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공유·카풀… ‘모빌리티 혁신’ 줄줄이 좌초

호출 시장 독식하던 카카오도 직영 택시회사 9곳 중 2곳 휴업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 정차한 카카오 택시. /뉴스1

한국에서는 새로운 운송 서비스가 번번이 좌초해 ‘모빌리티 혁신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다.

앞서 2013년 글로벌 차량 공유 1위 기업 우버는 세계 각지에서 선보인 방식을 한국에 그대로 도입, 차량을 보유한 일반인과 승객을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택시 업계는 “영업용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으로 승객을 무허가 운송한다”며 우버를 고발했다. 서울시도 우버 신고 포상제까지 실시하며 택시 업계를 도왔다. 결국 우버는 2015년 법원서 불법 판결을 받고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접었다.

그다음은 카풀 서비스가 표적이 됐다. 2017년 스타트업 풀러스는 유연 근무가 확산하고 있다고 판단해 카풀 운영 시간을 24시간으로 늘리려다 택시 업계와 충돌했다. 이듬해 카카오모빌리티도 차량 공유 스타트업을 인수해 카풀 서비스를 시작하려 하자, 택시 단체들은 대규모 시위까지 하며 반발했다. 급기야 택시 기사들이 분신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2019년 당정이 나서 카카오모빌리티·택시업계와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고, 카풀 시간을 평일 아침과 저녁으로 제한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당시 대타협 기구가 택시 기사 처우 개선책으로 약속한 것이 바로 택시 월급제였다.

이후 전선은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로 이동했다. 타다는 11~15인승 승합차를 단체 관광용으로 임차하면 운전자 알선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조항을 이용한 새로운 운송 서비스였다. 2018년 당시 승차 거부 없고, 기사가 승객에게 말을 걸지 않는 친절한 서비스로 입소문을 타며 9개월 만에 이용자 100만명을 기록했다. 택시 업계는 ‘타다는 불법 택시’라며 다시 들고 일어났고, 정치권까지 호응하며 결국 2020년 일명 ‘타다 금지법’이 통과됐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타다 금지법이 사실상 한국 모빌리티 혁신 사망선고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택시 호출 시장을 독식하고 있던 카카오모빌리티도 택시 업황이 전반적으로 악화하면서 수렁에 빠졌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직영 택시회사 9곳 중 2곳은 지난해부터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5년 이상 모빌리티 분야의 새로운 서비스는 나오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혁신의 싹’이 잘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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