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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연금과 보험

[기고]연금 투자 방법의 첫 걸음 '디딤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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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산업시장본부장


올해 초 37년 동안 유지돼 온 '임신 32주 이전 태아성별 고지 금지 조항'이 위헌결정이 나와 화제가 됐다. 남아선호사상이 사라져 성별에 따른 선택적 출산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점이 고려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었다. 통계가 집계된 이래로 성비 불균형이 최악이던 1990년에 여아 100명당 남아 116.5명이 태어났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이제는 '여아선호현상'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변화된 사회상에 혹자는 자식을 노후대책으로 여기는 경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제 노후대책은 누구의 몫일까? '은퇴자의 천국'이라 불리는 호주는 퇴직연금(Superannuation)에서 답을 찾았다. 호주건전성감독청(APRA)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퇴직연금 자산규모가 3조8500억 호주달러(약 3484조원)를 기록했다고 한다. 탄탄한 자산 증가는 수많은 연금부자를 양산했다. 호주 퇴직연금의 전체 자산배분 구조를 보면 △주식 53% △채권 21% △인프라 8% △부동산 7% 등으로 분산투자 되어 30년 장기 수익률이 연평균 약 7%대에 달한다.

대표적인 연금 선진국인 호주사례 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연금 투자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매매타이밍이나 종목선정이 아니라 자산배분전략이다. 자산배분은 다양한 자산군에 대한 투자로 위험을 분산시키고 각 자산군(주식과 채권 등)의 장점을 취하면서 장기 투자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금융투자협회와 업계가 준비해 9월말 출시 예정인 '디딤펀드' 또한 연금용 자산배분전략과 리밸런싱(조정)이 반영된 밸런스드펀드다. 연기금 및 공제회의 운용방식과 유사한 형태로서 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률+α(알파)의 수익률을 내는 것이 목표다. 참여하는 25개 자산운용사는 자산배분 역량이 집중된 단 하나의 상품만 출시할 수 있으며 이들 상품을 모아서 '디딤펀드'라는 공통 브랜드로 명명하여 소비자가 쉽게 비교·선택하게 할 수 있게 했다. 호주 퇴직연금에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설정할 때 단 하나의 상품만 허용하고 마이슈퍼(MySuper)라 명명하여 디폴트옵션 상품간 비교가능성을 높이고 관리의 효율성을 추구한 것과 유사하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의 85%이상이 원리금보장상품에 머무르고 있다. 퇴직연금에 대한 인식 부족과 노후자금 손실 우려에 노심초사하는 국민이 대다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의 자산배분 구성과 지속적인 관리가 동반되는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이 중요하다. 디딤펀드 출시 운용사 간 자산배분 경쟁을 통해 구축되는 성과는 앞으로 국민들이 원리금보장상품에서 한 발씩 자본시장으로 발걸음을 내딛게 하고 호주와 같이 균형 잡힌 자산배분 구조로 변모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퇴직연금시장의 발전은 국민 자산 증식, 자본시장 성장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실현할 것이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잘 키운 하나의 디딤펀드로 퇴직 이후의 삶을 남부럽지 않게 준비하는 것을 꿈꿔보며 디딤펀드를 시작으로 자본시장의 과실을 온전히 누리는 한국형 연금부자들이 탄생하길 바란다.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산업시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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