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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퇴임 앞둔 기시다 방한, 일본 ‘치적’ 부각…정부는 ‘반일 여론’ 역풍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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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 “9월 6~7일 방한 조율”

대통령실 “결정 사항 없어” 논의 중

기시다, 과거사 양보 없이 관계 개선

국내 ‘반일’ 여론에 기름 부을 듯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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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퇴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9월 초 한국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양국이 논의 중이다. 회담이 이뤄지면 한·일관계 발전과 한·미·일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과거사 양보 없이 한·일관계 복원을 이뤘다는 기시다 총리의 치적만 부각되고, 대일 역사 인식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여론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21일 기시다 총리가 방한 일정을 다음달 6~7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기시다 총리가 방한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교도통신 보도를 두고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면서도 “윤 대통령은 한·일 간 셔틀외교 차원에서 언제든 기시다 총리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14일 사실상 차기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를 결정하기 전부터 일본 측이 방한 의사를 표명해왔다고 한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성사되면 이번에 3번째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회담하면 그간 양국관계 개선 노력을 평가하고, 양국의 협력 의지를 재차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미·일 3국 간 공조 강화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상의 만남은 9월 말 퇴임하는 기시다 총리의 외교적 성과가 도드라지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지난 14일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개선과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등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3월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제3자 변제안을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제3자 변제안은 일본 기업의 참여 의무가 없어 정부가 일본에 일방적인 양보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지난 7월 말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으나, 일본이 조선인 노동자의 실상을 알리겠다며 설치한 전시물에는 강제라는 명시적인 표현이 빠져 비판 여론이 형성돼 있다. 기시다 총리가 방한하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아무런 양보 없이 실익을 챙긴 점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시다 총리가 역사 인식과 관련해 아예 언급을 하지 않거나, 기존 태도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기시다 총리는 그간 한·일 정상회담 때마다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직접적인 반성이나 사과의 뜻을 밝히지는 않았다.

역대 내각의 입장에는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1998년)과 ‘위안부’ 범죄를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 등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는 2015년 전후 70년 담화에서 반성과 사죄를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신 “일본은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왔다”라며 사과를 과거형으로 언급했다. 그는 식민 지배와 침략을 거론했으나 행위 주체가 누구인지 불명확한 모호한 수사법을 사용해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일본은 2021년 4월 각의 결정에서 종군 위안부라는 말이 군이 관여했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종군을 뺀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고, 조선인 노동자의 강제연행 표현 대신 징용을 사용하기로 했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간 일본이 보여준 역사 왜곡 행태를 보면, 기시다 총리의 역대 내각 입장 계승 발언은 아베 전 총리의 담화와 일본 각의 결정에 방점이 있다고 보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한·일관계를 개선했다는 걸 최대 성과를 꼽는 상황에서 그 성과를 훼손하는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최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등의 과거사 인식 문제와 맞물려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발표하면서 일본의 식민지배 실상 등 일본을 향한 비판 메시지는 없었다. 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발언과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일본 정부가 그간 수십 차례 걸쳐 사과했고, 그런 사과가 피로감이 쌓여 있다”는 발언이 잇따라 논란이 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가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꺼려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교도통신도 “사도광산 등재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동조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윤 대통령 측이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마이너스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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