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11일 향년 86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2007년 12월 페루 리마의 법정에 들어서며 손 흔드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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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페루에서 대통령직에 재임했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8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과거 3선 연임을 하는 등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페루의 국가 원수를 지냈지만, 반인륜적 범죄로 실형을 받으면서 불명예스러운 말로를 맞았다.
보도에 따르면 그의 딸이자 페루 야당(민중권력당) 대표인 케이코 후지모리는 이날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제 아버지가 오랜 암투병 끝에 소천했다”며 “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적었다. 1938년 일본계 이민자 출신 가정에서 태어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수학과 교수 출신으로, 스페인계 기성 엘리트 정치인이 아닌 일본계라는 강점이 부각되면서 1990년 대통령직에 당선됐다.
임기 초반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국영 산업 민영화를 통한 경제 안정화와 과감한 치안 정책 등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3선 연임에 성공한 2000년, 재임 기간 중 페루에서 벌어진 각종 학살·납치 등 각종 범죄와 비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스페인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약 27만명의 여성 원주민을 상대로 가족계획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강제 불임 수술을 자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후지모리는 당시 일본으로 도피한 상태에서 팩스로 사임서를 제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2005년 재기를 위해 칠레로 입국했다가 가택 연금됐고, 페루로 범죄인 인도된 뒤 2009년 징역 25년 형을 받았다. 이 형량은 이듬해인 2010년 페루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당시 페루 검찰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 범죄와 관련한 사망자는 최소 25명이라고 적시했다. 그로부터 8년여 뒤인 2017년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당시 대통령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 이후 그의 사면 결정은 법원과 헌재 등에서 거듭 번복됐고, 기나긴 법정 싸움 끝에 그는 결국 지난해 12월 석방됐다.
AP는 “케이코 대표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2026년에 다시 대통령에 출마할 계획이 있었다고 언급한 적 있다”며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휠체어를 타고 개인 병원을 떠나는 게 마지막 공개 활동이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 준비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 “두고 봅시다”라고 답하며 정치권에 복귀할 뜻을 시사했다고 현지 매체 엘코메르시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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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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