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보호 협력각서' 서명…'출입국 간소화 조치' 논의도
기시다, 과거사 문제엔 "가슴 아파" 작년 발언 재확인에 그쳐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9.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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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2번째 한일 정상회담에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모멘텀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약 1시간 40분간 정상회담을 가지고 그간의 한일관계 개선 성과를 되짚었다.
양 정상은 내년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국민체감형 조치' 등 '후속 조치'를 이어가자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우선 한일 양국 정부는 '재외국민보호 협력각서'에 이날 서명했다. 총 8개 항으로 이뤄진 이번 협력각서는 제3국에서 위기 발생 시 양국이 자국민 철수를 위한 지원·협력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간 1000만명에 이르는 한일 국민들 간 왕래가 더 편리하게 이뤄질 수 있게 '출입국 간소화 조치'를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한일 양국이 방일·방한객을 대상으로 비행기 탑승 전 사전 입국심사를 실시하는 '프리 클리어런스'를 앞으로 양측이 논의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선 현재 일본 측이 더 적극성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상대방 국가에 심사관을 파견, 생체정보 시스템도 구축해서 출국 전 간편하게 입국 조사까지 마치는 절차를 일본과 논의하겠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 대응을 위한 한일, 한미일 협력 △'캠프데이비드' 협력 체계 발전 등 안보 분야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아울러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이 발표한 '8·15 독트린'에 대해서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며 정부의 통일 구상에 힘을 실어줬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 불출마 선언으로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에 이번 '고별회담'에서 지난해 3월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를 기점으로 급진전한 한일관계 개선을 재확인하고 관련 분위기를 차기 정권에 넘기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끝내 과거사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 입에서 '사죄'의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있다는 지적이다. 즉, 차기 정권에서도 사죄 표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 확대회의 모두발언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저 자신은 당시 어려운 환경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것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5월 방한해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를 언급하며 "나도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라고 밝힌 것과 같은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9.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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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국내 다수 여론이 요구해 온 '일본 측의 분명한 사과 입장 표명'은 기시다 총리 임기 내에 이뤄지지 않았으며 '물컵의 절반'은 여전히 채워야 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고 있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한 데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가 명문화돼 있다.
하지만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 표현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래세대에 사죄의 숙명을 지워선 안 된다"고 한 2015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도 계승하겠다는 뜻도 숨겨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본 정부는 기시다 총리 방한 전날 조선인 수천 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 1945년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관련 명부 일부를 우리 측에 제공했다. 한일관계 개선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일본이 차기 정권에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에선 국내에서 '강제성 표기'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사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기시다 총리는 재임 기간 윤 대통령과 한일관계 개선에 속도를 냈지만, 정작 본인이 주도적으로 '성의 있는 호응'은 끝내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기시다의 한계'를 차기 일본 정권이 일종의 '한국 대응 매뉴얼'로 여길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은 차기 일본 정권에 방향성을 제시해 준 측면이 있다"라며 "쉽게 말해 기시다가 해 온 레일 위에서 다음 정권은 기존의 입장만 견지하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만약 향후 한일관계에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면 일본이 자주 쓰는 수사법인 '골 포스트를 옮기는 건 한국'이라는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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