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감성 맛집’을 트렌드로 한 맛집 여행이 뜨고 있다. 사진은 뉴욕 지하철을 모티브로 한 카페 드렁큰 빈(@drunken_be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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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명을 의미하는 ‘DRUNKEN BEAN 55 St Station’이라는 표기가 적힌 입구나 커다란 화살표와 함께 강조된 지명 ‘브루클린(BROOKLYN)’ 안내판, 주문하려면 통과해야 하는 개찰구와 한쪽 벽을 채운 지하철 승차장 등을 보고 있으니 여기가 뉴욕인가 싶다.
최근 서울 서초구에 문을 연 카페 ‘드렁큰 빈’의 풍경이다. “뉴욕의 지하철, 갤러리, 우연히 들어간 위스키 바(bar) 등을 모티브로 했다”라는 카페 소개처럼 뉴욕을 주제로 층마다 다르게 표현된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다. ‘뉴욕의 거리’를 주제로 한 사진전은 덤이다.
베트남 음식점 ‘을지깐깐( @eulji_canhcanh)’. 호찌민에서 20대를 보낸 메인 셰프가 현지에서 직접 배운 기술로 깊은 맛을 내 대기 줄이 긴 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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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음식점 ‘을지깐깐’은 ‘을지로의 작은 호찌민’으로 불린다. 반깐꾸아(게살 국수), 껌찌엔 라우뭉(공심채 볶음밥) 등 ‘베트남 음식=쌀국수’가 익숙한 이들에겐 다소 낯선 메뉴이지만 호찌민에서 20대를 보낸 메인 셰프가 현지에서 직접 배운 기술로 깊은 맛을 내 대기 줄이 긴 편이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투박한 골목길을 돌다 삐거덕거리는 철문을 여는 순간 동남아의 ‘온도와 습도’를 감지하게 될 것이다. 오래된 인쇄소를 리모델링해 만든 공간에 묘하게 어울리는 원색의 커튼과 형형색색 방석, 노란빛을 뿜어내는 조명 역시 직접 공수한 것이라고 한다.
미국 한인타운 갈빗집을 콘셉트로 문을 연 코리안 비비큐 식당 ‘청기와타운(@ctown_j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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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외국에서 만난 한식당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 제대로 찾아온 것이 맞다. 미국 한인타운 갈빗집을 콘셉트로 문을 연 코리안 비비큐 식당 ‘청기와타운’은 한국어와 영어가 혼재된 ‘빨초파’ 원색의 레트로한 디자인과 익숙한 맛으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이들이 부담 없이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미역국이나 원하는 와인을 가져와 마실 수 있도록 한 콜키지 프리 서비스 덕에 ‘힙함’으로 유명한 식당치고는 고객 연령대가 폭넓은 편이다.
앞서 언급한 세 곳은 ‘현지 감성 맛집’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는 최근 떠오르는 맛집 여행 트렌드이기도 하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이현재 대표(38)는 “팬데믹 이후 여행에 대한 갈증은 해소됐지만 경제적·현실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바로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며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가심비’ 여행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떠오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감성적인 인테리어, 이국적인 분위기, 차별화된 경험을 할 수 있는 현지 감성 맛집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행적과 정보를 공유하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는 콘텐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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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MZ세대가 ‘스페이스덴티티(공간을 의미하는 스페이스와 정체성을 뜻하는 아이덴티티의 합성어)’를 중시한다는 점도 현지 감성 맛집이 뜨는 요소다. 이들은 식당을 찾을 때 ‘식(食)’보다 ‘당(堂)’, 즉 공간에 더 비중을 둔다. 감성적인 인테리어, 이국적인 분위기, 차별화된 경험을 할 수 있는 현지 감성 맛집은 메뉴별, 지역별 등 다양한 기준을 통해 좋은 공간을 큐레이션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행적과 정보를 공유하는 데 익숙한 이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는 콘텐츠다.
이때 중요한 건 재미의 깊이다. 이지영 트렌드 전문가는 “팝업스토어의 성행과 함께 공간을 보는 안목이 높아지면서 공간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일명 ‘공간 심판’의 성향 역시 강화됐다”면서 “‘무엇을 하느냐’만큼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해진 시대인 만큼 같은 조건이라면 몰입도가 높은 공간을 찾는 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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