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건보공단, 데이터 정보공개 절차 합리화 추진
"개인 의료정보 넘어가", 금융당국 "집단 질병 통계일 뿐"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 정보공개 절차 합리화/그래픽=이지혜 |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의 민간 보험사 제공을 두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우려하는 개인 의료정보 제공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건보 노조는 처방내용·건강검진 결과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보험사에 흘러간다고 주장하지만 금융당국은 익명 정보를 한데 묶은 '집단' 통계가 제공되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재 보험사가 건보공단 데이터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 절차의 합리화를 추진 중이다. 건보공단 데이터 정보공개 절차 합리화는 지난 8일 열린 제2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서면 안건으로 통과됐다.
보험사는 보험료 책정을 위해 질병 통계를 기반으로 위험률을 산출한다. 지금까지는 보험사가 건보공단 자료에 접근하기가 어려워 이를 활용한 위험률 산출이 제한적이었다. 보험사는 '공공기관 정보공개 청구' 절차를 이용해 건보공단으로부터 질병 통계를 얻는다. 다만 1인당 신청할 수 있는 건수가 1건인데다가 질병코드도 3가지로 제한했다.
앞으로는 보험개발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질병 통계를 받고, 다시 보험사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업법 제176조 제11항에 근거해 건보공단에 질병 통계를 요청할 수 있다. 일일이 정보공개 청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여러 보험사가 중복된 자료를 요청하는 등의 비효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두고 건보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 등은 '국민 동의 없는 개인 의료정보 활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이 조직한 '건강보험 빅데이터 민간개방 저지 공동행동'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에서 "가명 처리를 하더라도 추가 정보가 있으면 개인 질병정보를 식별할 수 있다"며 "특히 민간 보험사는 내부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개인을 알아볼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건보 빅데이터는 단순 의료 정보가 아니다. 20여년간 구축된 시계열적 자료로 가족관계, 재산·소득, 의료행위별 상세 진료·처방내역, 건강검진 결과 등을 포함한 방대하고 민감한 개인정보이기에 이를 함부로 보험사에 제공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금융당국은 노조가 우려하는 개인정보 식별 등은 없을 거라고 반박한다. 가명 정보는 개인정보 일부를 삭제해 사람을 특정할 수 없게 만든 것인데 보험개발원을 통해 보험사에 제공되는 건보 데이터는 가명 정보도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에 제공되는 건보 데이터는 공공의료정보인데 익명 정보를 군(群)으로 묶은, 집단의 수치가 기록된 질병 통계"라며 "개인정보가 들어가는 가명 정보를 활용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가 건보공단 빅데이터 보험료 인상이나 보험금 지급 거절에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공동행동은 "민간 보험사는 영리 목적 기업으로 보험료 수입보다 보험금 지급을 적게 해야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라며 "빅데이터가 민간 보험사에 제공되면 보험료 인상, 보험금 지급 거부 등 지금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보험업권 관계자는 "보험사가 정확한 통계를 가지지 못하면 오히려 피해는 소비자가 본다"며 "통계가 부족해 잘 모르는 질병이 있으면 정확한 위험률을 산출할 수 없고, 외국 통계를 써야 하는데 국내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책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보험개발원이 보험사에 건보공단 빅데이터를 전달하려면 건보공단의 운영 규정을 바꿔야 한다. 현재 보험개발원은 건보공단과 질병 통계의 보험사 공유를 위한 세부 절차 등을 협의 중이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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