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전서 거센 야유 받아…"처음이라 아무래도 당황스러웠다"
인터뷰하는 홍명보 감독 |
(무스카트[오만]=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밖의 일은 밖의 일이고…, 경기장 안에서만이라도 우리 선수들을 응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5일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이 치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붉은악마와 태극전사가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경기는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 속에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복귀전이었다.
킥오프 전부터 전광판에 홍 감독의 모습이 나올 때면, 붉은악마를 비롯한 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이런 모습은 90분 내내 이어졌다. 승부가 홈팀 한국의 패배나 다름없는 0-0 무승부로 끝나자 경기장은 다시 한번 '우~' 하는 야유소리로 진동했다.
오만전 앞둔 홍명보 감독의 고민 |
그러자 김민재(뮌헨)가 붉은악마가 있는 관중석 쪽으로 가 이런 분위기에 항의하는 듯한 몸짓을 했다.
홍 감독 자신에게도 꽤 충격적인 경험이었을 터다.
홍 감독은 10년 전 2014 브라질 월드컵 도전을 처절한 실패로 끝낸 뒤 과도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그때도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로부터 야유받은 일은 없었다.
대표팀은 오만과의 3차 예선 2차전 원정 경기를 사흘 앞둔 7일 결전지인 오만 무스카트에 도착해 첫 훈련을 소화했다.
인터뷰하는 홍명보 감독 |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홍 감독은 거센 야유를 받으면서 어땠는지를 묻는 말에 "처음 하는 거니까, 아무래도 당황스러운 점이 없다고는 얘기할 수 없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홍 감독은 또 "(그라운드를) 거기(대한축구협회와 자신에 대한 논란)까지 연결시키는 것보다는, 어차피 우리 선수들은 경기를 해야되는 거니까,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고맙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보기와 다르게 매우 여린 선수다.
그는 지난해 3월 A매치 뒤 취재진 앞에서 '국가대표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되자 '힘들다는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과 함께 팬들에게 사과하는 해프닝을 일으켰다.
팔레스타인전에서 다시 한번 '논란의 언행'을 했기 때문인지, 다소 어두운 표정이던 김민재는 이날 무스카트 국제공항에서 교민 팬들이 사인을 요청하자 모처럼 '방긋' 웃으며 응했다.
홍명보 감독 '오만전 필승 전략은' |
오만에서의 첫 훈련에도 밝은 표정으로 임하는 모습이었다.
홍 감독은 "김민재는 항상 팬들에게 감사하면서, 팬들의 응원에 힘을 받으며 뛰는 선수"라면서 "어떻게 보면, 나에 대한 이런 것들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린 뒤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팀이 B조 약체로 분류되는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홈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건 매우 뼈아프다. 막판까지 순위 경쟁을 하게 된다면, 두고두고 아쉬울 수 있는 결과다.
홍 감독 선임 직후부터 일기 시작한 '경질 여론'은 더 커졌다.
여기에 팬들의 야유 등으로 대표팀을 둘러싼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밝은 표정의 홍명보 감독 |
홍 감독은 "나도 이런 것들은 처음 경험하기 때문에, 지난 경기 분위기, 흐름, 선수들의 생각, 이런 것들이 또 다음 경기에서는 어떻게 이어질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결속력, 응집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좋은 경기 결과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 선수들은 너무 불필요하게 다른 생각하지는 말고, 경기에만 집중하기를 바란다.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홍명보호가 첫 승리에 도전할 오만과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2차전은 한국 시간으로 10일 오후 11시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킥오프한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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