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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고교야구 최대어’ 정현우-정우주 “신인 드래프트 1순위는 양보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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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6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만난 ‘고교야구 최대어’ 덕수고 정현우(왼쪽)와 전주고 정우주. 둘은 9월 11일 열리는 2025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울산=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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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도 데려간다는 왼손 파이어볼러 정현우(18·덕수고 3학년)냐, 메이저리그가 탐낸 오른손 영건 정우주(18·전주고 3학년)냐.

2025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영광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정현우와 정우주를 지난 27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9월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하는 제13회 18세 이하(U-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의기투합한 고교야구 원투펀치는 “친구끼리의 우정도 중요하지만, 1순위만큼은 양보하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9월 11일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1순위의 향방이다. 2023년도와 2024년도 신인 드래프트에선 김서현(20)과 황준서(19·이상 한화 이글스)가 일찌감치 1순위로 거론됐지만, 올해의 경우 ‘수석 입학’ 지명권을 쥔 키움 히어로즈가 고심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대략적인 선택지는 정해졌다. 야구계는 정현우와 정우주 가운데 키움의 결정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둘 모두 고교야구 무대에서 뛰어난 공을 던지며 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메이저리그 직행이 아닌 KBO리그 데뷔를 택하면서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를 놓고 경쟁하게 됐다.

군더더기 없는 폼으로 시속 150㎞대 초반의 빠른 공을 던지는 정현우는 “1순위로 거론된다는 자체가 기쁘다. 그동안 잘 준비해온 부분이 인정받는 느낌이다”면서 “(정)우주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알게 됐다. 그동안 같은 학교는 다니지 않았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자주 만나면서 친하게 지냈다. 그래도 1순위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타고난 힘으로 역시 150㎞대 초중반의 묵직한 직구를 뿌리는 정우주도 “우리 둘의 평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지막 국제대회가 남은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한 뒤 신인 드래프트 결과를 기다리겠다. 나 역시 1순위는 양보하기 어렵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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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만난 정우주(왼쪽)와 정현우. 청소년 태극마크를 달고 함께 뭉쳤다. 부산=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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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우와 정우주는 단지 볼만 빠른 투수는 아니다. 정현우는 110㎞대 커브와 130㎞ 안팎의 포크볼을 안정적으로 구사한다. 제구 역시 흔들림이 없다. 오랜 기간 정현우를 지켜본 친구 정우주는 “최근 (정)현우를 보면서 수싸움이 정말 뛰어난 투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경기를 운영할 줄 아는 선수가 현우”라고 치켜세웠다.

정우주의 잠재력도 만만치 않다. 140㎞대의 낙차 큰 스플리터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손쉽게 빼앗는다.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으려는 승부욕도 강하다. 정현우는 “우주는 어릴 적부터 유망주로 소문이 났다. 투수는 물론 유격수로도 뛰어난 선수였다”면서 “몸의 스피드와 운동 신경이 타고났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친구”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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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U-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출정을 앞둔 대표팀 선수들이 27일 부산 사직구장을 찾아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했다. 부산=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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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우와 정우주는 올 시즌 덕수고와 전주고를 각각 전국대회 정상으로 이끌었다. 정현우는 4월 신세계 이마트배와 5월 황금사자기에서 연거푸 우승을 차지했고, 신세계 이마트배 덕수고와의 결승전에서 패해 눈물을 흘린 정우주는 7월 청룡기에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마운드는 물론 벤치에서도 리더의 자질을 뽐내는 둘을 두고 박계원(54) U-18 대표팀 감독은 “같이 생활해보니 최고 유망주들답게 실력과 인성 모두 훌륭하더라. 신인 드래프트 1순위를 다툴 만하다. 이번 대회에서 대만과 일본을 만나야 하는 만큼 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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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만난 정우주(왼쪽)와 정현우. 부산=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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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현우와 정우주는 메이저리그 직행을 심도 있게 고민했다. 심준석(20·피츠버그 파이어리츠)과 장현석(20·LA 다저스)처럼 미국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는 계획을 그리기도 했지만, 해외 진출은 잠시 뒤로 미루기로 했다. 비교적 빨리 결정을 내린 정현우는 “국내에서 먼저 능력을 인정받은 뒤 메이저리그의 평가를 받으려고 한다”고 했다. 최근까지 고심한 정우주는 “내 거취를 확실하게 말한 적이 없었는데 여러 기사가 나와서 당황스럽긴 했다”면서 “환경과 시스템은 미국이 낫겠지만, 내 마음을 100% 굳히지 못했다. 애매한 마음가짐으로 간다면 현지에서 헤매는 시간만 길어질 것 같아 신인 드래프트 신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정현우와 정우주는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지난 27일 부산 사직구장을 찾아 한화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람했다. 정현우는 “사직구장은 처음이었는데 응원 열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빨리 프로야구 무대에서 던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정우주 역시 “선배들의 경기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나도 팬들의 응원을 듬뿍 받는 프로야구 선수로 빨리 데뷔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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