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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우크라가 美 미사일로 러 후방 깊숙이 타격하는 것 승인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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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이후 우크라의 집요한 요청 계속 거부했지만

러시아가 이란서 미사일 수백기 인수하자 분위기 바뀌어

조선일보

바이든 미 대통령./U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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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미국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후방 깊숙이 타격하는 것을 승인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현재 검토 중(working that out now)”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나토(NATO) 우방국은 우크라이나에 ATCMS(미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과 같은 사거리 수백 ㎞의 미사일을 공급하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이 이들 무기로 러시아 후방 깊숙한 곳을 타격하는 것은 러시아와 미국ㆍ서방 사이 ‘확전(擴戰)’을 우려해 지금까지 반대했었다.

바이든은 이날 발언은 우크라이나의 서방 장거리 미사일 사용 ‘확대’를 시사하는 첫 발언으로,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이란의 탄도 미사일 공급을 확인한 뒤 나왔다.

바이든의 발언에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런던에서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 장관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탄도 미사일을 인수해 몇 주 내에 이 미사일을 사용할 것”이라며, 미국은 서방 미사일의 사용 제한 해제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요청이 있으면, 우리는 이를 듣고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북한으로부터 사거리 300~450㎞인 KN-23(화성-11가), KN-24(화성11-나) 지대지(地對地) 탄도미사일을 공급받았지만, 북한의 이들 미사일 생산 능력은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한 군사 전문가는 지난 7일 우크라이나군이 국경에서 약 250㎞ 떨어진 러시아 서부 보류네슈의 한 러시아 무기고를 드론으로 공격했으며, 이곳에 비축된 일부 KN-23 북한제 미사일을 파괴했다고 소셜미디어에 밝혔다.

이란이 러시아에 보낸 미사일은 사거리 120㎞인 파타흐 360으로, 거래 물량은 200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이 장거리 미사일을 더 제공하고, 이 무기의 사용 제한도 풀어서 러시아의 깊숙한 후방을 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계속 요청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후방에 위치한 무기고와 연료ㆍ보급기지, 지휘통제본부, 드론 제조공장 등을 파괴하려면 서방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의 사용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미국과 유럽 우방국들은 전선에서 가까운 러시아 영토 내 지휘시설과 보급기지를 타격할 수 있도록, 이전에도 30~200㎞ 사거리의 미사일과 로켓을 제공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후방 군시설을 더욱 뒤로 배치했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이미 비행거리가 1000㎞에 달하는 자체 생산 드론으로 이들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서방 미사일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며, 러시아 방공(防空)시스템이 요격하기도 힘들다. 또 미사일의 탑재중량은 드론보다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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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서방은 이미 전선에서 수백 ㎞ 후방에 위치한 러시아군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그러나 단서가 붙었다.

예를 들어, 사거리 300㎞인 미국의 ATACMS(에이태큼스ㆍ미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는 우크라이나에서 발사할 수 있는 위치가 제한됐고, 영국ㆍ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작전거리 250~300㎞의 스톰섀도(Storm Shadowㆍ프랑스 이름 SCALP-EG) 공대지(空對地) 미사일도 250㎞를 넘어서는 안 된다. 또 스톰섀도의 경우, 러시아가 GPS 신호를 재밍(jamming)하는 지역에서는 미국의 보다 정밀한 감시ㆍ정찰 정보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러한 접근에도 제약이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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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확전을 우려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를 거부한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 사진은 지난 2월 태안 반도 상공에서 전개된 훈련에서 한국 공군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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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스톰섀도보다 사거리가 배(倍)인 자국의 강력한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를 거부했다. 미제 F-16 전투기도 러시아 영공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제공되는 장거리 타격 가능 무기에 사거리를 제한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거나 사용 승인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러시아 후방 공격을 막았다.

이런 맥락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7일에도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들 무기의 후방 타격 허용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서방 미사일로 러시아 깊숙이 치면 이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이 전쟁에서 그 자체만으로 전황을 바꿀 결정적인 한 방이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제작 드론은 이미 미국의 ATACMS나 영국의 스톰섀도 미사일의 사거리를 넘어서는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능력을 확대하는 무기를 공급하는 데서 서방 우방국들은 의견이 갈렸다. 영국과 프랑스는 보다 적극적이어서, 미국이 M1 에이브럼스 전차 공급을 반대할 때에 이미 챌린저 2와 르클레르 자국 전차의 공급 의사를 밝혔다. 또 미국이 ATACMS 공급을 망설일 때, 이미 크루즈 미사일을 공급했다.

영국과 프랑스 주장은 “서방이 전차, 정밀 타격 크루즈미사일, F-16 전투기 공급 얘기를 할 때마다 러시아는 핵무기를 운운하며 확전을 위협했지만 현실화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한편, 독일은 미국이 전차를 공급해야 자국의 레오파르트 2 전차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미국과 독일은 늘 확전 가능성을 경계했다.

한편 람슈타인 공군기지 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쿠르스크 주 공격으로 지금까지 러시아군 6000명이 죽거나 다쳤으며, 100여 개 마을을 포함한 1300㎢ 이상의 땅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같은 영토 잠식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이 대부분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강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을 압박하고 있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36개월 간의 전쟁으로 러시아군 35만 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고, 러시아의 흑해 함대 소속 전함 32척이 파괴ㆍ손상됐다고 밝혔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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