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혐의로 22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하기로 알려진 방탄소년단 슈가를 취재진들이 기다리고 있다. 슈가는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만취한 채 전동 스쿠터를 탄 혐의를 받는다. /조인원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음주운전 혐의를 받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31·본명 민윤기)가 22일 경찰 소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는 “우리는 이날 소환 통보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경찰 안팎에선 단순 음주 운전 혐의로 16일째 출석 조사조차 받지 않는 상황에 ‘경찰 고위층과 거대 기획사 간 물밑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당초 22일 비공개 소환이 결정됐는데 언론에 먼저 보도되자 슈가 측에서 출석을 거부하거나 연기를 요구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 별관 앞은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진 슈가를 기다리는 취재진 수십여명으로 북적였다. 전날 한 매체는 경찰 관계자를 인용, 슈가가 22일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9시 30분쯤 하이브 관계자는 현장 취재진에 “오늘 슈가는 출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본지 통화에서 “취재진이 많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슈가는 오늘 출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린 것”이라며 “슈가와 변호인이 경찰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어 구체적인 일정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호욱진 용산경찰서장은 본지 통화에서 “22일 소환이 확정됐다는 보도가 어떻게 나가게 된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슈가 측과 소환 조사 일정을 맞춰가는 단계”라며 “이번주 내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용산서 안팎에선 “우리가 정식으로 슈가에게 소환 통보를 한 적은 없다” “서울청에서 22일 소환을 조율한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서울청 관계자는 “우리도 슈가에게 소환 통보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음주운전 적발 이후 경찰이 16일째 슈가에 대한 소환 일정을 조율하는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인명피해가 없는 음주운전 적발은 통상 일주일 내로 조사를 마치고, 한 달 이내 검찰에 송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2주 이상 소환 조사도 진행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호 서장은 “일반적인 음주운전자와 동일하게 대응한다”면서도 “수사팀 근무에 맞춰 출석을 강요하는 것은 일방적이기 때문에 슈가 측을 최대한 존중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나 수사 담당자가 피의자 측 일정에 맞춰 업무 외 시간에 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흔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서 교통과 소속 경찰관은 “피의자 사정을 고려해 일정을 조율하는 경우가 없진 않다”면서도 “보통 수사팀에서 소환 일정을 정하고, 통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간단한 사건이라 슈가 본인도 빨리 조사받고 끝내면 되는데 조율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며 “추후 소환 조사에서도 특혜 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단한 사건’ 소환이 이리 난항을 겪는 상황과 관련, 경찰 고위층과 기획사 간 줄다리기가 치열한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BTS가 월드 스타는 월드 스타”라고 했다.
[서보범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