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 현상이 한 달 이상 지속하면서 오후 6시 이후 전력 수요가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8월25일 오전 서울의 한 건물 에어컨 실외기들. 연합뉴스 |
“식당 주방에서 일해요. 조리 중 발생하는 열기로 고통받지만, 사장은 손님이 있을 때만 에어컨 가동을 허락해요. 주방과 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에어컨을 켜면 ‘전기세 많이 나온다’며 바로 꺼버리기 일쑤예요. 최소한의 대우도 존중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직장갑질119 6월 ㄱ씨 카카오톡 상담 사례)
25일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폭염 속에 일하면서도 냉방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의 상담 사례를 공개하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ㄱ씨처럼 폭염에 취약한 작업장 노동자의 상담 의뢰가 많았다. 플라스틱 물질을 제조하는 업체 직원 ㄴ씨는 작업 특성상 현장 온도가 40도까지 올라가는 탓에 연초부터 에어컨을 설치해 달라고 회사 대표한테 얘기했지만 소용 없다고 하소연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구토감과 어지럼증을 호소하지만, 회사 대표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에어컨 설치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냉방기구가 있어도 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노인요양시설에서 일하는 ㄷ씨는 사무실이 너무 더워 선풍기를 틀면 관리자가 플러그를 뽑아버리고, 땀을 흘리고 있으면 “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리냐”고 비난하는 탓에 괴롭다며 상담을 신청해 왔다.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ㄹ씨는 경영진이 전기요금을 아껴 경영평가 점수를 잘 받으려는 생각에 냉방기를 꺼 사무실 온도가 30도를 오르내리고 습도가 70%에 달해 꿉꿉한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직장갑질119는 산업안전보건법과 규칙 등에 사업주는 폭염 때 노동자한테 휴식을 주고 노동자는 작업 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현실의 일터에선 고용 불안정과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 등 문제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고용노동부의 폭염 가이드라인도 의무가 아니라 권고 수준에 머물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단체는 “냉난방 장치 설치 의무를 포함해 폭염을 비롯한 극단적 기상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엔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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