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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유력 고이즈미, 왜 긴자서 이례적인 대중 연설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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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재 투표권, 의원 등에게 있지만

대중적 인기 과시하려 가두연설

청중 5000여 명 몰려 영향력 확인

조선일보

고이즈미 신지로 전 일본 환경상이 지난 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7일 열리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이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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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치러지는 일본 집권 여당 자민당의 총재 선거에 출마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3) 전 환경상이 7일 도쿄의 번화가인 긴자에서 가두연설을 했다. 총재 선거에 입후보한 이후 첫 선거 운동이다. 일본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기 때문에, 현재 제1당인 자민당 총재 선거는 곧 차기 총리 선거와 같다. 하지만 총재 선거의 투표권은 당 국회의원과 당원·당우(당을 후원하는 정치단체 회원)에게만 있어, 일반인 대상의 가두연설은 득표에 별 도움이 안 된다. 당선 유력 후보인 고이즈미는 왜 긴자로 갔을까.

8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고이즈미 후보의 긴자 가두연설엔 5000여 명의 청중이 몰렸다. 고이즈미는 이날 “(총리가 되면) 1년 내 세 가지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정치자금 스캔들이 다신 없도록 정치와 돈의 관계를 완전히 끊고, 시대에 뒤처진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결혼해도 아내가 남편의 성(姓)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선택적 부부 별성(別姓)’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의 표가 당락을 좌우하며, 특히 결선 투표 때 후보 간 합종연횡이 결정적이다. 파벌이 없고 경력이 짧은 고이즈미 후보로선 결선투표 때 세를 규합하지 못해 불리할 수도 있다.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인 ‘대중적 인기’를 당 국회의원에게 각인시켜야 승산이 커지는데, 군중이 모인 긴자 유세는 이런 강점을 부각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후보는 정치 명망가 출신이라는 배경에 더해 잘생긴 외모와 43세라는 젊은 나이로 자민당을 바꿀 ‘혁신 주자’라는 이미지를 대중으로부터 얻고 있다.

만약 자민당 총재 선거가 끝나고 차기 총리가 확정되면 이른 시일 안에 중의원(하원)을 해산해 총선을 치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고이즈미는 “만약 (내 유세를) 들어주신 분이 당원이 아니더라도, (현장의) 열기를 주위에 전달하면 순풍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자민당의 한 현역 의원은 “지역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젊은 의원들 사이에선 다음 선거 때 고이즈미가 당의 간판이라야 이길 수 있다는 현실론이 강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본래 도쿄 긴자는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 때 자민당의 간판인 총재가 가두연설에 나섬으로써 선거 판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곳이다. 청중 집객 능력이 영향력의 잣대가 된다. 고이즈미 후보는 이날 35도를 넘는 불볕더위에 5000명 넘게 청중을 모아, 대중적 인기를 과시했다. 이를 통해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내가 (차기) 총재가 돼야, 다음 총선 때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총선에서 이기려면 ‘고이즈미 브랜드’를 부각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이는 가운데, 고이즈미가 긴자 유세의 ‘흥행’을 통해 자신의 대중적 인지도를 강조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 고이즈미’ 이미지를 재현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언론은 이번 긴자 유세를 두고 “23년 전 아버지 고이즈미보다 강한 버전”이라 보도했다. 아버지 고이즈미 전 총리는 2001년 4월 자민당 총재 선거 때 긴자의 바로 옆인 유라쿠초에서 약 2000명의 청중을 모았고 대중 인기를 등에 업고 총재에 당선됐다. 아들 고이즈미 후보도 아버지와 같은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대중 인기’라는 자신의 무기를 당 국회의원에게 각인시키는 전략이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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