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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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단숨에 1330원대까지 내려오며 투자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환율이 치솟았던 올해 상반기만 해도 기술주 랠리에 탑승한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과 환차익의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었지만, 최근엔 불안한 증시에 환율 하락으로 환차손까지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도 환율 하락으로 상장사의 실적이 꺾일 수 있는 만큼 환율 하락의 영향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 3거래일째 1330원대…환율 수준 굳어지나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오후 3시30분 종가는 전날 주간 종가(1333.2원)보다 3.4원 오른 달러당 1336.6원를 나타냈다. 환율은 지난 19일 이후 3일 연속 1330원대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만 해도 1330원대 안팎에서 움직였던 원·달러 환율은 3월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이달 초까지만 해도 대체로 1370~1390원대에서 등락해왔다. 고환율은 이 기간 주식 투자자들에겐 호재가 됐다. 특히,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랠리가 2분기 정점을 찍으며 미국 기술주 상승에 베팅한 ‘서학개미’들의 실질 수익률은 주가 상승과 환율 상승 효과가 겹치면서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국내 상장사들도 고환율에 힘입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국내 증시도 반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20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12월 결산법인 기준)의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약 10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43%나 급등했다. 코스피지수는 2분기 실적 기대감에 지난달 11일 2891.35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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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기술주가 조정 국면에 빠진 데다 환율이 급락하며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지난달 말(달러당 1376.5원) 대비 원·달러 환율의 절상률은 2.9%에 달한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만큼 달러로 투자한 해외주식의 수익률은 떨어지고, 낙폭은 커진다. 예컨대 엔비디아의 지난달 말부터 20일(현지시간)까지 주가 수익률은 8.74%지만, 같은 기간 환율을 고려한 실질 수익률은 5.32%로 3%포인트 넘게 떨어진다. 주가 상승의 효과가 환율 절상폭만큼 반감된 셈이다.
국내 주식도 환율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증가·환차익 효과가 꺼지면서 하반기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도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 수출이 회복세를 보인 만큼 오는 4분기에는 기저효과를 고려할 때 실적이 크게 꺾일 수 있다. 이 경우 주가 하락도 불가피하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하락이 원만한 속도로 지속하더라도 이익에 미칠 영향력은 클 수 있다”며 “4분기 수출 기저효과가 둔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익 달성률을 높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통상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외국인은 환차익을 볼 수 있어 국내 증시에 외국 자금의 수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지난 2분기 고환율에도 외국인이 ‘바이(Buy) 코리아’에 나서는 등 상관관계가 약해진 만큼 이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를 고려해 증권가에선 환율 하락에 취약한 수출주 대신 환율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금융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고 있어 자본비율 상승은 예전보다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며 “한국의 은행들은 환율 하락이 자본비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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