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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퇴임 앞두고 방한한 기시다, 과거사 반성·사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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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지난해 3·5월 언급 재확인에 그쳐

“역대 내각 입장 계승…가슴 아프게 생각”

한·일 정상,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의미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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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일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명시적인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역사 인식과 관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인식을 계승한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마저도 지난해 한·일 정상회담에서 했던 발언을 다시 언급하는 데 그쳤다.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된 윤 대통령과 회담 모두발언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지난해 두차례 정상회담 때 발언을 꺼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3월 도쿄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당시 저는 1998년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 관련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명확히 말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강제동원과 관련해 “이곳 서울에서 저 자신이 당시 어려운 환경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것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도 말씀드렸다”고 했다.

직접적인 사과와 반성 등 진전된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역내 내각 입장’에는 “통절한 반성과 사죄” 등의 표현이 담긴 선언이나 담화도 있지만, 아베 전 총리의 2015년 전후 70년 담화처럼 명시적인 사과와 반성이 빠진 것도 포함된다. 당시 아베 전 총리는 “전쟁과 관련 없는 미래세대의 아이들이 사죄를 계속할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일본은 2021년 4일 각의(국무회의) 결정에서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이 군이 관여했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종군을 빼기로 했고, 조선인 노동자의 강제연행이란 단어 대신 ‘징용’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징용은 강제동원이 합법적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지난해 3월 윤 대통령의 큰 결단 이후 도쿄 정상회담에서 우리 둘이 제시한 방향에 따라 많은 분야에서 양국 간 대화와 협력이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윤 대통령의 큰 결단’은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의 배상 판결 관련 해법으로 발표한 ‘제3자 변제안’을 일컫는다. 판결금 등을 재단을 꾸려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정부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일본 기업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제3자 변제안 발표 이후 한·일 관계 개선은 급물살을 탔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정상회담은 이번까지 포함해 총 12차례 열렸다. 그 사이에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동조, 일본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찬성 등 민감한 사안에서 잇따라 일본에 양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향신문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학생겨레하나, 대학생역사동아리연합, 진보대학생넷, 청년진보당 등 소속 대학생·청년들이 기시다 일본 총리가 방한한 6일 서울 용산역 광장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열린 정부의 굴욕적 대일외교 규탄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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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선제적 양보를 하면서 ‘먼저 물의 반 컵을 채우면 일본이 나머지를 채울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일본의 호응은 뒤따르지 않았다. 일본은 여전히 외교청서와 교과서 등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강제동원을 인정하지 않는 등 왜곡된 역사 인식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패전일(한국의 광복절)인 지난 8월15일 현직 방위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는 등 후퇴하는 양상까지 나타났다.

주고베 총영사를 지낸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기시다 총리가 마지막까지 역사 인식과 관련해 진전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은 너무나 미흡한 대목”이라며 “강제동원과 ‘위안부’ 등은 강제성이 없었다는, 아베 전 총리가 깔아놓은 잘못된 역사 왜곡 노선을 기시다 총리가 고착화했다”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정부가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조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역사와 영토 쟁점은 거추장스러운 장애물로 보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가 20~30%밖에 안 되는 지지층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대일 외교 정책은 바뀔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그간 양국의 협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일 정부는 60주년을 맞아 ‘신 한·일 공동선언’을 마련하기 위한 정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정부가 신 한·일 공동선언을 통해 일본과 과거사 문제를 정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8월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의에 “과거사를 어떻게 매듭을 짓겠나”라며 이런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와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3개 역사기관’의 기관장 등에 임명되는 상황 등이 겹치면서 의구심이 계속되고 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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