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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김선아의 오랜 벗·정려원의 동아줄…영원한 신여성 '김삼순' 19년만의 귀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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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배우 김선아(왼쪽부터)와 김윤철 감독, 정려원이 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2024’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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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19년이 흘렀지만, 지금 시대에도 ‘삼순이’란 캐릭터는 큰 지점에서 여전히 소구력이 있지 않을까, 여전히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김윤철 감독)

19년 전 소녀들에게, 주체적인 태도와 일과 사랑 모두를 쟁취하는 모습으로 30대 신여성의 삶을 향한 로망을 안겨줬던 드라마. 그때의 소녀들이 세월이 흘러 현재 30대, 40대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오래 지낸 편안한 친구처럼 마음을 두드리는 작품. 그 시절에도, 19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멋진 삼순이가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웨이브 뉴클래식 프로젝트 ‘[감독판] 내 이름은 김삼순 2024(4K)’(이하 ‘김삼순 2024’) 기자간담회에는 김윤철 감독과 배우 김선아, 정려원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웨이브(Wavve)의 ‘뉴클래식(New Classic) 프로젝트’는 명작으로 회자되는 2000년대 대표 드라마를 2024년 버전으로 신작화하는 프로젝트다. 원작의 주요 스태프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기존 퀄리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 시청 트렌드를 반영해 기존 16부작 버전의 드라마를 60분 분량의 6~8부작으로 재해석한 OTT 시리즈물 형태로 제공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 프로젝트의 포문을 열 첫 주자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김선아, 정려원을 비롯해 현빈, 다니엘 헤니까지 주요 배우들을 오늘날 톱배우 반열에 오르게 만든 드라마다. 드라마 풍년으로 불리던 2000년대 초반, 당대 여성 및 청년 시청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안방극장에 로코 붐을 일으킨 대표 작품으로 꼽힌다. 방영 당시 5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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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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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은 웨이브 마케팅 부문 그룹장은 ‘김삼순 2024’를 뉴클래식 프로젝트의 첫 주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당대 신드롬급 인기가 있었는가란 부분을 가장 많이 검토했다. 슈퍼 팬덤이 있었는가, 그 팬덤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살펴봤다. 또 감독님과 배우들이 현재까지도 왕성히 활동 중이신 작품 위주로 리스트업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마가 방영됐던 2005년에는 서른 살 노처녀에 촌스러운 이름을 가진 김삼순이 일과 사랑에서 ‘웃픈’ 상황을 겪는 캐릭터로서 조명받았지만, 2024년 이 드라마를 다시 보니 현재 트렌드에서 서른 살은 전혀 노처녀가 아니더라. 외려 자신의 가게를 갖고 있고, 직업에 자부심과 전문성을 갖고 파티셰로서 일하는 당당한 여성으로서의 면모가 돋보였다”고 부연했다.

김선아는 ‘김삼순’에서 극 중 뭐 하나 뛰어난 것도 없고, 가진 것도 많지 않지만, 누구보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사랑하는 감정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주인공 김삼순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선아는 “지난 4월 말 5월 정도에 감독님에게 소식을 들었다”라며 “‘김삼순’을 리마스터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고 설레고 기뻤다. 오늘 이날을 위해 어제 밤에도 이 작품을 살짝 복습했다. 다시 봐도 드라마가 재밌더라. 너무 좋은 작품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 오늘의 이 자리가 있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이 작품의 의미를 묻자 “오래 지낸 가장 친한 친구 같은 캐릭터이자 작품이다. 리마스터링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런 적이 있었을까? 리마스터링이 될 순 있지만 이렇게 기자간담회까지 열고, 같은 작품으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살면서 또 있을까. 대단한 명작에 내가 출연했었구나, 새삼스레 생각해보면 너무 영광스럽다. 리마스터링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오랜만에 사랑하는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정려원은 남주인공 현진헌(현빈 분)의 전 여자친구 유희진 역을 맡아 강렬하지만 그만큼 아린 옛사랑의 감정선을 섬세히 표현해냈다. 주인공 김삼순과 현진헌의 러브라인을 위협하는 캐릭터였음에도, 동화 속 공주님 같은 비주얼과 미워할 수 없는 매력으로 주인공 김삼순 못지 않게 큰 인기를 누렸다.

정려원은 정려원은 “저한테 이 작품은 ‘동아줄’ 같은, 기나긴 터널의 빛 같은 작품이었다. 사실 제가 아침드라마를 통해 배우로 데뷔해서 시트콤도 하고 베스트극장 이런 작품은 많이 했지만 미니시리즈를 정말 하고 싶어했었다. 하지만 연이 닿지 않아 못 만나고 있다가, 마지막 오디션이란 생각으로 이 작품 오디션을 만난 것”이라고 캐스팅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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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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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시 메이크업도 안 하고 제 옷을 그냥 입고 갔다. 당시 감독님이 ‘오늘 편하게 입으신 거냐, 본인 옷이냐’고 물으시더라. 그때 제가 제대로 대답도 잘 안 했었다. 그러다 ‘이거 해달라고 하면 하실래요?’란 제안을 받고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승낙해 하게 된 작품이었고, 그 다음 촬영 과정은 꿈만 같았다. 감독님의 저의 빛과 같았다. 연이 이렇게도 이뤄지는구나 느꼈고 마냥 현장을 신기해하며 다녔다”고도 떠올렸다.

이어 “그 후 엄청난 사랑을 받았잖나. 저로선 미니시리즈를 한 것만으로도 성공한 건데 이 드라마 자체가 성공하면서 덜컥 겁이 났다. 그럼에도 그때의 희망으로 여태까지 계속 작품을 잘 하며 지내고 있는 것 같다”며 “예전에 이 작품을 좋아하신 분들이 아닌 이 작품을 모르시는 요즘의 분들이 이 드라마의 감성을 좋아해주실까 너무 궁금하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리마스터링 과정엔 숙제도 있었다. 드라마가 방영됐던 시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시청자들까지 이 작품이 포용할 수 있을지였다. 19년이 흐르며 바뀐 남녀의 성인식, 변화한 시대 감각을 반영하는 과정도 꼭 필요했다.

특히 지금 시대 이 드라마를 접하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을 얻고 있는 극 중 인물이 배우 현빈이 연기한 남주인공 ‘현진헌’ 캐릭터다. 실제로 김윤철 감독은 ‘김삼순 2024’를 새롭게 재구성하며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염두에 뒀던 캐릭터가 이날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현빈이 연기한 ‘현진헌’ 캐릭터였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현진헌’ 캐릭터는 잘생긴 외모에 재벌급의 재력, 자신만만한 성격과 매력으로 방영 당시엔 ‘백마 탄 왕자’, ‘벤츠남’처럼 여겨지며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김삼순(김선아 분)과 유희진(정려원 분)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 제멋대로에 모진 말로 상처를 주는 태도 등이 재조명되면서, 지금 시대에는 이른바 ‘쓰랑꾼’(쓰레기+사랑꾼)이란 수식어로 불리기에도 너무한 나쁜 남자란 반응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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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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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 감독은 “요즘의 세대감과 비교해봤을 때 이 캐릭터를 (시청자들이) 보실 수 있을까, 조금 심하게 이야기하면 그렇게까지 생각했다. 그때야 재벌 캐릭터들이 많았고, ‘백마탄 왕자’, ‘나쁜남자’란 용어로 통용되면서 시청자분들이 그런 것들을 용인해주셨던 것 같다”며 “하지만 지금의 눈높이로 보면 제가 봐도 너무하단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최대한 현진헌 캐릭터가 갖고있는 태도나 화법, 살마을 대하는 자세 같은 것들이 지금의 시대 감각과 온전히 맞지 않단 생각을 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서사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신 내에서 현진헌의 컷이나 대사를 가능한 덜어낸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19년 만에 ‘김삼순’을 다시 만난 배우 김선아, 정려원 역시 ‘현진헌’ 캐릭터를 보며 달라진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하고 과감히 털어놨다.

김선아는 “현진헌이란 캐릭터가 조금 덜 성숙한, 좀 더 어린 삼순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에 솔직하고, 사랑에 있어서 스스럼없이 솔직하게 다가가는 캐릭터가 삼순이인데, 현진헌이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것도 감정에 솔직했어서가 아닐까. 다만 미성숙한 부분 때문에 그 당시에도 시청자들에게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가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김삼순을 연기했던 입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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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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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24년에도 삼순이로서 현진헌을 선택할 것인가’란 MC 박경림의 질문에 한숨으로 응답해 웃음을 유발했다. 그는 “물론 사랑은 항상 어렵다 생각하지만, 솔직히 좀 귀찮고 힘들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는 유쾌한 답변으로 답변을 마무리했다.

정려원 역시 “당시의 유희진은 상황의 변화와 상관없이, 예전 사랑의 기억을 그대로 되찾고 싶다는 생각에 갇혀 그렇게 싸웠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의 유희진이었다면, 현진헌을 잘 보내주지 않았을까. 삼순이에게 안전하게 잘 보내주지 않았을까 덜 싸우고 잘 보내줬을 것 같다”고 답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김윤철 감독은 “삼순이란 인물은 일과 사랑을 다 쟁취하기 위해 스스로 주체적으로 자신의 감정에 뛰어들며 솔직히 행동한 캐릭터다. 이런 인물을 지금 시대의 우리 일상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자신은 이 드라마가 여전히 소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리마스터링의 의미를 되새겼다. 정려원도 “저에게는 김삼순이 정말 신여성 같던 캐릭터다. 지금은 그런 캐릭터들이 작품에 많아졌지만 김삼순이 거의 그런 캐릭터의 시초, 처음인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무려 19년 만에 새롭게 돌아온 ‘김삼순 2024’는 오는 6일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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