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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단독] ‘출근 정보’까지 사고파는 성매매 창구 ‘키스방 알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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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화이트해커 최준영(가명)씨가 8월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성매매 알선 플랫폼 ‘키스방 알리미’에 접속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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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피해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꼭 20년을 맞는다. 하지만 성매매는 더욱 치밀한 방법으로 활개 치고 있다. 성매매집결지들이 폐쇄됐을 뿐, 인터넷과 디지털기술 발전에 따라 성산업은 더욱 고도화돼 일상을 파고들었다.



한겨레 탐사팀은 성매매 예방·감시 활동을 하는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 화이트해커 최준영(가명)씨 등의 도움을 얻어 성매매 알선 플랫폼, 유료 비밀 채팅방 등을 운영하며 성매매를 확산시키는 ‘주범’을 추적했다. 신종 ‘범죄 산업’의 민낯을 폭로하기 위해 이곳에서 벌어지는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도하는 것이 불가피했음을 밝히며 독자들께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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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매’ 빠르게 예약하는 꿀팁 같은 거 있습니까? ‘키스방 알리미’ 써야 하나요?”



“알리미 없으면 ‘예압매’ 보기 힘듦.”



지난 5월 한 비공개 성매매 후기 사이트 게시판에서 오간 대화다. 여기서 ‘매’는 성매매 여성을, ‘예압매’는 ‘예약 압박이 큰 성매매 여성’을 일컫는다. 한 성구매자가 원하는 여성을 빠르게 예약하려면 ‘키스방 알리미’를 써야 하냐고 묻자, 인기 많은 여성과 예약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고 누군가 답한 것이다. 이 사이트는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국외 아이피(IP)로만 접속할 수 있다.



키스방 알리미는 2020년께 새롭게 등장한 성매매 알선 플랫폼이다. 기존에는 성매매업소로부터 광고비를 받은 알선 사이트 위주로 온라인에서 성매매가 중개됐는데, 키스방 알리미는 여러 업소 성매매 여성들 출근 정보를 취합해 모바일 비밀대화방에서 관련 정보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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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비를 내면 특정 텔레그램 아이디 또는 정보무늬(QR코드)를 통해 비밀대화방에 들어갈 수 있고, 여기서 성매매 여성들 정보를 받는 식이다.



불법 성매매 예방·감시 활동을 펼쳐온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 쪽은 2024년 현재 키스방 알리미는 최소 5개 이상 존재한다고 말한다. 2년 가까이 성매매 산업 관련 온라인 사이트와 게시물을 추적해온 화이트해커 최준영(가명)씨도 ‘노○’, ‘매니저○○’, ‘렛츠○’, ‘오○○’ 등 키스방 알리미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증언한다.





모바일 기반 성구매 원스톱서비스





키스방 알리미들은 각종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크롤링(데이터 끌어오기)해 알림을 보내는데, 성매매 여성들 출근 정보가 중심이고 예약 대행도 가능하다. 스케줄 체크에서 예약까지 ‘성매매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성산업의 또 다른 기생자인 키스방 알리미들은 최근 서울 강남 오피스텔에 똬리를 튼 마사지형 성매매 사업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서 가장 널리 알려진 키스방 알리미로 ‘노○’가 있다. 가입자 1만명, 유료회원(구독자) 1천명으로 추산되는데, ‘지난해 10월 기준 성매매 여성 9252명의 출근 기록 31만3339건을 수집해, 출근 알림 4만5245건을 성구매자에 보내왔다’고 홍보한다.



기자가 회원 가입 뒤 8월20일 특정 성매매 여성의 출근 알림을 설정했더니, 다음날 오전 10시께 ‘○○○ 급출(12~17시) 010-××××-××××’라는, 성매매 가능 시간과 예약 연락처 알림이 득달같이 날아왔다.



유료회원은 월 1만원을 내는 ‘브론즈’부터 10만원을 내는 ‘브이아이피’(VIP)까지 등급이 나뉜다. 등급에 따라 알림을 받는 성매매 여성 수나 관련 정보의 양이 달라진다. 월 10만원을 내는 브이아이피 텔레그램방 인원은 50명 안팎이다.



화이트해커 최씨는 유료회원 등급별 규모를 고려하면 ‘노○’의 회비 수익은 월 최대 525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노○’은 다른 키스방 알리미와 달리 별도 누리집(홈페이지)도 운영하는데, 누리집은 ‘매니저가 언제 출근하는지 사이트 새로고침을 계속하고 있기 너무 힘들지 않으세요? 등록해놓고 잊고 일상생활 하다가 알림이 오고 예약하시면 됩니다. 알림이 오기 때문에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예약이 가능합니다!’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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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성 대화·사진 공유 일상적





‘노○’ 이외 다른 키스방 알리미들의 운영 규모나 추정 수익은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러나 한겨레 탐사팀과 화이트해커 최씨는 다른 키스방 알리미 비밀대화방에서 오간 대화 일부분을 확보해 이곳에서 벌어지는 양태를 살펴봤다. 대화방에서는 성매매 여성 사진에 관한 적나라한 품평이 오갔다.



이때 각종 비속어와 은어가 사용되는데, 얼굴 에프(F), 몸매 비(B), 대화 티(T), 성행위 수위 피(P)별로 상·중·하로 등급을 매겨 대화하는 식이다. ‘B: 중중. 키 크고 몸매도 괜찮은데 뱃살이 조금 있다. F: 중중. 시골 처자 느낌. 쥐상’ 등과 같은 성착취성 대화가 일상처럼 오가고, 이는 다른 성구매자들에게 여성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화이트해커 최씨는 “비밀대화방에 올라온 사진 중 절반 정도는 불법촬영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서도 얼굴이나 문신, 액세서리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요소들은 가리는데, 비밀대화방에서는 모두 드러난 채로 유통되기 때문에 불법촬영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터넷 방송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 유명 인플루언서를 도마에 올려놓고 예전에 키스방에서 일했던 ‘증거’를 언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비밀대화방에 동영상이 있다며 이를 볼 수 있는 방법을 묻기도 했다. 소수만이 입장 가능한 ‘비번방’에서 더 적나라한 불법촬영 영상이 공유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성매매 여성의 출근 기록을 달력으로 만들어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여성의 추정 수익을 추산하기도 했다. 특정 성매매 여성의 ‘은퇴’ 또는 복귀, 또는 다른 키스방으로 소속을 옮긴 경우를 추적하기도 했다.



특히 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선 한 성매매 여성의 개인 에스엔에스(SNS)를 찾아내 공유하는 사례도 있었다. “인스타 털어서 지인들한테 싹 다 메시지 보냈대”, “실명이랑 친구들이랑 찍은 인스타 사진까지 다 유포된 애도 있다”는 대화가 등장했다. 성매매 행위 자체를 넘어 이에 연루된 개인의 일상을 철저히 파괴하는 수단까지 동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손쉽게 성매매 조장…대책 마련을





이렇듯 불법 성매매를 조장하고 불법적인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지만, 키스방 알리미에 대한 사회적 대응 방안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이트해커 최씨는 “키스방 알리미는 월 10만~50만원 정도의 서버 비용만 지출하면 운영할 수 있다”며 “키스방 알리미 정도의 프로그래밍은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함께상담센터 감시사업팀 관계자는 “키스방 알리미는 예약이 어려운 업종인 키스방을 중심으로 생겨났다”며 “이런 형태의 텔레그램형 성매매 알선 시스템을 차단하지 않을 경우 성매매 알선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되어 우후죽순처럼 퍼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성매매 관련 정보를 공급한 부분은 성매매처벌법의 알선 행위로 처벌할 여지가 있다. 이승호 변호사(법무법인 대륜)는 “키스방 알리미가 성매매 여성의 출근 정보를 알려 실제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게 확인된다면, 그 중간 플랫폼 운영자도 성매매 알선죄를 물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수사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박찬걸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당 플랫폼(키스방 알리미)이 알려준 정보로 그 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는지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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