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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배신자가 돌아왔다!"…英 MF, 아일랜드 야유에도 세리머니 자제→"조부모께 무례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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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데클란 라이스(아스널)가 조부모의 조국 아일랜드를 예우하기 위해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8일(한국시간) "데클란 라이스는 잉글랜드가 아일랜드 상대로 2-0으로 승리한 경기에서 골 세리머니를 하는 건 가족에게 무례한 일이었을 거라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은 8일 아일랜드 더블린에 위치한 아비바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일랜드과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B 2그룹 1라운드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아일랜드전은 잉글랜드 대표팀의 임시 사령탑 리 카즐리 감독 밑에서 치르는 첫 경기이다. 전임자인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지난 7월 UEFA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패해 준우승한 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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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즐리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는 4-2-3-1 전형으로 나섰다. 조던 픽포드가 골문을 지켰고, 리바이 콜윌, 해리 매과이어, 마크 게히,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백4를 구성했다. 3선은 코비 마이누와 데클란 라이스가 맡고, 2선에 앤서니 고든, 잭 그릴리쉬, 부카요 사카가 배치. 최전방 원톱 자리에 해리 케인이 이름을 올렸다.

아일랜드는 5-3-2 전형으로 맞섰다. 퀴빈 켈러허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로비 브레이디, 다라 오셰이, 네이선 콜린스, 셰머스 콜먼, 맷 도허티가 백5를 구성했다. 중원에서 사미 스모딕스, 윌 스몰본, 제이슨 몰럼비가 호흡을 맞췄고, 최전방에서 아담 이다와 치에도지 오그베네가 잉글랜드 골문을 열었다.

선제골을 터트린 건 프리미어리그 명문 아스널 미드필더 라이스였다. 전반 11분 고든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는데, 아일랜드 수문장 켈러허가 고든의 슈팅을 선방하면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득점에 실패한 고든은 재빨리 세컨볼을 잡아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온 케인에게 패스했다. 이후 케인의 슈팅은 수비수의 육탄 방어에 막혔는데, 박스 안으로 쇄도한 라이스가 세컨볼을 잡아 슈팅을 날리면서 아일랜드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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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를 잡은 잉글랜드는 아일랜드를 계속 압박하면서 전반 26분 추가골을 만들었다. 잉글랜드의 두 번째 골도 선제골 주인공 라이스가 만들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라이스는 같은 아스널 동료인 사카와 2 대 1 패스를 주고 받으며 돌파에 성공했다. 이후 박스 안으로 컷백 패스를 시도했고, 패스를 받은 그릴리쉬가 골대 구석으로 정확한 슈팅을 꽂아 넣으면서 스코어 2-0을 만들었다.

전반전을 2-0으로 마친 잉글랜드는 추가골을 넣지 못했지만 아일랜드의 공격을 잘 틀어막았다. 경기가 2-0 잉글랜드의 승리로 끝나면서 카즐리 감독은 자신의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선 라이스의 행동이 화제를 모았다. 라이스는 선제골을 터트린 후 양 팔을 들어 올리면서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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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전에서 아일랜드 홈팬들은 라이스와 그릴리쉬를 향해 야유를 보내거나 그들을 비판하는 문구를 준비했다. 두 선수 모두 유소년 때 아일랜드 연령별 대표팀에서 뛰었지만 A대표팀을 잉글랜드로 택했기 때문이다.

라이스의 경우 조부모가 아일랜드 사람이라 아일랜드 국적을 갖고 있다. 그는 아일랜드 연령별 대표팀뿐만 아니라 성인대표팀에도 발탁돼 아일랜드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매치를 3경기 뛰었지만, 2019년 잉글랜드로 국적을 변경했다.

A매치를 뛰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르면 성인대표팀에서 친선전만 뛰었기에 라이스는 국적을 바꿀 수 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나 대륙별 컵대회 본선에서 뛴 선수들을 국적 변경이 불가능하다.

맨체스터 시티 미드필더 그릴리쉬도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아일랜드에서 뛰었지만 2015년 잉글랜드 국적을 택하면서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국가대표팀 경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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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청소년 대표팀에서 뛰던 선수가 정작 A대표팀은 잉글랜드를 택했기에 아일랜드 팬들은 라이스와 그릴리쉬를 비난하는 문구를 준비했다. 한 팬이 준비한 팻말엔 "뱀들이 돌아왔다"라며 라이스와 그릴리쉬를 뱀으로 비유했다.

공교롭게도 아일랜드 팬들이 배신자로 부른 라이스와 그릴리쉬가 나란히 골을 넣으면서 아일랜드전 승리 주역이 됐다. 특히 라이스는 1골 1도움을 올리며 조부모 조국에 비수를 꽂았다.

라이스는 골을 터트린 후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아일랜드를 예우했다. 경기 후 라이스는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세리머니르를 하는 건 정말 무례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 쪽 가족은 모두 아일랜드 사람이다"라며 "그들은 세상을 떠나 더 이상 살아계시지 않기에 솔직히 말해서 세리머니를 하고 싶지 않았다"라며 세리머니 자제는 돌아가신 조부모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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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아일랜드에서 뛰는 동안 1군에서도, U-19, U-21에서도 정말 멋진 시간을 보냈다"라며 "내게는 기억에 남은 좋은 추억들이다. 솔직히 말해 나쁜 말은 하나도 없다. 모두에게 최선을 기원한다"라고 덧붙였다.

라이스는 후반전에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케인이 교체로 나갈 때 주장 완장을 받는 걸 거부했다. 라이스가 거부하자 맨시티 수비수 존 스톤스가 주장 완장을 찼다.

주장 완장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선 "케인은 내게 완장을 주려고 했는데, 스톤스가 나보다 더 선배이고 경험이 많기에 케인에게 스톤스에게 주장 완장을 주자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라이스가 세리머니를 자제한 반면에 그릴리쉬는 추가골을 터트린 후 뛰어올라 환호하면서 세리머니를 마음껏 펼쳤다. 그릴리쉬는 지난해 11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았고, 선발로 나와 득점까지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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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그릴리쉬는 "나와 라이스가 예상했던 대로이다. 경기 전에도 말했지만 나쁘게 말한 건 없다"라며 "우리 모두 아일랜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 가족 중에 아일랜드 사람들이 많아 내겐 악감정이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이 "난 정기적으로 경기에 출전하고 골을 넣어야 한다. 오늘 이를 해냈다"라며 "내 몸이 100% 건강하다고 느낄 수 없었지만 행복하다"라며 오래 간만에 출전한 A매치에서 득점을 터트린 것에 기쁜 심정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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