎을 꿇었다.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는 한국 타선을 6회까지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한국은 오타니의 150km/h 중후반대 강속구와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140km/h 초반대 포크볼에 압도당했다.

일본 타선도 한국 선발투수 김광현을 공략했다. 김광현은 2⅔이닝 5피안타 3탈삼진 2실점으로 고전했다. 히라타는 8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출전,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0-0으로 맞선 2회말 1타점 2루타를 쳐내면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히라타는 도쿄돔에서 치러진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도 한국을 괴롭혔다. 0-0으로 맞선 4회말 1사 1·3루 찬스에서 호투하던 한국 선발투수 이대은을 상대로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하지만 히라타는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일본의 패배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0-3으로 끌려가던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4점을 뽑아내고 승부를 뒤집는 드라마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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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당시 선두타자 대타 오재원의 좌전 안타, 손아섭의 중전 안타로 주자를 모아 희망의 불씨를 지펴냈다. 무사 1·2루에서 정근우가 3루 베이스 옆을 꿰뚫는 1타점 2루타를 쳐내면서 1-3으로 따라붙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계속된 무사 2·3루에서 이용규의 몸에 맞는 공 출루로 일본을 더욱 압박했다. 무사 만루에서 김현수가 볼넷을 골라내면서 밀어내기로 한 점을 추가, 2-3까지 점수 차를 좁혔다.

한국은 계속된 무사 만루 역전 찬스에서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가 해결사로 나섰다. 이대호는 마스이 히로토시를 상대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 스코어를 4-3으로 만들었다.

이때 이대호의 타구를 잡은 좌익수는 히라타였다. 당시 일본 벤치는 이대호의 장타력을 의식해 외야수들의 위치를 펜스 쪽으로 이동시켰다. 히라타는 재빠른 움직임으로 타구를 낚아채 정확한 3루 송구로 연결, 1루 주자 김현수, 타자주자 이대호의 추가 진루를 막아냈다.

일본은 이후 9회초 수비를 추가 실점 없이 마쳤지만 9회말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한국 마운드를 넘지 못했다. 언더핸드 정대현이 선두타자 야마다 테츠토를 헛스윙 삼진, 4번타자 쓰쓰고 요시모토를 1루 땅볼로 처리하면서 일본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일본은 나카타 쇼가 정대현에게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 2015 시즌 퍼시픽리그 도루왕 나카시마 타쿠야를 대주자로 투입, 한국 내야를 흔들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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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벤치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좌완 이현승으로 투수를 교체해 1루 주자 나카시마를 견제함과 동시에 남은 아웃 카운트 하나를 맡겼다. 이현승이 2015 퍼시픽 리그 홈런왕 나카무라 다케야를 3루 땅볼로 솎아 내면서 한국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도쿄 대첩'이 완성됐다.

반면 히라타 료스케와 일본 야구는 고개를 숙였다. 히라타는 2년 후 열린 2017 WBC에서도 4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본 국가대표로 우승의 기쁨을 맛보지 못하고 아쉬움을 삼켰다.

히라타는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 당시 9회초 이대호의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떠올리며 "그 타구(이대호의 안타)는 내게 날아왔다"며 "그래도 보람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국가대표팀의 일원이었다는 게 기쁘다"고 돌아봤다.

또 주니치 소속 후배들인 다카하시 히로토, 이사카와 고야에게는 "꼭 일본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를 바란다. 국가대표 선수만 얻을 수 있는 경험, 맛볼 수 있는 함성은 평생의 재산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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