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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이겼으니까 됐다"...한화와 '1박 2일' 혈투, 김태형 감독은 그래도 웃었다 [고척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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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고척, 김지수 기자) "이겨서 피로도가 그래도 좀 덜하다. 졌다면 데미지가 정말 컸을 거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9일 부산 사직 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팀 간 11차전을 무려 5시간 7분 동안 치렀다. 오후 6시 30분에 개시됐어야 할 경기가 비 탓에 7분 늦춰져 오후 6시 37분 플레이볼이 선언된 것부터 불길한 징조였다.

롯데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1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서 캡틴 전준우가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치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2사 후 정훈의 1타점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보태 4-0의 리드를 잡았다.

롯데는 3회말 만루 찬스도 살려냈다. 손성빈이 1타점 적시타를 쳐 5-0으로 달아나면서 주도권을 장악했다. 선발투수 애런 윌커슨도 호투를 펼치면서 쉽게 게임을 풀어갈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날씨였다. 경기 시작 후에도 사직야구장을 적시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다. 심판진은 결국 우천 중단을 선언했다. 저녁 7시 50분 중단된 경기는 무려 8시 58분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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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호투하던 윌커슨은 어깨가 식은 탓인지 4회초 2실점, 5회초 1실점으로 흔들렸다. 롯데 타선이 4회말 4득점, 5회말 2득점, 6회말 3득점으로 폭발하면서 낙승이 예상됐지만 한화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한화는 6회초 2점, 7회초 5점을 롯데 마운드로부터 뺏어냈다. 롯데가 14-10으로 앞선 가운데 돌입한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수비에서는 마무리 김원중이 1사 만루 위기에 몰리면서 게임 흐름이 묘해졌다.

김원중은 일단 노시환에게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추가 실점을 막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롯데는 주중 3연전 위닝 시리즈를 챙기고 가을 야구를 향한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다. 경기가 종료된 시간은 30일 오전 00시 07분이었다.

롯데는 53승 62패 3무를 기록, 5위 KT 위즈(61승 62패 2무)와 격차를 4경기로 유지했다. 후반기 잔여 경기에서 마지막까지 5위 도약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롯데는 다만 29일 경기의 여파가 적지 않았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곧바로 30일 고척 키움, 31~9월 1일 잠실 두산 원정을 위해 서울로 출발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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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서울 원정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30일 새벽 5시. 버스에서 선잠을 자고 호텔에서 수면을 취하기는 했지만 피로가 완전히 풀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30일 키움전에 앞서 "새벽 5시에 도착했기 때문에 오늘은 선수들이 가볍게 몸을 풀고 게임을 뛴다"며 "그래도 어제 이겼으니까 됐다. 뭐든지 이기면 피로도가 좀 덜하고 지면 데미지가 크고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또 "중단 됐던 경기가 다시 재개됐을 때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비구름이 더는 없는 걸 알고 있었다. 강우 콜드(Called) 게임 선언은 아예 기대도 하지 않았다"며 "그래도 늦게까지 게임을 치르고 부산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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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수들은 피곤한 얼굴 속에서도 파이팅을 외쳤다. 베테랑 투수 구승민은 "힘들어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며 외야 그라운드로 나가 몸을 풀었다.

내야수 손호영은 "피곤한 게 사실이지만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더 힘을 내보려고 한다"며 "그래도 전날 같은 경기는 다시 겪고 싶지 않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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