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가 만난 사람] ‘닥터 둠’ 김영익 서강대 교수
“S&P 500지수 약 20% 과대평가… 美, 소비감소 심화로 경착륙 전망
코스피, 적정수준서 16% 저평가… 유동성 증가-환율 하락 등 호재
美 아닌 韓 증시 눈여겨 볼 필요”
‘한국의 닥터 둠(비관론자)’으로 불리는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상반기부터 미국발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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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혁명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글로벌 투자금이 몰리면서 미국 증시에 ‘버블’이 발생했습니다. 2000년 초 정보기술(IT) 버블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냉정하지만 정확한 방향성 예측으로 인해 한국의 ‘닥터 둠’(비관론자)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16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캠퍼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 버블’로 미국 증시가 과대 평가됐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제 지표를 고려할 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적정 수준은 4,615 정도”라며 “현재 지수(16일 종가 기준 5,554)는 20%가량 과대 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 원인으로 ‘AI 버블’을 지목하며 “1996년부터 2000년 초까지 IT 발달로 미국의 생산성은 1.5∼2.9% 증가했는데 AI와 관련해서는 생산성 향상 수치도 집계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블룸버그 등은 내년 경제 성장률을 올해 2.4%보다 낮은 1.8%로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 역시 소비 감소가 심화됨에 따라 내년 상반기(1∼6월)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소비 의존도가 69%나 되는데 중위소득 가구의 이자 부담이 두 배로 늘어난 데다, 실업률 상승까지 겹쳐 소비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 미국발 경기 침체가 시작될 수 있어, 올해 말에는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증시가 아닌 한국 증시에 눈길을 돌려볼 것을 조언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달리 코스피는 적정 수준보다 16%가량 저평가돼 있다”며 “내년 초까지는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유동성 증가와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가능성이 그가 한국 증시의 추가 상승을 점치는 이유다. 김 교수는 “올해 6월 통화량(M2·광의통화)이 전년 대비 6% 이상 증가하면서 유동성이 늘어났지만, 아직 주가 흐름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며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를 더 밀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화 가치와 관련해서도 “달러화 약세 흐름 등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1150원이다.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증시에 몰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수출 호조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상반기 미국 등을 중심으로 자동차 수출이 늘었다면, 하반기(7∼12월)부터는 중국을 중심으로 반도체나 조선 등의 수출이 늘고 있다”라며 “수출 증가 업종을 중심으로 종목별 비중을 조절할 필요도 있다”고 당부했다.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관련해서는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금투세 때문에 주가가 내린다는 주장이 있는데, 주가의 핵심 결정 요소는 기업 이익”이라며 “만일 금투세 도입으로 주가가 내린다면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두고는 “시중금리의 대표 격인 3년물 국채금리가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밑돌았다”며 “한은이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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