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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3700만원 왜 받았나' 기억 못하는 손준호, 中 강압 수사에 자백 호소...반박 물증 확보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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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수원, 조용운 기자] 중국에서 10개월 구금 생활을 하고 돌아온 손준호(32, 수원FC)가 금품수수 혐의로 10개월형 유죄 판결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유죄 여부에 함구했던 손준호는 승부조작 혐의까지 받자 중국에서 있었던 일을 공개했다.

중국축구협회와 공안부는 지난 10일 자국 프로축구 슈퍼리그에서 만연한 승부조작과 불법 도박 사건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손준호가 몸담았던 산둥 타이산이 뇌관이었던 가운데 총 61명에 대한 징계안이 결의됐다.

그 가운데 손준호도 포함돼 놀라움을 안겼다. 더구나 손준호는 중국내 영구제명 징계를 따로 받은 43인에 들었다. 중국 측은 손준호 혐의에 대해 '부당한 이득을 위해 부정 거래, 축구경기 조작, 불법 수익을 취했다'고 밝히며 "스포츠맨십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상실한 사안"이라며 "사회적으로 매우 나쁜 영향을 끼친다. 축구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평생 금지한다"고 했다. 중국내 축구 활동 영구제명이었다.

손준호의 혐의를 지적한 중국축구협회와 공안부는 "모든 당사자가 이 사건을 거울로 삼아 부당한 이익의 유혹을 단호하게 배척하길 바란다. 경기장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수호하며 각 협회, 구단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 되길 바란다"고까지 경고했다.

손준호는 무려 10개월의 시간을 정보도 없이 중국에서 지냈다. 지난 3월에야 한국에 돌아왔는데 지금까지 적용 혐의나 유죄 여부에 함구했다. 이런 상황에 중국 측에서 승부조작범으로 낙인을 찍으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중국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이번 조사 결과를 이관할 경우 손준호는 국제적으로도 징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과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도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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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취재진을 만난 손준호는 일련의 사태가 벌어지고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5월 공항에서 가족들 앞에서 처음 체포가 됐을 때 상당한 쇼크를 받았다. 중국 공안은 뇌물수수죄로 체포한다고 했다"며 "이후 조사 과정에서 가족들을 언급하는 강압 수사를 받았다. 겁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가족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혐의를 거짓으로 인정했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손준호는 거짓 자백이 승부조작 가담으로 잘못 흘러가자 진술을 번복했다. 조사 과정 내내 승부조작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가담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손준호는 공안 수사 당시 음성 파일을 공개하라고 중국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음성이 담기지 않은 영상만 있다며 손준호 측의 열람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시간 구금이 이어지자 중국의 고위 간부가 직접 형량 협상을 진행한 사실도 털어놨다. 손준호는 "재판 도중 판사와 간부가 '개인 간의 금품수수 혐의를 인정하면 바로 석방 가능하며 축구 선수로 생활하는 것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사실을 발설하지 않는 조건을 달았다"라고 지금까지 함구한 이유를 밝혔다. 회견에 동석한 대리인 박대연 NEST 대표도 "오히려 우리의 중국인 변호사도 선수 생활도 할 수 있는데 합의하는 게 이득이라는 말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승부조작 핵심으로 알려진 진징다오(김경도)와 주고받은 20만 위안(약 3,700만 원)이다. 중국 수사당국은 상당한 금액인 20만 위안이 거래된 이유로 승부조작 혹은 대가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손준호에게 금품수수 혐의를 제시한 것도 이러한 배경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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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도 진징다오에게 20만 위안을 받은 걸 인정했다. 다만 "승부조작에 가담한 적이 없다. 20만 위안도 불법적인 돈은 결코 아니"라고 했다. 다만 주장을 뒷받침할 물증은 없었다. 부당 거래가 아닌 친분에 따른 빌려주기라고 해명했으나 어떠한 이유로 돈이 오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손준호는 "사실 중국에서 버는 돈이 크다 보니 20만 위안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전에도 중국 돈이 필요하거나 가족끼리 선물을 주고받던 사이였다"며 "나 역시 진징다오의 축구교실에 1,0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선물한 적이 있다. 부모님의 수술 당시 병원을 대신 잡아주기도 했다. 이런 개념으로 내가 빌려준 돈을 받았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증명하려면 거래 시점의 대화 내용도 중요하다. 손준호 측도 스마트폰 포렌식을 시도했으나 거래 시점 전후 2개월의 대화만 복구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는 설명이다. 승부조작이 아닌 금품수수에 대한 혐의 인정이라는 문구가 담긴 최종 판결문도 없어 여러모로 반박 물증이 없는 상황이다.

또, 진징다오와 평소에도 20만 위안 정도의 큰 돈을 주고 받아왔는지 질문에는 "매번 그러지 않았다. 20만 위안이 오간 건 그때 한 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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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진징다오는 지난해 1월 상하이 상강전에 손준호가 승부조작에 포함됐다고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준호는 "그동안 진징다오로부터 승부조작에 대한 회유를 받은 적 없다. 승부조작에 대해서는 결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준호는 "나는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다. 그동안 아무 것도 몰라서 중국 말만 듣고 대응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가만히 있으면 범죄자로 생각할까봐 이야기하게 됐다"며 "중국 측 발표에 억울함도 있지만 도와달라는 호소를 하고 싶다"라고 울먹였다.

손준호 측은 최악의 경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할 생각을 한다. 박대연 대표는 "아직 징계가 내려진 게 없다. 중국축구협회의 발표만 있었다. 이후 FIFA나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징계가 나온다면 그때 항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손준호는 눈물로 호소했다. 아내를 체포할 수 있다는 중국 공안의 협박과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며 혐의 인정을 종용한 대목을 강조했다. 더불어 거짓 자백도 승부조작이 아닌 금품수수에 대한 인정이라고 항변했다.

다만 회견 내내 반박 내용 비중은 자신의 기억과 진술에 의존했다. 승부조작 혐의나 대가성 돈 거래가 아니라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었다. 향후 CAS 항소시 관련 물증 확보가 중국 발표에 반박할 가장 확실하고 객관적인 사유가 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손준호 측이 주력할 대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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